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통나무 나르기, 조개 파티
2023년 12월 8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스무엿샛날
겨울이 오늘 같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온은 영하 4도에 머물고 바람이 없어 좋다.
이럴땐 '참 푹하네!'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지붕은 하얗다. 마치 눈이 내린 듯하다.
과학적인 원리는 모르지만 서리는 아주 낮은
기온 보다는 오늘처럼 다소 푹하고 어정쩡한
날씨에 더 많이 내리고 하얗게 보이는 것인가?
어찌되었거나 날씨가 푹하여 좋기는 하다.
요즘은 시나브로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일을 하기로 했다. 농한기의 겨울철이라고 마냥
노는 것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촌부를
아내는 일중독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혀 그런
것은 아닌데 말이다. 사람이 한번 놀기 시작하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것이라는 촌부의 생각인데
이런 촌부를 일중독자라고 하니 오히려 이해가
안간다. 어찌되었거나 결코 일중독자는 아니다.
모닝가든 땔감나무 꺼내기 나흘째,
전날 베어놓은 낙엽송 통나무 두 그루, 널부러져
있는 크고작은 서너 그루 통나무 옮기는 작업을
했다. 우선 전날 베어놓은 길다란 낙엽송 통나무
토막내는 일부터 했다. 엔진톱으로 어깨에 매고
나를 만큼의 크기로 자르는 것이다. 길이가 긴 걸
적당한 길이로 자르는 것 또한 요령이 필요하다.
마을 아우에게 배운 그대로 해보았다. 먼저 나무
윗쪽을 적당히 자른 다음 반대로 밑쪽을 거꾸로
자르면 무리없이 토막이 난다. 굵은 통나무라서
그래도 조심을 해야만 한다. 톱날이 나무 사이에
끼면 낭패를 보게 된다. 요령없이 하다가 예전에
몇 번의 고생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많이 숙달이 되어 그런 실수는 하지않은 정도가
되었다. 자신감이 붙어 몇 그루를 더 베어보려고
한다. 그렇게 토막을 내어 어깨에 매고 날랐다.
사나흘간 날라놓은 땔감용 나무가 상당히 많다.
오늘부터는 장작크기로 자르는 엔진톱 작업을
해볼까 싶다. 이또한 쉬엄쉬엄 할 생각이다.
어제 청바지클럽 단톡방에 송이 엄마가 저녁무렵
통영에서 올라온 석화와 가리비를 삶아 올테니
모두 모이자는 글이 떴다. 갑작스레 조개 파티를
하자는 것인지 몰랐다. 5시쯤에 정말로 석화와
가리비를 삶아갖고 온다며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카페로 내려오라고 했단다.
갑작스런 모임이라 다른 일정으로 많이 빠졌다.
이장과 부녀회장은 대동회 준비 회의에 참석하고
두 아우도 부득이 참석을 못한다며 우리끼리 잘
먹으라고 했단다. 아내 또한 어패류를 못먹는지라
초고추장만 전해주고 나박김치와 파김치 담그다
왔다면서 집으로 올라갔다. 그러다보니 아홉 명의
청바지클럽 멤버들 중 네 명 뿐이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석화와 가리비찜인지 모른다.
원래 구워먹는 것이 좋은데 번거로울 것 같다며
삶아왔단다. 모처럼 먹어보는 굴과 가리비, 정말
맛이 좋았다. 소주까지 곁들이니 이또한 찰떡궁합,
그렇게 정신없이 많이 먹었다. 이 산골에서 멀리
고향 인근의 한려수도 통영産 석화와 가리비를
먹는다는 감회는 새로웠다. 참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싱싱한 것을 하룻만에 공수하여
이 산골에서 삶아 먹을 수가 있으니 하는 말이다.
한참 먹고 있을 때 마을 아우가 올라왔다. 어제가
송이 엄마 생일이라고... 남은 석화와 가리비를
먹다가 생일에 그냥 있을 수 있냐며 치킨을 시켜
먹자고 하더니 전화로 주문했다. 마침 송이가 그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 직접 배달을 왔다.
사실 우리집은 배달이 안되는 곳인데 송이가 있어
배달을 해준 것이다. 이 딸내미는 낮에는 아빠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는 참으로 대단한 젊은이다. 그렇게 또
2차전이 벌어졌다. 치킨에 소주, 제주山 감귤에다
진한 커피로... 이래저래 먹을 복이 엄청시리 터진
어젯밤이었다.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산골살이....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먹거리 짱이네요
먹는 재미가 으뜸이죠.ㅎㅎ
감사합니다.^^
겨울
산촌에세의
조개 파티 멋집니다
오늘은 더 즐겁고 행복 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맛나는 파티였습니다.
인원이 많이 빠져
아쉽기는 했지요.
산골에서도
이런 호사를 누립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이 좋긴 좋으네요~
어촌의 먹거리를
산촌에서 즐기고
5시 ㅡ
출출한 시간에
무슨 복이십니까.
일 하는 자에게
식복이 넘치네요.
구미가 땡겨서
빨리 도망 갑니다.
우리는
참 좋은 세상에 살지요.
전국 어디에서나
다른 고장의 먹거리를
빠르게 배달시켜 먹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