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전거
오봉수
주공아파트 자전거 거치대에
고장 난 늙은 자전거가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계속된 야근과 불면으로 전조등은 희미해지고
아파트 대출금과 학자금 상환에 밤낮없이 뛰어다닌 결과
앞바퀴는 닳아서 펑크가 나고
기름칠 덜 된 핸들은 관절염으로 방향감각을 잃었다
씽씽 달리고 어깨에 힘이 있을 때는
가보(家寶)처럼 집 안에 있었지만
몸통에 하얀 꽃이 피자 명예 퇴직자처럼 집 밖으로 밀려났다
자물쇠가 없어도 도난 걱정은 없으며
아파트 꼬맹이들이 막대기로 펑크 난 바퀴를 찌르고
돌멩이를 던져도 경음기조차 울리지 않는다
밤이면 밤마다
깐깐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민원을 핑계삼아
고물상에 팔아 버릴까 봐 두렵지만
살얼음이 녹고 봄바람을 만나면
별을 싣고 들꽃향기 맡으며
비포장 자갈길을 흙먼지 날리며 달려갈 것이다
첫댓글 자전거 신세가 내신세 같군요
살얼음이 녹고 봄바람을 만나면
별을 싣고 들꽃향기 맡으며
비포장 자갈길을 흙먼지 날리며 달려갈 ㅡ
그 날 생각하니
저부터 더 기분 좋아지네요
늙으면 다 삭고 고뱅이도 아픈 것을ㅡ
자전거 타고 씽씽 달리던 그 시절이 그리워져요.
힘차게 달릴 그날을 위하여!
애닯으면서도 꿈을 주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