저의 정체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같은데…… 진짜 김영덕 전감독이다, 한화 프런트 직원이었던 사람이다, 아무튼 중년이나 노인일 것이다 등등. 제가 진짜 김영덕 전감독님이 아니라는건 이미 예전에 밝힌바 있죠? 물론 프런트 직원도 아니었고, 중년이나 노인도 아니구요. 전 그저 빙그레 시절부터 팬이었던, 평범한 학생일 뿐입니다.
정민철, 송지만, 백재호, 김장백, 박정진, 심광호, 이 6명중 한 사람과 나이가 같죠. 서울토박이로, 얼마전 화려하게 오픈한 코엑스몰 근처에 살고, 잠실구장에서 폭죽을 터뜨리면 제 방 창문에서 훤히 보입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임선동과 이도형이 배터리 이뤄 쇼하는 거 구경했고, 아, 매점에서 언뜻 진필중이 후까시잡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하군요. 대학은 K대고, 안타깝게도 군대도 갔다왔는데 젓가락질 잘하는 곳이었죠. 너무 유치해서 짜증나시나요? 어쨌든 혹시 잠실이나 대전, 청주, 인천, 수원 구장에서 키크고 잘생긴 오빠를 발견하면 그게 전줄 아세요. 솔직히 조규수나 심광호보담 내 얼굴이 낫다.
멍청한 얘기는 그만두기로 하고, 그동안 제 보잘것 없는 글들을 읽으시고 짜증이 샘솟으셨거나, 울분을 토하셨거나, 맞는 소린 것 같은데 왠지 씁쓸하게 느끼신 모든 한화팬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너무 저를 비행기 태워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리구요. 덕분에 더 건방져진데다, 앞뒤 분간못하고 설쳤습니다. '전문가'란 수식어는 정말 저한테는 가당치도 않은데. 그리고 질문해오신 분들도 많았는데 일일히 답변 못해드린 점... 그저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글들이 너무 비판쪽으로 흐르는게 아니냐, 어두운 과거를 들춰내서 뭐 어쩌자는거냐, 베베 꼬인 말투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억지 코미디에 신물난다, 진정한 팬이라면 선수들을 격려할줄 알아라…… 아마 제 글을 일고 심기가 불편하셨던 분들은 이런 말을 저에게 하고 싶으셨을 것 같습니다. 예, 칭찬도 자꾸 들으면 물리는 법인데 하물며…… 특히 6월2일 '김영덕이 머리 쥐어뜯으며 마침내 토해낸 한화 몰락원인과 대책'부터 6월 9일 '장종훈이 2군에 내려가야하는 이유(그리고 97년과 올해의 한화)'까지 무려 7편의 '한화 때리기' 글들이 연짝으로 이어진 것은 가히 '천인공노할 만행'이라 할만합니다. 저 스스로도 질릴 정도였으니까요.
사태의 발단은 7연패 직후였습니다. 너무 열받아서 '김영덕의 옛날야구' 연재도 중단하고 미친듯이 떠들게된거죠. 애초엔 두세번 떠들다 그만두고 다시 옛날야구를 연재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마이어 파동에, 송진우 전천후 선언과 부상등 충격적인 사건들이 게속 터져나오는 바람에 그만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거죠.
물론 그동안 제가 펼친 주장들을 이제와서 뒤집자는건 아닙니다. 여전히 제 생각이 옳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좀 뻔뻔스러운 얘기긴 하지만…… '로마이어 미스테리?(그들이 할 일은 무엇인가) '에서 '불성실한 수비자세'라기 보단 입을 잘못 놀린 탓일거다 라고 주장했는데 결국 당시 스포츠조선의 단신이 맞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동반자살할 작정인가?(이희수, 송진우, 구대성, 로마이어의 한화붕괴 음모론에 관하여…)'를 쓰고나니까 기다렸다는듯이 송진우, 구대성, 로마이어의 문제를 다룬 '시즌 운명 걸린 한화의 실험'이란 기사가 나왔구요. '오늘은 회장님 송진우 욕좀 실컷 해야겠다!!!' 직후엔 '송진우를 보호하라'란 기사가 터졌습니다. '장종훈이 2군에 내려가야하는 이유(그리고 97년과 올해의 한화)'에서 김종석 효과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말을 했는데 묘하게도 '김종석 효과'란 제목의 기사가 뜨더군요.
네, 여기까지 읽으시고 발끈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실 위에 언급한 기사들이 제 주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즌 운명 걸린 한화의 실험'에선 제 의견과는 달리 로마이어에게 조직의 쓴맛을 보여줘라는 요지였습니다. '송진우를 보호하라'에선 무리한 수비 동작의 원인으로 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거론했죠. '김종석 효과'는 김종석을 로마이어와 붙이기, 그러니까 코칭스태프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요 3가지를 제외하고는 저와 동일한 관점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에이스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무리한 수비를 펼쳤다는 일간스포츠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아주아주 짧은 시간안에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동작인데, '습관'때문이라고 해야 아귀가 맞는 것 아닐까요? 또 요즘에만 그런 일이 있었던게 아니라, 97년에도 큰 사건이 있었고, 사실 '찔락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미 대학시절부터 송진우의 '전매특허'였습니다. 그리고 김종석대 로마이어의 구도는 누가봐도 아니죠. 지금이야 로마이어가 2군에 내려가 있으니까 그런거고, 결국 장종훈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것 아닐까요? 어쨌든 로마이어는 '벌금 200만원과 5게임 출장정지', 그러니까 삼성전 3연전중 마지막날에 출전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글쎄, 아예 진짜 플레잉 코치로 만들어 나불거려도 괜찮겠끔 하면 안되나?
아이구, 또 건방지게 설쳐버렸네. 결국 '나 잘났다'는 얘기잖아. 아무튼 그놈의 '버릇'이 어디 가겠어요.
앞에서 떠든건 다 잊어주시길 바라겠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겁니다. 제 글이 냉소적인 어투, 과장법적인 수사, 마구잡이 풍자가 뒤섞인 탓에, 한마디로 좀 골때리는 편인데…… 그래도 철저하게 '명백한 사실'에 근거해서 쓰여진다는 점이죠. 그러니까 제 발상 자체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실지 몰라도 제시된 자료들은 전부 신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다못해 '몇할 몇푼 몇리'같은 숫자 하나도 틀리지 않게끔 여러번 점검을 하니까요. 그러니까 제시된 자료를 가지고 나름대로 다른 해석을 하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그러지 않으시겠지만)제 주장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거죠. 물론 어차피 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들만 제시되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보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한게 꽤 많더군요. 또 혹시 틀린 자료를 발견하시게 되면 넘어가지 마시구 꼭 꼬투리잡아서 욕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 한화에 대한 저의 사랑을 부디 의심하지 말아주시기를…… 제 방에 있는 각종 '사랑의 증거'들을 미처 보여드리지 못하는게 안타깝습니다. 사실 이런 측면도 있지요. 저 나름대로는 그래도 한화를 위해 몸바쳐왔기 때문에(사랑을 흩뿌렸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해왔는데 어느정도 놀려먹거나 비판할 권리 정도는 있는 것이 아니냐'는, 좀 웃기는 '보상심리'같은 것이 생겼다는 얘깁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아마 여러분들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구질구질한 변명은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하고, 특별부록……
제가 원래 한화이글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확인해보니 어떤 분들이 이미 제 글들을 퍼와 그곳 게시판에 많이 올려놓으셨더라구요. 저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고…… 그래서 어제 '장종훈이 2군에 내려가야하는 이유(그리고 97년과 올해의 한화)'를 제가 그냥 직접 올려봤는데…… 아뿔싸! 곧바로 이런 답변이 올라왔습니다.
글쎄요...?
김영덕씨 혹시 옛날 김영덕 감독님이 아니신지요...
어쩌면 이글스의 속사정을 세세히 알고계신지 저도 놀랐습니다.
현제의 이글스를 날카롭게 판단하시고 해결책까지 제시를 하셨는데...
전 김영덕님의 높은 안목에 동감을 합니다만 이글스 코칭스텝 역시 나름대로 계산이 있어서요...
어째거나 발전적인 제안 겸허히 받아들여 팀운영에 참고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날까로운 지적을 부탁드립니다.
(유코치)
'대감'이란 아이디로 올라온, 유승안 수석코치님의 글이었던 것입니다. 전 뒤로 나자빠질 수 밖에 없었죠. 번데기앞에서 주름잡은, 아니 서세원앞에서 개그를 한 한심한 제자신 때문에요.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글들을 코치님들이나 선수들이 제발 보는 일이 없기를 그렇게 간절히 빌었건만…… 아무튼 이자리를 빌어서 주제도 모르고 떠든 것에 대해 유승안 수석코치님께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냥 웃어 넘기셨겠지만) 여러분들도 저에게 돌멩이를 던져 주세요!
음, 장종훈 2군행 어쩌고 한 글이 본의아니게 이곳저곳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말았더군요. 제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장종훈을 폄하하려는 수작이었다면 인터뷰 보고 울었다는 둥의 얘기를 왜 했겠습니까. 대부분의 분들은 오해하시지 않겠죠? 제 글에 답변 올려주신, V2우승한화님, 스파이님, 구대성(?)님, 구리구리님, 태웅님, 궁금...한님, 이경희님, 한정훈님, 류미라님, 그리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