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전날도 한잔하고 어제도 한잔하고...
2023년 12월 9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스무이렛날
삭풍 아닌 훈풍이 분다. 기온은 영상 10도이다.
겨울철 날씨가 마치 봄날처럼 따스하여 좋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오늘이다. 흔히들 하는 말,
겨울은 겨울 다워야 하고, 계절은 제계절 다워야
한다고 했다. 허나 워낙 추위가 심한 고장이면서
눈이 많이 내리는 골짜기 雪多目의 몽매한 우리
서민들은 이렇게 겨울이 푸근하면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그냥 이대로의 겨울이면
좋겠지만 어리석은 촌부의 바람일 뿐일 것이다.
다음 겨울 땔감 준비 닷새째,
어제부터 그동안 모닝가든에서 꺼내고, 베어낸
크고 작은, 굵고 가는 나무를 장작크기로 자르는
엔진톱 작업을 시작했다. 이 일도 만만찮은 일,
항상 긴장을 하게 되고 조심을 해야하는 것이다.
나무가 튀어오르지 않게 한쪽 발로 나무를 밟고
잘라야 한다. 특히 장작크기로 잘라지는 부분도
튕겨나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어제도 조심을 한다고 했는데 작은
옹이가 튕겨 정강이를 치는 바람에 상처가 났다.
엔진톱으로 나무작업을 하다보면 아주 이따금씩
이런 일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주의가 필요하다.
아내가 알면 또 한 소리 듣지 싶다.
겨울철인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아 요즘 하는
나무작업은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시나브로,
하루에 두어 시간씩만 하고 있다. 올겨울 사용할
땔감이 아니고 다음 겨울에 쓸 것을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겨울철 농한기라서 딱히 별다른 할
일이 없으니 소일거리 삼아 조금씩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무가 가는 것이라서 그냥 자르기만
하면 장작이 된다. 도끼로 쪼갤 필요가 없어 좋다.
전날 베어온 통나무는 잠시잠깐의 도끼질로 모두
쪼갰다. 운동까지 겸한 장작을 패는 것은 재밌다.
쫙쫙 쪼개지는 경쾌한 소리는 쾌감까지 느껴진다.
오늘도 내려가 엔진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작업을
마저 해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남는다면 윗쪽에
있는 장작집으로 옮겨 쌓는 일도 할까 싶은데...
전날은 송이 엄마가 가져온 삶은 석화와 가리비로
한잔을 한 것에 이어 어제는 멀리 대화에 가서 또
한잔하고 들어왔다. 10년 전 소일거리 삼아 일을
시작했던 인근 리조트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들을
지금껏 만남으로 이어오고 있다. 네 명 다 지금은
그만두었고 각자 다른 일을 하거나 나이가 들어서
그냥 쉬고 있다. 70이 넘은 맏형 충기兄은 저멀리
경북 영천으로 이사가서 그냥 쉬고 있다고 한다.
촌부와 안미의 만기 아우는 농사를 짓고 있으며,
대화의 광범 아우는 서울대 농생대에 취직을 하여
아주 재밌게 잘 살고있다.
충기兄 송별식 이후 일년만에 가진 모임이었다.
대화의 수다방에서 만나자고 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커피숍이거나 카페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그 옛날식의 다방이 있어 감회가 새롭다. 마담과
레지가 있어 웃음이 나왔다. 차도 그렇고 커피도
옛날식 그대로였다. 모처럼 옛날 정취에 젖었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은 막창집으로 옮겨 술판이
벌어졌고 그동안 각자 살아온 이야기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막창구이 맛은 대구, 서울과 비교
해도 거의 손색이 없었다. 막창을 잘 못먹는 광범
아우를 위해 돼지갈비를 조금 시켜 먹다가 자리를
옮겨 2차에 돌입했다. 두부전골과 닭볶음탕까지
시켜 한잔 더 했다. 그리고는 입가심으로 생맥주
한잔을 더 해야한다고 하여 이번에는 치킨집으로
옮겼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광범 아우 생각이라
모두 웃고 말았다. 방금 닭볶음탕을 먹고 또다시
치킨집으로 갔으니 말이다. 그렇게 먹고도 모두
다 잘먹는 모습이라 좋았다. 오후 네시에 시작한
모임이 밤 아홉시반에서야 끝났다.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3차에 걸쳐 마셔서 그런지 꽤 거나했다.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만남이라서 그랬는지
술기운 없이 이른 아침에 거뜬히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역시 술은 즐겁게 마셔야 한다니...ㅎㅎ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멋진 추억
많이 만드시며 늘 건강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호사를 누립니다.
감사합니다.^^
옛날식 다방
글을 읽으며
최백호 가수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어요.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ㅎㅎ
옛 친구 분들과
건배하며 많이
즐거우셨겠어요.
다방부터 4차까지
23년 미련없이
잘보내고 계시네요.
날마다 즐거우세요.
맞아요.
'옛날식 다방'은
'낭만에 대하여'란
노래에 나오지요.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요즘 시대에
3~4차를 한다면
미쳤다고 하겠지요?
예전에는 흔했지만...
그래도 노땅들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신나게 즐겼답니다.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