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펌
억새
오래전 6. 25사변 때 이야기다.
서울이 빨갱이들에게 점령당해 우리 가족은 외갓집으로 피난을 갔다.
경기도 광적면 가래비 삼거리에서 30리 들어가 산 산 산을 넘어
산 속에 동네 몇 집이 폭 파묻혀 있다. 그야말로 피난처다.
나는 외사촌들과 어울려 논두렁, 밭고랑을 따라다니며 풀꽃도 뜯고
논둑 위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골 생활은 수월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낫질을 잘 못해 몸에 상처도 입었고
지게를 져도 지게가 몸에 붙지 않아 뒤뚱거렸다.
그래도 아버지는 묵묵히 일했다.
그러나 큰일이 터졌다.
시골 생활한 지 얼마 안 되어 엄마가 등창을 앓는다.
전쟁 때라 의사도, 약도 구할 수 없었다.
온 식구들은 산으로 들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나뭇잎, 풀잎을 뜯어 즙을 내고 나무뿌리를 캐어 약을 만들어 썼다.
그러나 엄마의 병은 낫지를 않았다.
엄마는 할머니 나이 마흔이 넘어서 얻은 귀하디 귀한 막내딸이다.
그 딸이 지금 눈앞에서 심하게 앓고 있다.
할머니는 무당 집도 찾아가고 산신령님께 날마다 치성도 드렸다.
그래도 엄마는 점점 더 심하게 앓았다.
할머니는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자
하루는 약을 달이다 말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네가 왜 내 앞에서 죽어 가느냐.“고 통곡을 하다 실신했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소리 없이 입술이 으스러질 정도로 꼭 깨물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앞날을 모르니 한밤중에 나와 동생의 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다음 날 꼭두새벽에 곡식 몇 말을 자전거에 싣고 서울로 향했다.
아버지는 어렵게 사람의 눈을 피해 서울 종로에 사는 친척 집을 찾아 약을 구했다.
아버지는 재빨리 서울을 나오려는데
미아리에서 누가 “이봐."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부르는 사람은 인민군이었다.
아버지는 인민군에게 끌려가 시키는 대로
산같이 쌓인 시체를 딴 쪽으로 옮기는 일을 했다.
시체의 핏물과 썩는 냄새를 온몸에 적시며 일이 끝날무렵 해가 뉘엿뉘엿했다.
인민군이 벌벌 떨고 있는 아버지에게 가도 좋다고 했다.
정신없이 아버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루에 쓰러졌다.
아버지는 약을 내놓았다.
그 주사약이 바로 ‘페니실린’이다,
그렇게 무섭게 앓던 엄마는 이 주사 3대 맞고는 병을 털고 일어났다.
엄마가 살아났다.
아버지는 며칠 밤을 그 시체 치우던 생각을 하며 무서워 몸을 떨며
다시 숨을 곳을 찾아 더 깊은 곳으로 떠난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딸이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미처 몸을 추스르지도 못했는데
또 먼 길을 떠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할머니는 온 식구를 들들 볶아 뱀을 잡아 오게 했다.
할머니는 ”내 자식을 살려야지“ 하면서 뱀을 가마솥에 고왔다.
엄마는 커다란 구렁이를 세 마리나 먹고 기운을 차렸다.
외갓집을 떠나는 날
식구들의 배웅을 받는데 연로한 할머니도 따라 나셨다.
늦가을이다.
산등성이에는 억새가 무더기 무더기로 퍼져 있었다.
억새의 머리털은 햇살 아래 발광체같이 흰빛이 사방으로 퍼져 눈이 부셨다.
날이 차도 할머니는 끄떡도 안했다.
바람이 세게 분다.
풀이 땅 위로 눕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억새도 흔들렸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며 울었다.
할머니는 몸을 흔들며 억새보다 더 흰 머리털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온몸이 흔들리며 머리털을 바람에 날리는 할머니는 이미 억새다.
엄마와 할머니의 인연은 그곳에서 마지막이 되었다.
나중 소식에 할머니는 딸과 이별 후 며칠 뒤 돌아가셨다고 한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아버지도 엄마도 가셨다.
나는 가을이 되면 옛 생각이 나서 간간이 할머니가 서 있던 산등성이를 찾는다.
그곳은 지금도 억새가 무리져 있었다.
바람이 불자 억새는 여전히 흰머리 털을 날리며 “싸악. 싸악” 소리를 낸다.
나는 그 소리가 "딸아 내 딸아.“ 하는
목이 쉰 할머니의 애절한 목소리로 들린다.
나는 아버지, 엄마, 할머니를 그리며 옛날 그 자리에 서 있다.
눈물이 흐른다. 몸이 흔들리고 머리칼이 날린다.
이번엔 내가 억세가 되려나 보다.
첫댓글
시냇물 흐르듯이
거침없이,
가식의 꾸밈 없이,
세월의 강을 건너 아름답게,
애절하게,
흘러 흘러 갑니다.
내 손 잡고
우리들 함께
어깨동무 하고,,,,,,,
이래서 제가
낭만님! 낭만님! 합니다.
해뜨는 아침이 참 좋습니다.
축복의 날
고맙습니다.
_()_
아. 무이님. .
무이님의 댓글을...
바라건데 이 겨울 감기 걸리지 마세요
오늘 웬 지 제 가슴에 싱그러움이 흘러 넘칠 것 같아요,
내가 간간이 무이님 글 훔쳐다 쓰는 것 아세요,
어느 글에도 삶은 살아내려는 몸부림이라는 글귀를 인용이라는 표도 없이 썼지요,
지금 글의 내용 속 삶도 저도 무이님도 살아내려고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겠지요,
감사합니다.
한많은사연 가슴 아품이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놀래 셨을까요
다시는 전쟁을 없어야 하는데 무섭습니다 전쟁중에 있는나라
우리 시대는 잘살고 있는데...후손이 걱정입니다
무사 무탈 하며 살고 갔으면 합니다 남은시간 건강만 하십시요
금은화님 인사를 올립니다.
전 아주 어렸을 때 겪은 일인데 지금도 그 추억은 잊혀지지 않고 더욱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리 숨어 다녔어도 결국 전쟁 현장에서 죽은 시체를 타 넘고 다녔지요,
정말 우리 후손은 제발 그런일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올립니다.
금은화님 찬 날씨에 감시 조심하십시요,
댓글 감사합니다.
억새의 슬픈사연
가슴 깊은곳까지 아러오는 느낌.
그리움 보고픔 같이 오네요.
이제야님 인사를 올립니다.
이 때쯤 억새를 보면 옛날의 슬펐던 일이 생각나 이 글을 올립니다.
늙었어도 그 당시 그 언덕에서 보던 외할머니와 엄마의 정경이 생생해져 다시 올라가고 싶어요.
이제는 다 그리움 뿐이지만
날씨가 찹니다.
이제야님 감기 조심하세요,
내가 겪은것처럼 가슴이 뭉클합니다 할머니의 그마음이 지금의 우리들
마음 이겠지요 은색의 억새풀이 할머니의 모습인듯
낭만선배님 이계절에
오랜추억은 누구나 한번은 있을법한 계절의 앓이 겠지요
안단테님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억새를 보면 늘 애달펐던 그 때의 생활이 어김없이 회상됩니다./
그러고 보면 또 글을 쓰고...
지금은 살기 좋은 세상 그런 아픔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초겨울 억새를 보며 오랜 추억에 감겨봅니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되새김질 해 봅니다
억새같이 질긴 민족혼앞에 숙연해 집니다
오개님 와 주셨네요,
우리 시대가 겪었던 아픔이지요
산 증인이라도 되듯 억새는 여전합니다.
이 억새를 보고 옛생각이 나서 몇자 쓴 글입니다.
늘 건강하소서...특히 감기 조심하십시요,
낭만 선배님의
사실적 이야기를
읽으며
그 시절의 상황을
그대로 보는듯 했습니다
낭만선배님
거친 인생길 걷드라도
부드러운 억새처럼
꺽이지 않고 아름다운
꽃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신종철님 요즘 생활은 어떠신지요,
신종철님의 말씀대로 부드러운억새처럼 꺾이지 않고
아름다운 꽃길을 걷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요즘 특히 감기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현장이 눈에 보이는듯 가슴아프고 절박했든 옛이야기를 보며 피란시절이
생각 납니다
네 진골님
진골님께서는 어리셨을 망정 당시 상황을 잘 아실 것입니다.
참으로 절박하고 힘들었었지요.
지금도 억새를 보면 당시에 상황이 떠올라 눈물이 납니다.
늘 건강하시고 감기조심하십시요,.
자식을 앞 세우지 않으려는 할머니의 강인한 모성애를 엿 봅니다.
세월은 흐릅니다. 영원히~ 우리 모두에게....
네 청록님 우리할머니는 대단하셨지요
큰 구렁이를 삶으면서 자식을 살려야 한다고 솥뚜껑위 무거운 것을 올려 놓으시고
국물을 내어서 엄마를 드리던 생각이 납니다.
그 모성애는 세상 무엇보다 강인할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특히 요즘 감기 조심하십시요
가래비 삼거리... 낯익은 우리 옆동네 지명이네요
저는 직접적인 6.25 경험이 없는 세대네요
영화나 책 등을 통해서 접하기는 하지만. 반공정신은 투철합니다 ^^*
둥그런 세상님
제 외갓집이 광적면 효촌리입니다.
이 글의 내용도 그 곳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외갓집을 갈려면 늘 가래비 삼거리에서 뻐스가 쉬었다 가지요.
제게는 꿈결같이 보내던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있는 곳입니다.
늘 감악산 이야기를 하실 때마다 제가 향수를 느끼기도 합니다.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낭만 아... 효촌리가 외가 동네군요?
허씨 집성촌이고 우리 동네랑은 면이 다르지만 한동네나 마찬가지네요
반갑습니다 ^^
@둥그런 세상 맞는가는 모르는데 당시에도 허씨 성가진 분이 계셨어요.
전 둥그런세상님께서 간간이 감악산을 오르실때면 늘 어머니가 즐기신 던 곳이라
마음이 가곤 했었어요,
어머니 마지막도 감악산에서,,,
세상님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가슴이 찡 합니다.
낭만님 할머님과 아버님의 마음이 어땠을까..........
가래비 삼거리 아저씨 들어오셨어요,
당시에 우리 아버지 마음 고생이 심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더 말도 못하셨어요,
엄마와 헤어지고 얼마 안 있다 할머니가 가셨다고...
늘 전설 속에 나오듯한 이곳을 찾으면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젖곤 하지요,
억새 밭에
서 계시는 할머니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 의 모습이 오버 랩 됩니다
한편의 영화 를 보네요
늘 건필 하셔요
우리 외갓집은 지방버스를 내리면 산 산 산을 넘어가요
그 산등성이에는 억새가 함빠 꽃을 피우고 있어요
바람도 많이 부는 날이면 억새는 쏴아 쏴아 소리도 내죠
그 소리를 들으면 애달펐던 내 할머니 목소리 같아요.
이제는 아무데서도 무리져 우는 억새소리를 들으며 그 장소에서 울던 억새소리가 생각나요.
그리움으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억새소리를 듣곤 한답니다./
날이 찬데 감기 조심하세요.
누나야 무슨 그런말씀을
할무이 엄니야 시대를 잘못타고나 돌아가셨다지만 이좋은세상 어찌 그리 슬픈말씀을 하시옵니까
그냥 양주 산속에 계셨더라면
할무이도 무사했을거란 생각에 갠실히 맘이 무거워지네요
지존님 내가 차를 안 팔았으면 한번 방문해
봉지 커피 맛을 보았을 거예요.
산 속 생활하는 분의 소박한 생활도 볼 겸해서
늘 건강하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여친은 진전이 안됐나요,
같이 살면 안되요? 하여간 겨울 잘 지내요,
낭만 선배님,,
이런 슬픈 사연이 있으셨으니,,
우리 세대 들은 공감을 하지요
억새를 보며,,얽힌 어릴적 아픈 기억들(추억)~~
낭만 선배님
여수에서 서울 올라오는 버스안에서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없는 감옥인가(..박재란 노래)
눈감고 시침이 뚝 띠시고~~
간들 간들 춤을 추시며
노래 부르시는데 다들 깜놀?!ㅎ
특히 한방에서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은 우리들(3명),,
故김옥길 (이화대) 전 총장님 이
파티석에서 댄서의 순정을 불러
주위 분 들에게 짙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는...
얘기도 있듯이
낭만적이고 소녀같은 낭만님이
그런 슬픈 기억이 있으심을.....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
한권의 단편을 읽은 느낌임다
선배님 건강하시고 낭만의 시간만이
있으시길요,,,^^*
우리 후세들에게는 그런 아픔의
전쟁은 겪지 말아야겠어요
리릭님 영원한 벗 리릭님.
이번 여행의 참신한 사건은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마마님과 함께 창작 연출한 이미지.
정말 제 역사상 남길 만한 우아한 분위기의 작품이라 할 수있죠
억새 이야기는 참 세월이 오래됐죠.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므로 남녀노소 다 같은 이념으로
우리 후세를 전쟁으로 부터 안전하게 지켜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수 다녀온 후 기글에 정하나님이 댓글을 주셨어요,
제 느낌대로 어딘가 정적으로 신중하고 세밀하게 일 처리를 해주신
또한 사실이라 제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수 여행을 잘 보고 놀고 먹고 잘 자고 왔다고 감사의 답글을 올렸어요.
리릭님. 늘 건강하소서 그리고 세월이 가도 그 총명함 그 고운 모습 그대로 이시길 바랍니다.
읽고 또 읽어 봅니다
낭만님...
어찌 그리도 가슴 아픈 일들을
겪으셨을까요 ..
에혀...억새만이 무심히도 그 아픔을
쓸어내리는군요..
외할머님의 진한 사랑에
감동합니다 ..
건강하고 행복하시길요 _()_
곱고 정겨우신 빨강님 들어오셨네요
빨강님.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세월을 초월해서 부모님의 사랑은 신의 사랑일 것입니다.
종교의 신은 말을 안 들으면 무서운 형벌도 내린다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 형벌을 자식 대신 받겠다고 할 정도의 위대한 사랑입니다.
할머니가 보여주신 사랑도 그런 차원일 것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그대로 예쁜 모습이시길 기원합니다.
할머니의 恨과 슬픔이
하얗게 바래어
한 알, 한, 알 흩어져
늦가을 하늘로 날아 가네요.
바람에 부대껴도
억새는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縁과 縁을 이어줍니다.
아우라님 닉의 느낌이 참 곱습니다.
더군다나 주신 댓글이 한편의 시. 서정시라 더욱 고우신 이미지를 주십니다.
어느 때나 자식 사랑은 거룩하다 할 수 있죠.
할머니가 엄마를 살리려는 그 노력은 대단하다 못해 고귀한 사랑이었죠
아우라님 날이 찹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특히 날이 찹니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