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영 파이다
2012.3.28.18:40, 산성동,
요즘 어찌 지내세요?
응, 원주율 파이 외우는 재미로 산다네
한 50자리까지는 대충 익혔어
그 재미 없는 숫자를 왜 들여다 보세요
그거 아니라도 삭막하고 복잡한 세상인데
자네 뭘 모르는구만
파이가 복잡하기는 하지,
아직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무질서, 무한대의 미지수
그걸 들여다 볼라치면 세상일 아무것도 아니여
이열치열이라고나 할까
거기다가 그 안에는 오묘한 이치가 숨어있다네
무슨 그런 게 있을라구요?
음, 우주의 역사, 우리 인생의 비밀, 현자의 돌 만드는 비법
성경과 불경 사서삼경 사자의 서 그리고 사마천의 사기까지
이런 게 다 들어있지
자네가 이 세상 태어나기 전
자네 유전자 속의 DNA를 복사한 RNA가 리보솜에 들어가
단백질을 만들 때 사용한 암호체계도 들어 있어
에이 말도 안되는 억지네요, 구체적으로 하나 보여 주세요
어, 나도 모르지
모르면서 그런 게 있다는 걸 어찌 아세요
자네 정말 뭘 모르는구만
수준이 안 맞아 이야기가 안 되네 그려
모르니까 아는 거야, 모르는 게 진짜 아는 거야
모른다는 게 삶의 진정한 기쁨이고 행복이야
자네가 안다는 거 곰곰이 되새겨 보게나
다 껍데기고 헛거지?
그리고 모르는 거 공부하면 더 큰 걸 얻는 지혜가 있다네
말도 안되는 불가능한 연금술 연구하던 중세 학자들
더 귀중한 현대 과학을 이루었지 않은가
아는 것 가능한 것만 좇는 그대 인생 정말로 가엾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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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영 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