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을 만드는 상상
책담은 ‘사유하는 교양인’을 위한 ‘오래 읽히는 책’을 만듭니다.
주소 121-896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96(서교동 440-9) 영훈빌딩 5층
블로그 blog.naver.com/hsoobook 페이스북 facebook.com/chaekdam
영업 02-2001-5828, (팩스)02-2060-0108
편집02-2001-5822, isoobook@eduhansol.co.kr
이상한 지하세계와 소원수집가들
재클린 웨스트 지음│이원열 옮김
145*210mm│332쪽│2021년 3월 3일 발행
13,000원│ISBN 979-11-7028-722-3 (43840)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소설
키워드_청소년, 소원, 우정, 판타지, 마법, 선과 악, 모험
미국 도서관협회(슈나이더) 명예상 수상작!
■ 책 소개
미국 도서관협회 명예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새롭고 신비한 미스터리의 세계를 보여 준다. 청각 장애를 가진 소년 밴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멋진 판타지 모험을 통해 선과 악, 우정, 용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 줄거리
또래보다 작아 ‘미니 밴’이라는 별명을 가진 밴은 청각 장애가 있다. 어느 날, 공원에서 본 다람쥐를 뒤쫓아 간 지하에서 ‘수집품’이라고 쓰인, 훔친 소원들을 보관하는 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웃 주민이자 수집가인 팔보그 씨에게서 소원수집가들과 소원을 먹는 자들에 대해 알게 된다. 팔보그 씨로부터 다람쥐와 함께 있던 소녀 페블을 지켜 달라는 부탁을 받는 밴. 결국 사라진 페블을 찾아 다시 지하 세계로 향하는데…….
■ 출판사 서평
가장 사소한 소원도 위험할 수 있다!
잘 살펴보세요. 잔디 속의 유리구슬이 보이나요? 손을 뻗고 있는 작은 우주인은? 하수구에 있는 낡은 열쇠는? 밴은 이런 온갖 것들을 다 알아차리지만, 밴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밴은 신비로운 소녀와 은빛 다람쥐가 동전을 훔치려고 분수대의 뛰어드는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밴을 봤다는 사실이죠.
갑자기 밴의 세계가 바뀝니다. 소원이 사실이 되는 세상, 밴의 작은 보물들처럼 소원을 수집할 수 있는 세상! 하지만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밴은 소녀 페블을 따라가서 소망으로 가득 찬 지하 세계와 그것들을 모으는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좋은 소원조차도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걸 곧 알게 됩니다.
■ 차례
1 작은 일들/ 2 축축한 다람쥐/ 3 슈퍼 밴/ 4 뭔가 어두운 것/ 5 좀도둑/ 6 스파이 대 스파이/ 7 지하/ 8 수집품/ 9 심각한 실수/ 10 머리카락 공예품과 더 이상한 것들/ 11 우리가 널 찾으러 갈 것이다/ 12 뜻밖의 손님/ 13 뜻밖의 손님들이 더 있었다/ 14 새로운 반려동물/ 15 계획 변경/ 16 아래의 어둠으로/ 17 레이저/ 18 모든 토핑이 다 들어간 핫도그 피자/ 19 어둠 속의 발소리/ 20 그들이 오고 있다/ 21 꽉 붙들어/ 22 또 하나의 부러진 뼈/ 23 짐승/ 24 포식자들/ 25 추락/ 26 반갑지 않은 소원들/ 27 두 번째 기차/ 28 진퇴양난(그리고 척)
■ 작가 소개
재클린 웨스트 지음
《이상한 지하 세계와 소원수집가들》로 슈나이더 북 어워드 명예상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십 대 초반 대상 소설 시리즈 〈다른 곳의 책들〉 등 어린이와 십 대 독자를 위한 여러 소설을 발표했다. 시인이기도 하며 가끔 연기도 하는 웨스트는 가족과 함께 미네소타주 레드 윙에 살고 있다.
이원열 옮김
번역가 겸 뮤지션. 〈헝거 게임〉시리즈, 〈트와일라잇〉시리즈의 《브리 태너》, 《그 남자의 고양이》, 《내 어둠의 근원》, 《아마겟돈을 회상하며》,《세상이 잠든 동안》, 《카메라를 보세요》, 〈스콧 필그림〉시리즈와 《요리사가 너무 많다》 등의 책을 옮겼다. 로큰롤 밴드 ‘원 트릭 포니스(One Trick Ponies)’의 리드싱어 겸 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 책 속으로
이상한 코트를 입고 머리를 대충 묶은 소녀는 조금 달라 보였다. 밴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밴은 살금살금 다가갔다. 소녀는 분수 난간에 배를 깔고 팔다리를 쭉 뻗은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옆에 다람쥐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밴은 소녀의 발에 닿지 않을 만큼만 다가갔다. 소녀는 더러운 분수 바닥을 휘저으며 바닥에 흩어진 더러운 동전들을 쓸어 모으는 중이었다.
밴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목소리마저 작았다.
“음…….”
밴은 예의바르게 말했다.
“그러면 안 될 텐데…….”
- 본문 13페이지
횡단보도에서 소녀의 뒤를 따라가던 밴은 여전히 헉헉댔다.
“하지만…… 헉헉, 우연의 일치일 순 없어. 이런 대도시에서……헉헉, 너랑 계속 마주친다는 게.”
소녀가 다시 뒤를 돌았다. 밴은 헐떡이고 있고, 차 소리가 요란했다. 두 사람 사이에 세찬 바람까지 불었지만, 밴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녀는 또렷하게 말했다.
“넌…… 날 볼 수 없어!”
그러자 밴도 소리쳤다.
“난 볼 수 있어! 넌 전처럼 짙은 녹색 코트를 입고 있어. 네 오른쪽 신발 바닥에는 감자튀김이 달라붙어 있어.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소녀 때문에 밴은 말문이 막혔다. 연기는커녕 길바닥에 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사라지다니, 그것도 다람쥐와 함께. 소녀와 다람쥐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 본문 43~44페이지
밴은 계단참에 멈춰 섰다. 춥고 어두웠다. 내려갈수록 더욱 어두워지고 점점 추워질 게 분명했다. 밴은 두 손을 꽉 쥐었다.
‘슈퍼 밴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마 계속 내려가겠지. 이 계단을 곧장 내려간 다음 슈퍼 밴은 모든 걸 알아낼 거야. 슈퍼 밴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다 해결하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거야.’
밴은 다시 움직였다. 공기가 점점 더 차가워졌다. 한층 짙은 어둠이 진흙터럼 얼굴에 들러붙었다. 밴은 어둠을 좋아하지 않았다. 소리를 완벽하게 듣지 못하는 만큼 눈으로 볼 수 잇는 것은 다 보고 싶었다. 그더다 보니 밴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때가 많았고, 때때로 그런 것들을 위안 삼았다.
- 본문 51페이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뭐하는 거야? 왜 낡은 동전이랑 생일 케이크의 촛불 연기를 모아?”
페블의 눈이 더욱 커졌다. 밴은 페블의 어깨 너머로 단상에 서 있는 남자가 주머니에서 동전 한 줌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남자가 작은 빛을 다른 남자에게 건네자 빛이 녹색으로 깜박였다. 남자는 건네받은 빛을 밝은 파란색 병에 하나씩 넣고 코르크 마개로 입구를 막았다. 조금 전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던 남자는 동전들을 내던지고 성큼성큼 사라졌다.
- 본문 59페이지
여자는 흔들리는 금속 우리에서 겁에 질려 있는 밴을 가리키며 서성였다. 몹시 화난 얼굴이었다.
“이게…… 안심…… 무슨! ……감히 ……누구 ……거야!”
여자가 외쳤다. 밴이 있는 우리 바닥이 또 한 차례 부르르 떨렸다. 진동으로 우리 전체가 흔들렸다. 밴은 창살에 몸을 바짝 붙였다. 우리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천천히 흔들리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다시 밴을 움켜잡았다. 밴은 젖은 모래자루처럼 털썩 주저앉았다. 공포감에 짓눌린 밴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누가 잡았는지, 누가 끌고 갔는지, 어디로 가는지 거의 깨닫지 못했다.
밴이 정신을 차려 보니 다른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방이 석벽인 더 작은 방이었다. 벽난로가 타오르고 있고 여기저기 깔개가 널려 있었다. 네일이 쥐들을 데리고 우뚝 서 있었다.
- 본문 104~105페이지
“난 당신들이 뭘 수집하는지 알아요! 소원에 대한 걸 알아요!”
밴은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방이 이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방 전체가 반짝이는 유리병 안에 밀봉된 것 같았다. 밴은 뒤늦게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시험이었다는 것과 간신히 통과했다는 것을. 또는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아주 길고 차가운 일 분이 흐르는 동안 모두가 밴을 바라봤다.
“알고 있군.”
네일이 모두를 빨아들이듯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는 생명체의 소리를 들어. 그리고 알고 있어.”
또다시 침묵의 일 분이 흘렀다. 밴은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천둥처럼 뛰는 심장을 죄는 양쪽 허파가 쪼글쪼글 말린 자두처럼 느껴졌다.
- 본문 143~144페이지
페블의 어께에 있던 바나벨트는 평소답지 않게 조용했다. 밴은 다람쥐가 페블의 빰에 몸을 꼭 붙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랑 너랑 비슷한 점이 많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비슷한 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혹시 친구가 있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밴이 말했다.
“음, 딱히 필요한 건 아니야.”
페블은 여전히 밴을 외면한 채 말했다. 그러면서 구슬을 다른 손에 옮겨 쥐었다.
“하지만 하나 정도는 있어도 나쁘지 않겠지.”
“맞아. 나쁘지 않을 거야.”
밴이 말했다. 페블을 구슬을 움켜쥐었다.
“그럼, 그런 거야?”
“우리가 친구냐고?”
“맞아?”
“응, 우린 친구야.”
밴이 말했다. 페블은 답이 없었지만 밴은 놓치지 않았다. 주머니에 다시 구슬을 집어넣을 때 페블의 얼굴에 살짝 떠오른 미소를.
- 본문 204~20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