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댐을 비롯한 사방공사는 폭우시 토사유출과 산사태로 주택과 도로, 농경지의 유실을 막기 위해 인공적으로 산지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사방댐과 사방공사는 필요한 곳에 설치되고 잘 관리되면 목적에 부합하는 유익한 시설물이 될 수 있지만, 산 속에 인공적 구조물을 설치하기 때문에 계곡 수생태는 단순화되고 회복할 수 없는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것이므로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해야 하고, 꼭 필요한 경우라도 토목이나 건설 전문가뿐만 아니라 환경생태 전문가도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장기간의 정밀조사를 거쳐 최적의 장소에 최적의 사방댐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전국 산지 계곡 곳곳에서 필요성에 대한 정밀한 검증없이 부문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방공사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생태에 관심있는 분들과 올 한해 우리 지역의 사방공사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보기로 했다. 지난 1월 16일 토요일, 그 첫번째 조사지로 지난해(2009년) 시공된 사방댐과 계류사업지가 있는 마산시 진전면 평암리 서북산 자락을 답사했다.
걷는 사람들과 함께 몇 차례 걸어보기도 했던 이곳은 '미천'이란 마을 이름이 있을 정도로 물이 맑고, 자연석이 많은 산지의 특성으로 암반으로 된 자연 계곡이 잘 발달해 있는 곳이다. 또한 동네 주민들에 의하면 자연적인 상태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나 토사유출의 문제가 일어난 적이 없는 곳이며 주민들의 동의도 물론 없었다 한다. 다음 사진은 사방공사가 이루어진 바로 윗부분에 있는 자연 계곡의 모습으로 맑고 깨끗한 천연계곡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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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해 시공된 사방댐과 사방공사로 인하여 바로 아랫부분은 이처럼 볼성사나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사방댐과 계류공사를 하느라 계곡 주변의 나무들은 다 잘려나가고 어설픈 조경처럼 축조된 돌들이 겨울 계곡의 풍경을 몹시 삭막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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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계류지에 바위들을 이어붙인 자리에는 콘크리트가 덕지덕지 붙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산지 계곡이 무분별한 사방사업으로 인해 이렇게 조악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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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마음으로 같은 계곡의 중류쯤에 있는, 지난 2008년 시행된 사방공사 현장을 찾았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붉은색이 도는 바위들로 반듯하게(?) 만든 작은 물막이 현장에는 이미 토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폭우시를 대비해 만든 시설물이라는데, 이미 토사로 가득 차 있어 제 기능을 다할 리 만무해 보인다. 더구나 여기에 가득 찬 토사들은 위쪽에 사방공사를 하면서 발생하고 떠내려 온 것들일 것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되풀이다. 이런 식의 사방공사라면 새로 만든 사방댐에 토사가 차면 위쪽에 또 사방댐을 만드는 식으로 어쩌면 계곡의 시작점까지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제대로의 일이라면 정기적으로 준설이 이루어져야 할 터이지만, 이곳은 필요할 경우 준설공사도 하기 어렵도록 만들어져 있어, 필경 이대로 방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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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처인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사방공사의 2010년 사업비가 266억원(국비 185, 지방비 81)이고, 2017까지 총사업비 3,137억원(국비 2,196, 지방비 941)이 투입되는 '제5차 지역산림계획'의 일환이라고 밝혀놓았다. 올해만해도 경남 곳곳에서 사방댐 70개와 계류보전 7㎞가 계획되어 있다. 그곳들이 사방댐 공사가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한해에 피괴되는 산지계곡은 또다시 엄청나게 늘게 될 것이다. 비록 느리게 살기를 지향하는 걷는 사람들이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선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차 답사를 마치고 어제는오니층의 발견된 함안보현장을 둘러보았다. 함안보 주위의 낙동강 환경이 자연의 모습은 상실한 채 너무나도 참담하게 변해 있어서 놀랍고 괴로웠다. 모래와 강변 식생들을 파내고 강변에 방파제처럼 돌을 쌓아놓은 모습은 지난 주말 둘러본 사방댐 공사와 너무 닮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란 것도 필경 저런 모습으로 천연의 강을 망치려는 것이리라.
첫댓글 안타까운 현장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