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의 어느 날 이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분당에 사는 친구로부터 전화 연락이 왔다
10월 25일 자신이 운영하는 판교에 있는 채소 밭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연한다며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참석해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그는 중학교 동창이기도 하지만 60대 때에는 등산 동호회의 멤버로서 자주 등산을
함께 다녔던 절 친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불문 학 교수를 정년 퇴직하고 판교에 조그마한 밭(오 육백 평)을 마련하여
부인과 함께 채소를 재배하면서 소일 하고 있다고 한다.
채소 밭에서 일하고 농막에서 쉬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 이젠 클래식 음악에 심취되어
클래식 음악의 해설 집을 편집할 정도로 클래식 음악의 마니아가 되었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친목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그는 매년
가을에 그의 채소 밭으로 음악인 들을 초청하여 공연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가 벌써 3년 차라고 한다.
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불참해오다가 금년에는 약간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의 초청에 응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을 공연하는 장소 하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멋지고 웅장한 콘서트 홀인데
채소 밭이라니 정말로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 25일 당일 내가 살고 있는 인천으로부터 버스를 몇 번 갈아탄 후 판교에 있는 친구의 무우 밭
콘서트 장에 도착하였다.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녹색의 무우 밭을 가운데 두고 앞에는 무대가 설치되었고 무우 밭 뒤에는
천막이 처지고 그 아래 관객들을 위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천막 뒤와 무우 밭 양 옆으로는 울창한 숲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외부로부터 숲으로 차단되어 공연장으로 사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날 모인 청중들은 줄 잡아 70명에서 80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공연 프로그램에 따라 12사부터 오후 12시 30분 까지 계속된 점심 식사 시간 중에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텔레만의 타펠무지크, 슈베르트의 피아노 2번 2악장, 브르흐의 콜 니드라이, 아르보 파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오후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된 2부에서는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에
등장하여 기악 4중주 및 독주로 연주하였다. .
피아노 퀠텟에 의한 “피아졸라”, “Oblivion”, “Libertango”, 바이올린의 “에릭 사티”, “Je teveux”,
"첼로의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제”, 비올라의 “엘가”, “사랑의 인사”, 호른의 “G P 텔레만”,
“Adagio and Presto/R”, “스트라우스”, “Allerseelen” 을 연주하였다.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진행된 3부에서는 가수들이 등장하여 노래를 불렀다.
소프라노의 “Nella Fantasia” 바리톤의 “시간에 기대어”, 듀엣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곡을 열창하였다.
오후 2시 30분부터 3시30분까지 진행된 4부에서는 시와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유자효 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를 작가 본인이 직접 출연하여 낭송, 베토벤의 “아델라이네,”
의 시 낭송에 이어 테너 및 소프라노 가수가 등장하여 “가고파”, Edith Piaf.의“사랑의 찬가” 를 불렀다.
1부에서 4부에 걸친 음악회를 마치면서 느낀 점은 음악회를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친구로부터 초대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출연진들이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주로
시니어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출연진들은 대부분이 해외에서 유학한 전문 음대 교수들로 지금도 국내외 유명 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회자가 소개하는 말을 듣고 실로 놀랐다.
한편 이와 같은 유명 인사들을 무우 밭까지 초대하여 공연을 마련한 친구의 열의와 섭외 능력에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서양에서 발원한 오케스트라나 오페라 등의 클래식 음악을 접하면 무언가 난해하고 가까이하기 어렵다는
선입감을 갖고 있었는데 매 곡을 연주하거나 부르기 전에 해설자가 작곡 배경을 소상히 설명해 주어
더욱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초대한 지인들을 위해 무료로 점심을 준비하고 음악인들을 초대하는데 적잖은 비용을 지불한 친구의 성의가
무척 고맙게 여겨졌다.
게다가 콘서트가 끝나고 선물로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무우 밭에서 무우를 뽑아가도록 배려한 친구의 고마운
마음씨가 나를 한 번 더 감동 시켰다.
첫댓글
무우밭 콘서트
대단한 발상이고 획기적인
공연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잔잔한
클래식 음률을 상상하면서
주최측 신선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
무우 한단 선물이 압권입니다
우연찮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다보니 다른 음악 장르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나.
가을과 잘 어울리는 잔치였네요
상상만으로도 좋습니다 ^^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파란 가을 하늘 아래에서 감상하는 느낌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채소 밭에서 클래식 콘선트라
발상이 멋있습니다.
영상을 보니 멋있습니다.
근사한 음악듣고 선물로 무우도..,
콘서트하면 의례 콘서트 홀에서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무우 밭에서도 할 수있다는것을 보여 준 친구의 이이디어가 참으로 참신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무우밭과 천연의 자연 그리고
고운 마음을 소유한 사람들의 연주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집니다.
힐링의 감정을 하나씩 풀어 놓으신 글을 대하며
더 젊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공연은 꼭 폐쇠된 공간에서만 아니고 탁 트인 공간에서 호흡하며 감상하니까 한층 더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 ~~무우 밭에서 도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거 ~~정말 획기적인 발상 입니다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었던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되었어요.
무우밭과 클래씩의 조화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이네요
자연과 더불어 음악으로 한마음이 되는 좋은 기회
클래씩의 대반란?
다소 쌩뚱맞기도 하지만
색다른 묘미로 다가왔겠어요
무우 선물까지~~
형식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콘서트여서 좋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와~~멋져요!
무우 밭의 콘서트,,음악회
등산하며 음악회(노래 시간,)를 해 본적이 있어요
어느 산우님 아코디온 짊어지고 반주하며....
그것도 산에서는 안된다고 해서 그후로는 못했지요
지금은 바닷가에서,,,
산속의 사찰(절)에서 산사 음악회도 하지요~
외국에서 그 어려운 음악 공부 하고 와서
무대에 설 자리가 없는 음악도 들도 있어요
좋은 기회를 주고..클래식이 보급 되지않은
(시골?)지방의 주민들에게도 이런 자리는
많이 펼쳐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젠 보편화 될수있는 계기도 되지요..
좋은 시간 가지셨네요~~
더 더욱 건강하시고요,,
편안한 시간들 많이 펼쳐가시기를요^^*
우연히 들려 리노정님의 글을 접하네요ㅎ고맙습니다^^*
유명 음악인들의 공연을 시골 밭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그들의 배려심에 감사하며
청중 모두 엄숙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하였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리노정님
참으로 멋진 분이시네요
수준높은 클래식 음악들로 프로그램을 보며 놀라웠어요
음악을 진정깊이 사랑하는 분으로 존경 스럽습니다
이렇게 남이 안 하는 특이한 음악회를 여는분은 진짜 돈을 멋지게 쓰실줄 아는 분이네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실감나는 좋은글 감동....!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격식이 그리 중요치 않나봅니다. 친구의 노년의 삶이 참으로 멋지게 보였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