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V 시장이 성장하면서 캠핑카 제작사를 통한 나만을 위한 맞춤 제작 모델도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24시간 쉴 틈 없이 도로를 누비던 소방차의 변신, 나만을 위한 캠핑카 제작과 구조변경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독특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는 RV 제작사 렉스온, 강렬한 레드 컬러의 중형 소방차 한 대가 시선을 끌고 있었다. 사용 연한을 넘긴 소방차를 보유하게 된 알비어가 여행의 동반자로 이 캠핑카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음직한 베이스 위에 실용적인 레이아웃이 결합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난 것이다.
외부에 설치되었던 모든 소방 시설을 철거하고 카라반 제작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하지만 벤츠 화물차+소방차의 구조적인 특징들로 인해 흔히들 알고 있는 캠핑카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모습이 되었다. 일부 특수 장비를 떼어내야 했고, 일부 구조적인 특징은 커다란 장점이 되고 있어 장단점이 공존하는 절충된 모습이 되었다.
이 캠핑카는 사이즈에 비해 프레임 위의 생활공간, 즉 바닥이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시작된다. 후면부의 도어는 위로 열리는 구조이며 우측에는 지붕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장착되어 있다. 후면부에는 13핀, 7핀, 견인장치가 되어 있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듬직해 보인다. 사진상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캠핑카의 하단부에 크고 작은 다양한 사이즈의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상당히 매력적이다.
구조변경 문제로 아쉽게도 전면부의 윈치를 제거해야 했고 운전석과 동반석 + 뒤보기용 시트가 마련된 5인 승차 구조로 바뀌었다. 연식에 따른 노후화로 소음이나 진동은 느껴지지만 소방차 특유의 포스와 분위기가 느껴진다.
캠핑카로 들어가기 위해 2열의 출입구 손잡이를 당기면 도어와 연결된 회전 스텝이 등장한다. 스텝 옆으로도 수납공간이 있고 캠핑카 중에서는 가장 견고한 스텝으로 보여진다. 2열 시트 아래는 대용량 수납함이며 운전석으로 창문이 마련되어 있다.
일부러 이런 구조를 만들려고 해도 힘들겠지만 측면에 설치되었던 대형 적재공간과 물탱크, 특수공구들을 모두 빼낸 후 측면에 패널+구조물을 설치하고 일체형 캠퍼가 되도록 설계되었다. 일부 기능과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실내에서 바라본 내부는 심플한 레이아웃이다. 전면부는 대형 폴딩 테이블 + U자형 라운지 공간이 되었고 중앙에는 커다란 주방과 조리, 수납공간, 후면부는 샤워실 겸 화장실 공간, 대형 수납장 구성이 전부이다. 하지만 숨겨진 포인트는 따로 있다.
전체적으로는 높아 보이지만 실내의 편안한 활동을 위해 팝업 루프가 설치되어 있어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다. 물론 전고를 높이면 모든 것은 해소되지만 그만큼 차량의 전고가 높아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묘책이다.
동일한 위치지만 팝업 루프를 올린 상태에서는 더욱 쾌적하고 넓은 느낌이 전해진다. 중앙의 긴 복도는 테이블을 접고 이동식 소형 테이블을 치워, 바이크를 싣는 용도로 사용하려 했지만 제한된 제작비용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었다. 3개의 대형 출입구는 사용하기 나름이며 워낙 안정적인 베이스라 실내에서의 움직임에 따른 진동이나 흔들림은 느낄 수 없었다.
후면부에서 바라본 전면부의 모습이다. 직사각형의 박스 구조라 무시동히터를 켜면 전체 배관으로 온기가 느껴진다. 전면부 라운지 공간의 변환을 통해 취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워낙 베이스가 넓어 가로, 세로 어느 방향이든 여유롭다.
후면부에 위치한 주방과 냉장고, 싱크대, 전자레인지, TV 외에도 대용량 배터리 전기 시스템과 충전기, 인버터 등이 있고 대부분의 옵션들은 취향과 사용용도에 맞추어 추가하면 되는 부분이라 별도의 언급은 생략한다. 청수 200리터는 하단부에 마련되었고 고정 화장실은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성인 키를 고려해 하부로 살짝 내려가는 샤워부스가 마련되어 있다.
수납공간 부족에 대한 문제는 이 모델에는 해당되지 않을 듯 보인다. 의자 하단부 모두가 대형 수납공간이며 외부의 공간만 해도 대부분의 캠핑, 생활 용품을 수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중소형 카라반 한대를 능가하는 실내 공간을 보이고 있고 추가적인 옵션들은 언제, 어디에나 장착이 가능해 뛰어난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완성된 이 모델의 가격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완성 캠핑카보다 저렴한 것도 구조변경, 맞춤 제작의 가장 큰 장점이 된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의 동급 주문제작 혹은 맞춤형 모델의 내부와 비교하면 공간, 레이아웃은 비슷하고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일 정도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수억을 호가하는 어드벤처 모델의 내부는 자작나무 가구 외에는 너무도 심플한 구조였기 때문에 적잖은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그 모델은 그 나름대로의 계산된 구조와 기술력이 숨겨져 있어 단순히 인테리어 요소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이 리뷰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갖고 있는 자동차로 완성차보다 저렴한 가격대로 내가 딱 원하는 캠핑카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며 이런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대신 겉모습과 옵션만으로 RV를 평가하지 말라는 당부를 더하고 싶다.
추가되는 옵션은 A업체든 B업체든 내가 비용을 더 낼 수 있다면 점점 늘릴 수 있는 부분이란 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A업체의 1200A 짜리 전기 시스템이 B업체의 400A 보다 월등한 기술인냥 받아 들일 수 있다. 본인이 3배로 지불한 가격은 감안하지 않고 말이다. RV의 맞춤 제작, 주문 제작은 알비어와 제작사의 신중한 의논과 설계, 기술력, 시간, 비용이 맞아야 원하는 만족도를 가져온다.
구조변경은 일반인들이 하지 못하는 작업과 인증 절차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고차를 안전한 캠핑카로 만드는 과정임을 명심하고 절대 편법을 쓰지 않길 당부해본다. 화재, 가스, 자동차의 구조적인 부분, 전기 설비, 무시동히터 등을 막연히 따라했다가는 '캠핑카 활성화'가 아닌 발목을 잡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캠핑카를 내 손으로 만들고자 하는 예비 알비어들의 바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섣불리 따라하지는 말자! 자작 캠핑카 역시 붐을 이루고 있지만 전기, 가스, 자동차 성능 자체 관련 사항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