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은 나무와 숲의 더불어 삶을 우리에게 숙제처럼 남겨 놓고 떠났다. 반목과 질시, 분열과 다툼에서 벗어나 나무와 숲이,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강한 자와 약한 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했다. 모두들 나무에 매달려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 모두를 보는 더불어 숲 정신으로 되돌아가야한다.
신영복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전국을 돌며 '신영복 사상'을 강의했던 김유철 시인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길게 보면서 먼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하신 말씀이 새삼 더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더불어'라든지 '더불어 숲'에 대해 정치권에서 말을 하는데, 다른 뜻이 아니다. 함께 가자는 것이다. 어깨동무해서 함께 나가자는 것이고, 우리는 관계 속에 있는 존재들로, 물처럼 함께 흘러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는다. 너무 경쟁하지 말고 같이 흘러가서 넓은 바다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은 한 방울로 시작해서 큰 힘을 만드는 바탕인 것이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말이라며 그런 가르침을 주신 신영복 선생이 새해에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영복 선생은 1941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육사에서 교관으로 있던 엘리트 지식인이었던 신영복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한국사상사, 중국고전강독 등을 강의했다.
선생은 생전에 많은 책을 냈다. 그는 20년 20일을 감옥에서 보내며 했던 생각을 기록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냈고, 1988년 출소 뒤 성공회대 교수로 있으면서 책 <강의>, <담론>, <더불어 숲>, <나무야 나무야> 등을 펴낸 사상가였다. <더불어 숲>은 1998년에 1, 2권으로 나뉘어 처음 출간되었다. 1997년 한 해 동안 ‘새로운 세기를 찾아서’라는 화두를 지니고 22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