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에너지
필자가 미국에 거주할 때 알루미늄 캔 등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수집하는 장소에 가져간 기억이 난다. 우리는 평소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음료수 캔, 포일 등을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반응성이 강하므로 전기가 풍부해진 근대에 들어와서야 정기 분해법에 의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알루미늄은 양쪽성 금속 원소이므로 산에도 염기에도 녹고 또한 산소와도 쉽게 반응을 하지만 생성된 산화물의 구조가 치밀하여 내부를 보호하며 반응성이 약하여 산과 염기 등의 화학물질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인체에 아무 독성이 없으므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과도하게 알루미늄이 체내에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안전한 물질임) 식기, 용기 등의 주방 용품에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금속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양의 순수한 금속이 필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지하자원에는 한계가 있다.
구리를 예를 들면 청동기 시대에는 거의 노천에서 함량이 높은 구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점점 구리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땅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였고 또한 품위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광석의 품위가 낮아지면 순수한 금속을 얻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또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증가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원을 절약하여야 하며 더 나아가서 수명이 다한 제품에서 금속만 분리하여 재생하여야 한다.
금속, 플라스틱 등처럼 비교적 용이하게 재생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폐유, 폐타이어, 음식물 쓰레기처럼 재생하는 것보다는 가공하여 다른 용도에 사용하거나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폐기물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을 주로 다루려고 한다. 폐기물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철폐기물, 비철금속 폐기물, 폐타이어, 폐전지, 중유회, 알루미늄 캔, 유리병, 폐플라스틱. 페트병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폐기물 및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여 따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몰래 버리는 사람이 많은지 거리를 걷다보면 ‘여기는 쓰레기 버리는 장소가 아니므로 버리면 벌금이 부과됩니다.’ 라고 하는 공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공공 법규를 솔선하여 지켜야 선진국으로 빨리 진입할 수 있는데 아직도 공공질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아주 빠른 경제 성장을 감안하더라도 시정되어야할 사안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요즈음은 그런 사례를 보지 못했지만 한때는 바로 옆에 쓰레기통을 두고도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행위를 종종 보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살균하여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당 등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에 담뱃재 및 이쑤시개 등을 넣지 말자는 운동이 전개되기도 한다. 또한 음식물을 이용한 발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음식물을 발효시켜 발생하는 메탄가스에서 수소를 만들어 연료전지로 발전하는 방법과 음식물을 하여 전기와 열을 이용하는 열병합 발전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폐기물 에너지는 가연성 폐기물을 열로 분해하여 만들어지는 고체, 액체, 기체 연료 및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열을 산업생산이나 가정에 필요한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재생에너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까지 주된 교통수단은 기차와 시내버스이었다. 시내에서의 이동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60년대 중엽에 서울에 수학여행을 왔을 때 지금 기억으로 확실하지는 않지만 기차를 타고 약 10시간 정도 여행한 듯하다. 도로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이 시작된 것은 60년대 말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므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고속도로 건설로 인하여 경제 성장 속도가 아주 빨라졌다는 것은 부인 수 없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가용 운전 문화가 점차 정착하면서 자동차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거리에 주유소들이 생겨났고 자동차 운전학원이 상황을 이루기 시작하였다. 부작용으로 무분별한 운전이 심해져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도 증가하여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자동차를 이용한 교통이 활발해지면서 석유 소비도 많이 증가하였지만 폐타이어 처리 문제도 심각하게 되었다. 현재는 거의 한 집에 자동차를 하나는 기본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또한 상당수의 우리 국민은 자가용을 권위의 상징으로 생각하여 자주 교환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이지만 지나치게 석유를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한동안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이 경부고속도로뿐이었지만 지금은 대전-진주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신 대구-부산고속도로 등이 속속 건설되어 교통 소통이 원활한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되었지만 환경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도 한다. 도로의 신설은 도시에서의 이동 시간도 많이 단축시켰다. 동북쪽의 수유리에서 서북쪽의 불광동을 가기 위해서는 도심인 종로를 통과하여 신촌을 거쳐 한참 돌아가야 했지만 정릉터널과 구기터널이 개통된 후에는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또한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내부순환도로 등의 도로가 새로 건설되어 교통이 아주 편리해졌지만 도로 가까이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소음이 아주 심하여 견디기 힘든 점도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가 최근에 오랜 천안 생활을 벗어나 서울 성북 석관으로 이주하였는데 바로 옆을 내부순환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도 밤에는 도로에 면한 창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서울 외곽을 지나는 도로 건설은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도롱뇽 사건은 2006년에 대법원이 원효터널의 공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여 공사를 계속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음) 건설되고 있으며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시간이 바로 돈과 직결되는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지만 도시의 미관과 환경 및 생태계를 고려하면 마냥 즐거워할 일만은 아닌 듯하다.
여행의 묘미는 도중에서의 경험과 느낌에 있는데 그냥 통과하기만 하니 점점 시간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경제 건설에만 치중하여 종래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오류동에서 인천으로 가는 옛길이 80년대 초까지는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이런 유물들은 남기고 보존하여야 문화적으로 성숙한 국민인데 6, 70년대까지는 전체적으로 생활수준이 낮았으니 개발에 주력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상승하였으니 문화 생활을 할 때가 되었건만 아직도 개발 타령이니!
자동차 이야기에서 폐타이어로 돌아가자.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가 많으니 당연히 타이어 수요도 많을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의 소도시인 천안에도 타이어 판매점에 아주 많은 양의 타이어가 쌓여 있다. 타이어 판매를 위해서겠지만 ‘주인이 미쳤어요. 아주 저렴한 가격입니다’ 등의 보고 듣기에 유쾌한 선전 문구도 자주 눈에 뜨인다. 아마도 임무를 다하고 버려지는 폐타이어의 양도 많을 것이다. 지금은 신에너지 중 염료감응 태양전지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필자도 한때는 폐타이어의 재활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폐기물 에너지를 주로 폐타이어의 재활용에 중점을 두어 소개하려고 한다.
2008년 일 학기에 제자들을 인솔하고 제천에 있는 한일 시멘트 공장으로 견학을 갔었는데 (공정제어 강의의 일환으로) 공장 담당자가 시멘트 제조공정의 연료 및 원료로 폐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폐타이어에서 고무 성분과 강철을 분해한 후 고무성분은 연료로 사용하며 강철은 산화시켜 석회석, 석고와 혼합하여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또한 쌍용양회 영월공장과 고려시멘트 장성공장에서도 1993년에 승용차에서 버려진 폐타이어를 회수하여 연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존의 고속도로, 국도, 및 지방도를 수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아스팔트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도 천안, 아산을 지나가는 21번 국도를 8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아스팔트의 원료인 원유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산되지 않으므로 아스팔트에 폐타이어를 혼합하여 사용하면 경제적으로 상당히 이익이 될 것이다. 폐타이어는 아스팔트의 양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고무의 유연성과 탄력성으로 수명을 거의 3배로 연장시키는 등의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폐타이어에서 다시 고무를 재생하는 공정도 개발되고 있으며 폐타이어를 이용한 발전 기술이 독일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타이어의 재활용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재활용 방법에는 ① 타이어 재생 ② 고무 재생 ③ 다른 용도에 활용 ④ 소각 후 연료로 사용 ⑤ 아스팔트 건설 등이 있다. 이렇듯 폐타이어는 재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하므로 정부에서 재활용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육성하는 것이 자원과 에너지 절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 서경대학교에 설립된 나노환경센터의 연구 과제에 정유공장에서 버려지는 중유회에서 니켈, 크롬 등의 금속을 회수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진한 암모니아 수용액을 사용하여 회수된 니켈은 니켈 전지를 만드는 데 사용하려는 연구 계획을 수립하여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니켈은 전량 수입하고 있으므로 니켈 회수 프로젝트는 수입물량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자세한 것은 차후에 다시 보완하여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