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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려는 일들의 가장 중요한 동기다. 치열한 경쟁, 무리에 순응하라는 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나 고독한 순간을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벗과 타인의 격려가 그리워 사회로 돌아온다. 의도적인 배척과 따돌림은 타인에게 신체적인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형벌이다. 숲으로 탈출했다가 돌아온 시베리아은색여우처럼 우리는 언제나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왜 집단이 그렇게 중요하고,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렇게 신경 쓸까? 이 책은 ‘인간의 뇌가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인간의 뇌는 우리를 사회적 인간으로 만들도록 진화했다.
/ 프롤로그 ‘왜 인간의 뇌는 줄어들었는가’ 중 pp. 19~20
인간에게 출산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가설이 또 있다. 출산이 더 어렵고 위험한 행위가 되자 인간은 분만 시 타인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이것이 인간이 자신을 길들이기 시작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아기를 낳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산파’라는 존재가 인간의 사회성 발달에 기여했을지도 모른다. 새끼를 낳을 때 도움을 받아야 하는 동물은 없다. 인류 역사 초기에 나타난 이 특징은 인간의 삶이 친사회적 상호 관계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 이처럼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출산 형태는 연민, 이타주의, 신뢰, 그 밖의 인간의 문화적 길들이기의 행동적 토대가 되는 ‘사회적 교환(Social Exchange)’의 초기 행동으로 볼 수 있다.
/ 1장 ‘‘사회’라는 환경을 탐색하다’ 중 p. 43~44
미어캣 같은 다른 동물은 잠재적 위협을 알리기 위해 고개를 돌려 동료의 주의를 끌 수 있다. 고릴라는 누군가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위를 위협으로 해석한다. (……) 반면 인간은 눈빛에서 교미와 폭력 외의 의미를 읽어내는 유일한 종이다(앞에서 말한 ‘길든 개’는 중요한 예외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이용해 ‘관계의 성격’을 해석한다.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는 시선을 교환하고,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서로를 응시한다. 그래서 길거리, 특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친 순간 참을 수 없이 어색한 것이다. 모임에 가면 주위를 둘러보고 공동 주의 패턴을 관찰해 보라. 이것만으로도 누가 누구와 서로 좋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 2장 ‘뇌는 어떻게 결정을 내리나’ 중 p. 91
우리는 생의 초반부터 ‘통제’와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아기들도 규칙성과 예측 가능성을 선호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소음, 불빛, 움직임에 놀라는 것이다. ‘뇌간(Brain Stem)’은 신체의 필수 기능을 조절하는 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이다. 뇌간이 제어하는 ‘놀람반사(Startle Reflex)’라는 반응이 있는데 이것은 아이에게 충격을 주었을 때 나타난다. 신생아가 어떤 일에도 깜짝 놀라지 않으면 신경계 손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예측 가능성은 아기가 다른 사람과의 일치성을 배우기 시작할 때 수반적 행동(Contingent Behaviour)(특정한 자극에 수반되는 행동, 또는 특정 상황에서 기대되는 행동-옮긴이)을 보이도록 토대가 되어준다. 외부 사건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아기가 자라는 가정환경은 예측할 수 있고 덜 위협적인 편이 바람직하다.
/ 3장 ‘유전인가 환경인가’ 중 pp. 123~234
집 밖으로 탐험을 떠났던 쥐들은 나이가 들면 집으로 돌아와 잠재적 위험을 피한다. 이러한 반응을 ‘사회적 완충(Social Buffering)’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버티는 것도 사회적 완충의 하나다. 문제는 바로 이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과 위험의 근원일 때 생긴다. 둥지로 돌아온 새끼 쥐는 코르티코스테론의 스위치가 꺼지므로 어미가 어떤 괴물이 될 수 있는지 잊어버린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지만 지속적인 학대가 일어나는 상황보다는 그 정도가 덜하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학대를 당하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이 불확실한 미래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악마가 낫다(Better the Devil You Know)’라는 속담이 생긴 것이다.
/ 3장 ‘유전인가 환경인가’ 중 p. 135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자아가 고갈될 수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으면 안 되고, 직원을 해고해야 하고,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견디는 것 모두 자아 고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은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 더 자아 고갈 상태가 된다. 따라서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배우자나 연인과 더 쉽게 다툰다. 덜 관대해지고,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핑계로 배우자를 탓하게 된다. 자아 고갈을 경험할 때 우리는 즉석식품을 먹고, 술을 마시고, 또 전반적으로 자제력을 잃는다. 유혹에 굴복할 뿐 아니라 금단의 열매를 향한 욕망도 커진다.
/ 4장 ‘내 생각과 행동의 주인은 누구인가’ 중 p. 193
어린아이들은 대개 ‘소유권’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부딪친다. 아이들이 또래와 벌이는 말다툼의 약 75%가 소유에 관한 것이다. 어떤 장난감이 다른 아이의 소유가 되는 순간 유치원생들은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위’와 연관된다. 어릴 적 이런 싸움은 어른이 되었을 때 겪어야 할 현실에 대한 맛보기 같은 것이다. 많은 사회, 특히 서구 문화에서 ‘소유’는 ‘자기 정체성의 지표’이고 이는 목숨을 걸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차량 절도범들이 차를 훔쳐 가는 것을 막으려고 앞을 가로막고, 달리는 차의 보닛에 매달렸다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정신이라면 절대 생각조차 하지 않을 행동들이다.
/ 5장 ‘우리는 원래 악하게 태어났나’ 중 pp. 205~206
초기 인류를 규율이 지배하는 사회로 몰고 간 협동과 협업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해 진화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수렵과 채집을 할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오늘날에도 우리는 사회 친화적 행동의 감정적 결과로서 뇌 깊숙이 박힌 ‘의무’라는 짐을 지고 다닌다.
/ 5장 ‘우리는 원래 악하게 태어났나’ 중 p. 236
사이버볼 연구는 인간에게 얼마나 쉽게 사회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배제되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가? ‘통증’이란 몸에 상처가 났거나, 손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다. 사회적 고립이 사람에게 너무 해로우므로 따돌려질 위험에 처했을 때 뇌에 미리 경고하는 메커니즘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통증으로 입력되어 자신을 쫓아내겠다고 위협하는 사회적 상황에 복귀하기 위한 대처 메커니즘을 가동시킨다. 자신이 따돌림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 우리는 사회적으로 환심을 사려는 전략을 활성화한다. 평소와 다르게 남을 더 돕고,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다. 잘못이 그들에게 있는 경우에도 아첨하고, 의견에 동조하고, 굽신거린다.
/ 6장 ‘갈망에 관하여’ 중 p. 282~283
만약 사람들에게 당신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성공’을 언급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원하지만 이를 성취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공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정의된다. 심지어 ‘물질적인 부’와 ‘소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집단 내에서 높은 지위를 획득하도록 해주는 성공의 과시적 요소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원한다. ‘명예’나 ‘악명’ 같은 비물질적 성공과 실패 역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길 바라며 글을 쓴다. 모든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모든 가수와 배우가 대중을 원한다. 모든 정치인에게는 지지자가 필요하다. 심지어 혼자 날뛰는 총잡이조차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움직인다. 이제 인류는 방법에 상관없이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서 유명해지길 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 6장 ‘갈망에 관하여’ 중 p.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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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만 년 사이, 인간의 뇌는 15%나 줄었다”
길들여진 뇌와 눈치 보는 인간,
78억 사피엔스의 만들어진 본성에 관한 압도적 통찰
지난 2만 년 동안 인류의 뇌는 15%나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테니스공 하나 정도의 뇌를 잃은 셈이다. 인류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후 뇌는 줄곧 커졌고, 우리의 문명도 발달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하늘을 날고, 바다를 탐사하며, 화성에 가서 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뇌가 작아졌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뇌의 크기와 지능이 애초에 서로 관련 없는 요소라면?
하버드, 케임브리지, MIT 교수를 역임하고 브리스톨대학교 인지발달연구소의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인 브루스 후드는 ‘뇌가 클수록 똑똑하다’라는 사회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78억 인류의 정체를 재정의한다. 브루스 후드는 영국 최고의 대중 과학 행사인 영국과학축제(British Science Festival)와 과학의 대중화를 이끄는 영국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의 ‘크리스마스 강의(Christmas Lectures)’ 등 다양한 곳에서 발제를 맡으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해 왔다. 그의 세 번째 책인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The Domesticated Brain)》는 인간의 뇌가 지난 200만 년간 어떤 식으로 커지고 또 작아져 왔으며, 작아진 뇌가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400여 건의 실험과 사례를 이용해 밝힌다.
왜 인간은 ‘좋아요’에 집착하게 되었나? 왜 인간은 페라리를 제작하게 되었나? 왜 인간만이 부끄러울 때 얼굴을 붉히고,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손해를 감수하고도 타인을 응징하려 하나? 우리의 작아진 뇌에서 답을 찾은 이 책은 영국 출간 직후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며, 브루스 후드는 동 주제로 영국 왕립예술협회(Royal Society of Arts), 왕립학회(Royal Society), 첼튼엄과학축제(Cheltenham Science Festival) 등에서 강연했다.
과연 인류는 진보 중인가 퇴화 중인가. 우리의 뇌가 변화해 온 과정을 알면 우리의 미래상 역시 알 수 있다. 이제 브루스 후드가 내민 현미경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는 우리가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그 해답이 나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WxVlEb2Ss
“그 사람은 왜?” “나는 왜?”
400여 건의 실험과 사례로 밝히는 인류 행동의 모든 것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치고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기억하는가? 코로나가 덮치기 이전은 그야말로 ‘혼자의 시대’였다. ‘함께’에서 오는 피로를 호소하며 ‘자유’, ‘1인’, ‘퍼스널’, ‘개인주의’라는 키워드가 떠올랐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과의 접촉이 단절되자 우리는 비로소 깨달았다. 인간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인류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뇌가 작아졌다. 인류는 수렵과 채집, 사냥을 하며 길 찾기에 관련된 뇌 부위가 발달했고, 식습관의 변화까지 겹쳐 점차 뇌가 커졌다. 그런데 그 이후, 아프리카의 기후 변화로 숲이 줄고 초원이 늘어나자 천적들에게서 빠르게 달아나기 위해 직립 보행을 시작했다. 골반과 산도가 좁아진 탓에 인간은 누군가 도와주어야만 출산할 수 있게 되었고, 생물학적으로 미숙한 아기를 낳게 되었다. 자연히 인간의 유년기는 길어졌고 이 기간에 아이는 무리에서 배척되지 않도록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졌다. 테스토스테론은 동물의 공격성과 지배 성향을 좌우하는 호르몬으로, 단백질 합성 과정을 도와 근육과 각종 기관을 크고 튼튼하게 만든다. 이 수치가 줄어들면 당연히 뇌의 크기도 작아진다. 오랜 군집 생활의 결과, 우리는 테니스공 하나 정도의 뇌를 ‘스스로’ 잃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누군가와 연결될 필요가 없는 지금, 우리는 작아진 뇌의 유산으로서 여전히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갈구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자가 격리를 견디지 못하고,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 배척되었을 때도 괴로워하는 이유다. 우리가 매일 밤 이불 속에서 하는 고민에는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해답은 대부분 우리의 ‘작아진 뇌’에 있다. 브루스 후드가 안내해 준 400여 건의 실험과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떤 식으로 변해왔는지를 알면 무엇이 과거의 유산으로서의 행동이고, 무엇이 지금 내게 필요한 행동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밤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했던 많은 질문에서 자유로워진다.
우리의 뇌는 더 커질 것인가 작아질 것인가
뇌를 통해 예측하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
‘뇌가 작아졌다’라는 사실은 단순한 팩트다. 하지만 이 팩트가 의미하는 바를 추적해 본 사람은 인류의 다음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인류는 이제 전혀 다른 세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백신 접종 이후 대면 사회로 회귀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세상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기억하면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서 시작해 뇌과학, 신경과학, 사회심리학, 후성유전학 등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뇌가 작아진 이유와, 그 결과 인간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게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1장에서는 뇌가 어떻게 사회라는 환경을 탐색하고 자신을 어떻게 길들여 왔는지 그 진화 과정을, 2장에서는 뇌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인지하고 결정을 내리는지 그 메커니즘을, 3장에서는 우리 뇌가 유전적으로 어떤 기능을 가지고 태어나며 후천적으로는 무엇에 의해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4장에서는 작아진 뇌가 어떤 식으로 우리를 통제하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5장에서 우리의 길들여진 도덕 본능을 이야기하고, 6장에서는 인류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밝혀낸다.
자, 앞으로 우리의 뇌는 더 커질 것인가, 아니면 더 작아질 것인가? 그 해답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본성이라고 믿는 것들은 거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온 것이며, 우리는 달라진 시대에 발맞추어 또 자신을 길들여 가며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인류는 어떻게 자신을 길들여 갈 것인가. 이 책을 본 사람만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두 번 다시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과거와 같은 눈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