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9,6ㄴ-10
형제 여러분, 6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7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8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9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10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마련해 주시는 분께서 여러분에게도 씨앗을 마련해 주실 뿐만 아니라 그것을 여러 곱절로 늘려 주시고, 또 여러분이 실천하는 의로움의 열매도 늘려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신학교에 입학하고 군대 포함해서 거의 10년의 시간을 보내면 사제가 됩니다. 그런데 신학교에서의 대학원 시절인 1~2년만 잘 보내면 사제서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참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나갈 거면 조금 일찍 결정하면 좋았을 것을, 그 오랜 시간을 그냥 시간 낭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젊었을 때는 한두 해도 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두 해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오십 대 이상 되시는 분에게 여쭤보십시오. 자기와 한두 살 차이 나는 것을 크다고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는 표현도 쓰고,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음을 알기에 세상 속의 한두 살은 대단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신학교에 들어가서 사제가 못되었다고 해서 시간 낭비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간도 쓸모없는 시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을 때가 가장 빠른 선택이 될 수 있지요. ‘가장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시간의 빠름에 한 것 없다면서 아쉬워할 것도 없고, 또 후회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쉽고 후회할 일이 있다면 지금부터 하면 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도 늘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강조하셨지요. 어떤 결정도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닌, ‘지금’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결정입니다.
결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 냅니다. 주님의 일도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당장 당신 뜻을 따를 것을 명령하시는데, 우리는 아직은 할 수 없다면서 이유를 나열합니다.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남들도 안 하니까, 나만 하면 손해니까, 남들로부터 잘난척한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결국 끝까지 하지 못합니다.
주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노력할 것을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그 노력은 언제 해야 할까요? 언젠가 할 것이라면서 뒤로 미루는 노력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주님을 따라야 하며, 지금 당장 주님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밀알 하나가 많은 열매를 맺는 방법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자기의 세속적인 물질과 이기심을 모두 버리고, 주님의 뜻인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의 만족만을 위한 삶이 아닌, 주님께서 말씀하신 영원한 만족이 주어지는 영원한 생명을 따라가는 삶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직도 멀었다면서 자기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지금 당장 주님의 뜻에 함께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삶은 대부분 사소하고 기억되지 않는 친절과 사랑의 행동으로 채워진다(윌리엄 워즈워스).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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