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 명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지질(지방) 수치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이상지질혈증은 혈관에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지만, 증상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도 혈액을 통해서 해서 혈압·혈당과 달리 쉽게 수치를 확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고혈압·당뇨병 보다 훨씬 높다. ‘2022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5.4%에 달한다(2020년 기준). 성인 절반 가까이가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상지질혈증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관리와 치료 전략에 대해 들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 발생에 얼마나 기여하나?
미국·유럽에서는 이상지질혈증이 고혈압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에 더 높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고혈압과 당뇨병만을 주요 위험인자로 보고 있다.
혈중 지질 수치가 많으면 혈관에 스트레스가 많아진다. 지방 알갱이들이 혈관 안으로 파고 들면서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유발하고 서서히 동맥경화증을 만든다. 고혈압처럼 수치가 갑자기 높아진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지질 수치가 높게 오랜 기간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이 생긴다.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나?
혈중 지질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은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당 대사도 방해해서 간접적으로 당뇨병에 영향을 준다. 지질, 당 모두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데, 넘치면 문제가 된다. 지질이나 당 모두 에너지원을 빨리 잘 태워야 한다. 지방이나 당이 넘쳐나면 심장과 혈관에 유해작용을 한다. 당뇨병 유병자의 90% 정도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돼 있다.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질환 인지율은 55%에 불과하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편이다. 1990년대만 해도 병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고, 10년이 지난 후에도 인지율이 10%도 되지 않았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현재 이상지질혈증을 인지율이 50% 이상으로 집계된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고혈압, 당뇨병 보다는 인지도가 아직 턱없이 낮다. 특히 30~40대부터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에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남성들이 많은데, 3040 남성들에게 이상지질혈증의 인지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지질혈증 검진 간격을 현 4년에서 2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혈액 검사를 자주 받으면 좋겠지만, 이는 국가 재정적 상황, 비용 효과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상지질혈증 검진 주기가 2년, 3년이 좋다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환자 개인에 따라 더 자주 검사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덜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사하는 시기와 대상 그리고 간격 등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있어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 수치가 한층 높아졌다?
그렇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발표한 2022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은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70 mg/dL 미만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훨씬 높은 ‘초고위험군’은 55 mg/dL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치료 목표가 기존 70 mg/dL에서 55 mg/dL 로 낮춰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지침 개정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초고위험군은 누구인가?
이미 심혈관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어, 재발할 위험이 큰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급성 심근경색을 앓은 적이 있거나 심장혈관 세 가닥 모두에 죽상경화가 있는 경우가 해당된다. 뇌경색, 말초혈관질환 환자도 새 지침에서는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당뇨병은 그 자체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다.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이미 진행이 많이 된 환자가 초고위험군이다. 당뇨병이 있으면서 만성 콩팥병으로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져 단백뇨가 있거나 당뇨 망막증, 말초신경병증, 말초혈관질환 등의 당뇨병 합병증 갖고 있거나 20년 이상 당뇨병을 오래 앓은 경우가 초고위험군에 해당된다. 그밖에 LDL콜레스테롤 수치 190mg/dL를 초과하는 환자와 그들의 직계 가족인 경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일 확률이 높은데, 이들도 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초고위험군 대상자는 얼마나 많나?
국내 이상지질혈증의 성인 유병률은 40%로 집계되는데, 초고위험군의 경우 이중 최소 1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만 해도 전 인구에 0.5~1% 로 많다. 초고위험군은 LDL콜레스테롤을 55 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는 무엇인가?
LDL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대표 약은 ‘스타틴’이다. 스타틴은 1990년 중반, LDL 콜레스테롤을 낮춤으로써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최초의 연구가 나온 이후, 이상지질혈증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해왔다. 스타틴의 LDL콜레스테롤 수치 강하 효과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는데, 개인 편차가 있긴 하지만 아토바스타틴(Atorvastatin)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을 6~12주 복용하면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 50~60%까지 낮출 수 있다.
-스타틴의 부작용 위험은 없는가?
스타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근육 불편감, 간수치 증가 등이 있다. 스타틴은 여러 종류의 용량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최대 용량을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부작용은 매우 드물다. 또, 근육 불편감이 생겨도 대부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은 75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 혹은 체구가 작거나 신진 대사율이 떨어지는 경우 호소한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스타틴을 처음부터 바로 높은 용량을 처방하지 않는다. 부작용 경험을 했거나 부작용 위험성이 높다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이상적인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목표로 삼고 낮은 용량부터 처방을 하며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여가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장기 치료 전략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 범위로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초고위험군은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LDL 콜레스테롤을40mg/dL 미만까지 맞춰도 좋고, 심지어 약을 썼을 때는 LDL 콜레스테롤이20mg/dL까지 떨어져도 상관없다고 한다. 생활습관 개선도 약만큼 중요하다. 최근 치료적 생활습관 조절(TLC; Therapeutic Lifestyle Change)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 다양한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평생의 문제이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고 상의하는 것이 장기 치료 전략일 것이다.
-어떠한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나?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이나 기름진 음식이 너무 과하게 먹어서, 어떤 사람은 혈중 지질을 태우는 근육이 너무 약해서, 어떤 사람은 흡연, 음주,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너무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원인 파악을 통해 현 상태를 파악하고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한 말씀
이상지질혈증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위험이 높아져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상지질혈증 자체가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고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해결 방법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노력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병원 진료를 받고 약 처방받는 것에 대해 무조건 반감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의료진과 함께 너그러운 자세를 가지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한기훈 교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2010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데 힘 써오고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장기간 관리하고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 의사는 환자가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약을 먹고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임상연구이사, 대한심장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했다. 죽상동맥경화 기전에 대한 기초 연구와 함께 이상지질혈증 신약 개발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금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