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현지 시간) 취임사에서 우리 영토를 확장할 것(expand sour territory)이라고 말해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슬로건을 내건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을 가장 분명히 표현하고 있는 조치는 알래스카 최고봉(해발 6194m)의 이름을 데나리에서 매킨리로 바꾸고 수백 년간 아무 문제없이 사용해 온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부르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조치를 실행하기 위해 이날 '미국의 위대함을 존중하는 이름을 되찾는다'는 이름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변화를 꾀하는 이유에 대해 윌리엄 매킨리(1843~1901) 대통령은 관세와 재능으로 미국을 매우 부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만'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위대하고, 강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이 지명에 대해 문화유산적이고 포섭적인 시각을 수용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들 주변의 산이나 바다를 뭐라고 부르느냐는 생사가 걸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 인간 집단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명에는 자신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그 인간집단의 지향이 담겨 있다. 그래서 북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의 나라들은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 점차 사라져가던 원주민의 지명을 되살리기 위해 이름을 완전히 바꾸거나 병기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 왔다.
미국은 1917년에 정한 매킨리라는 호칭을 2015년 8월에 데날리(거대한 산)로 변경했다. 호주는 1993년 세계의 배꼽으로 불리는 에어스록을 원주민 명칭 울룰루(위대한 돌)로 병기한 바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국명 자체를 마오리어에서 따와 아오테아로아(길고 하얀 구름의 땅)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있다. 이 같은 지명 변경과 병기 노력에는 마이너리티의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기억하자는 머조리티의 공존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산과 바다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령에 국제적 구속력은 없다. 미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다고 해서 한국에는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당신에게 그 산과 바다의 이름은 무엇인가. 우리는 포섭적인가, 배타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