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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writer. 브로콜린
14
정식으로 남자와 단둘이 만나는건 처음이었다. 옷을 어떻게 입어야할지, 기초화장이라도 해야 되는건지의
걱정은 없다. 그년 애초에 그런쪽엔 무지했다.(일부러가 아닌 체질상) 은오는 코트를 여미고 발을 동동
굴렸다.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온다. 그녀의 코 끝이 빨갛다.
몇일 전 양호실에서 약속을 취소하자 먼저 청해온 녀석. 당연히 은오의 부상때문이었다. 깁스로 나다니기엔
무리가 있다며 나중으로 미루자는 진권의 말에 은오는 알았다고 하려 했다. 그가 말은 그렇게 해도 기대가
컸음을 알고 있어 모른체 할순 없었다. 지금에야 걱정으로 실망을 덮어도 수면위로 실망이 들어나는것은
금방이다.
그래서 ‘괜찮다’고 해버리고 그 뒤 현재에 이르렀는데, 그는 약속시간 1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바람 맞은건가.
결국엔 안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잠깐, 잠깐!”
멀리서 울리는 부름은 진권의 목소리다. 은오가 뒤를 돌아보자 진권은 자전거의 페달을 밟더니 급브레이크
로 자전거를 세웠다. 세우자마자 자전거를 거칠게 내팽겨치고는 뛰어와 숨을 고른다.
“헉헉, 미안. 조진강 씨발ㄴ, 아니, 형 때문에.”
허겁지겁 무마하지만 이미 신랄한 욕을 들어버린 뒤다. 오늘도 제대로 풀리지 않는 자신의 말솜씨에
괴로워하며 자학했다.
“정확히 16분 늦었어.”
“그, 그게 그러니까. 왜 늦었냐면-”
진권이 어쩔 줄 몰라 울상이다.
쩔쩔매면서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진권을 보니 약속시간에 늦어 화가 난었던것은 조금 누그러졌다. 즉각적인
반응과 적나라한 감정의 표출은 예상외로 싱싱했고, 귀여웠다. 이상한 마력이 있는 남자다. 그녀가 감정
에 구속시켜 한계까지 이르는 사태가 될 때, 그는 그 사태에 이르기는 커녕 수직선상의 시작점을 그리기도
전에 모든걸 표현할 것이다. 한번은 용서해주자.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자, 그는 다시 싱그럽게 웃었다.
무표정이나 인상을 쓰고 있다면 쭉 찢어진 눈이 강조되어 한 성질하게끔 보이는 인상을 가진 그는
활짝 웃으니 정반대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주위 공기가 초록빛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지는것처럼 화사
하다. 길게 그려진 눈꼬리가 쳐지면서 반달이 되고 하얀 이가 도드라지게 웃는다.
남자가 눈웃음도 칠줄 알다니 보면 볼수록 묘한 남자다.
그제서야 바닥에 내팽겨친 자전거를 일으켜서 페달을 안장을 탁탁 쳐서 먼지를 털어냈다.
“왠 자전거야?”
“형꺼. 못끌고 나가게 해서 쌔벼…ㅅ, 잠깐 빌렸어.”
“너 원래 다른거 타지 않니?”
“어?! 너, 알고 있었어?”
“…그냥, 언뜻 본거 같아서.”
“눈썰미 있네.”
그는 기쁜 듯 했다.
눈썰미 있는게 아니라 당연한거지. 조진권은 서문혁의 최측근이다. 문혁이란 남자와 어울린다는것은
고로 문혁 못지 않게 어둠의 길을 걷고 있는것을 의미한다. 흑과 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패를 알수
없기에 어쩌면 문혁보다 더 어려운 남자다. 10대 불량 청소년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그들 무리 중
한명인 진권이 건전하게 자전거라니, 정말 우습지도 않은 조화다. 사실 그들 중 제일 불량아는 조진권
이니 말이다. 실제로 바이크를 타고 지나가던 그들을 보기도 했고, 그것을 마당 중심에 전시하듯 세워
놓고 2층에서 크게 음악을 틀고 놀아 소음 때문에 공부를 설친적도 있었다. 그러니 왜 모르겠는가.
“그냥 타고 오지. 왜 이걸 빌려서 고생을 해.”
“하잖아…”
“?”
“위험하잖아. 네가 타는데….”
배려인가. 진심이 스며들었다. 순박하고 순진하고 사려깊다. 이런 남자였나- 조진권이란 남자는.
진권은 말을 하고선 얼굴을 붉혔다. 홍당무처럼 빨개지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얼굴도 빨개졌고 그
중 귀가 유난히 빨개졌다. 편한 후드티에 도톰한 면바지, 사복을 입혀놓고 보니 그냥 교복을 입은것
보다 훨씬 앳띄어 보이는 얼굴이다. 그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최대한 얼굴을 숙이고 안장으로
올라타더니 뒷자석에 타라 손짓했다. 뒷자석에 앉고선 그의 옷을 잡았다.
출발신호같은게 일을리 없어 출발할 때 쏠리는 몸에 의해 반자동적으로 손과 팔로 진권의 허리를 살짝 두르자,
“젠장… 이것도 타면 안되겠다.”
“?”
“위험한건 마찬가지야.”
“…”
진권의 목소리는 유난히 떨리고 있었다.
**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새로 생긴 영화관이 있다는것도, 스크린이 이렇게
컸다는것도 은오는 이제야 알게 되어 그동안 문화생활을 얼마나 등한시 했던가에 대해 깨달았다.
예매된 영화 티켓을 보았다. 솔직히 영화 내용이 어떻게 됐던가에 관심이 있는건 아니었지만 진권
이 어찌나 열심히 설명하는지 예의상 들어주고 있었다. 예매 시간은 앞으로 30분. 시계를 보던 진권이
팝콘 먹을래? 하고 물어 왔다.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싫다고 하기도 전에 이미 진권이 일어나서 팝콘을
사러간 터였다. 할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뻔한 내용의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 강력추천을
외치던 조진권.
그가 들뜬 이유는, 영화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영화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던 그녀는 일어나 서성이다 손이
나 씻고 오잖 생각에 화장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흐르는 물줄기에 손을 내밀어 맡기고 좌우상하로 가볍게 씻고 탈탈 털고는 티슈를 집어 닦고 있는데
가깝게 휘유- 휘파람이 들렸다. 익숙한 향기와 함께. 문득 거울을 보았다. 거울 안에서 문혁이
잔인하게 웃고 있었다.
“쉿.”
환상이 아니다. 문혁이다!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 끝에 대며 침묵을 강요했다. 여긴, 여자
화장실이란 말이다. 불안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의 히죽이는 입술끝을 보고 있자면 그는 현재
정상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적색신호가 깜빡였다. 은오가 주먹을 그러쥐었다. 문혁은 재밌어
죽겠단 표정이다.
손에 잡힌 장난감을 어떻게 데리고 놀아야 될지, 아니면 부숴야 될지에 대한 고민으로 희열을 만끽한다.
“여긴 어떻게…”
“네가 날 우롱하고도 무사할줄 알았어?”
“…서문혁.”
“설마 내가 가만히 있을꺼라 생각한건 아니겠지?”
“이러지마! 끝내자고, 이제 안할꺼라고 말했잖아.”
“누구 마음대로?”
“!!”
“시작도 끝도 내가 정해. 건방지게 네가 감놔라 배놔라 하지마.
기어오르는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소리 지를꺼야. 못할줄 알…?!”
악바리로 지르던 말을 마저 하지 못한건 문혁이 거칠게 입을 막고 화장실 구석으로 끌고
들어가서였다. 팔이란 팔을 흔들고 끌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문잡이를 잡고 버텨봤으나 반항은
미약했다. 강인한 남자의 힘을 이길수 없었다. 발버둥을 칠때마다 운동화 끈이 흔들거렸다.
문을 잠그고는 화장실 뚜껑을 내려 강압적으로 앉힌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동작들이었다.
그리고 죄책감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로지 본능과 감정에 충실히 움직이는 사내였다.
찌익- 지퍼를 내리는 소리에 경악했다.
설마 여기서-?!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그는 블리프마저 젖힌다.
“우웁!”
은오는 필사적으로 반대를 외쳤다. 빌어먹게도 몸은 깊은 곳까지 그를 알고 있어 진한 수컷의
향취에 먼저 반응했다. 강렬한 욕망의 늪에서도 한덩어리 남은 이성의 조각이 그녀를 야무지게 다잡아 주었다.
“웁웁!”
“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못알아듣겠잖아.”
‘미쳤어!’
“어때, 자극적이지.”
‘서문혁, 넌 미쳤어!’
“쇼타임이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잡고 거칠게 벌리더니 안정되게 골반에 걸쳐 잡고는 바로 다음 동작에 들어간다.
전혀 풀어주지 않은 그곳이 안됀다고 무식하게 열고 들어오는 그 때문에 은오는 이를 악물었다.
머리에 피가 쏠리면서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늘상 밀가루 모양새라 놀림받던 그녀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하얗게 변할 수가 없을만큼 창백하게 질렸다. 갑작스런 공격으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게다가 또각거리는 힐은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음을 알려 저절로 몸이 굳었다. 당황한 은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젠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어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녀 스스로
입을 막고 입새로 새어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참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걸 알고서도 문혁은
악랄하게 몰아붙였다. 인기척이 사라질때까지 소리를 죽이며 마음속으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차마 입밖으로는 내지 못하는 너에 대한 몸서리쳐지는 이 증오들은, 어떻게 감당해야 될까,
주문처럼 되뇌이는 이 말, 조금만 조금만 더.
'서문혁. 나도 네가- 싫어…'
'정말 미치게도 싫어.'
**
죄송하나이다. [ 자극 ] 을 잊으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분명. 흑흑 ㅜ 어이하자고 20여일만에 돌아왔습니다.
질질 끌다 오긴 했지만 그래도 돌아오겠단 약속은 지켰다는 사실에 뿌듯(퍽).
역시 저는 한번에 확써지다가 안써질땐 확 안써지는 타입 ; 다만 확실한건 확연이 줄어든 양 정도랄까.
다음편은 많이많이많이 꼭꼭꼭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 주식 뺨치는 그래프를 가진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위해 저는 또다시
찾을거랍니다 흑흑 다음편도 기다려주세용 ㅜ ♡
(잊지 말아 주셔요)
응?
곧 올리겠습니당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ㄷㄷ문혁이 써글놈.. 잔인하다 은오가 차갑게 변할만도 하네... 이젠 문혁이를 괴롭힐차례!!!
바꿔말하자면 문혁이 계기가 된거죠. 앞으로도 그녀의 활약(?)을 주목해주세요 !
으아 ㅠㅠ 진짜재밋어요!!!!스토리가 탄탄해서너무좋아요!
꺅 ! 과한 칭찬이십니다. 진짜로 그렇게 거듭나도록 노력할께요 !
아놔 못됫어...난 근데 내 위에님 닉넴보고빵터졋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살포시 웃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문혁이너무못됐따!!ㅋㅋㅋㅋㅋㅋㅋ
못된남자 나쁜남자의 정석이랄까, 제가 보기엔 아직 더 못된남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저도 문혁이 꺅 매력있ㅎ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포인트에요. 그래서 저도 문혁일 미워할수 없어용 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 간단요약하자면 합의랍니다 그 과정이 지금 몽땅 잘려진 채 연재되고 있어 그렇게 보이는건가봐요. 지금편같은 경우는 문혁이 일방적이었고, 조금 더 지켜보면 의문이 풀리실거랍니다 !
첫편부터숨가쁘게다보았습니다.아우작가님 왜이렇게 소설이 감칠맛나는지요...아주그냥..착착..감기는것이...허허허허허 다음편기대할게요^*^
읏흥 오랜만에 인소닷에 들려 이제야 남기네요 ㅜ 감칠이란 단어는 참 듣기 좋은거 같아요 꺅 히히- 다음편으로 고고 해주세요 !
진심재밋써요ㅜㅠ 계속써쥬셍요
아익쿠 재밌게 봐주셨다니 제가 다 감사합죠 !
폭.풍.설.사
컥- 이미 폭풍설사 때가 와버린건가- 나름 손을 놀렸건만 , 손은 말을 듣는데 머리가 말을 듣질 않는것이겠죠 흑흑 ㅜ 다음편 준비되었어요 바로 고고씽 !
이제야 오셨어 ㅠㅠㅠㅠ! 과거얘기 ㅎㄷㄷ......... 브로콜린♥
꺅 하트까지 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해용 !
ㅜㅜ 정말 오랜만이예요!!ㅜㅜ 역시역시 작가님은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다니까요ㅋㅋㅋ
꺅 보람이 있다닝 ㅜ 제가 너무 잠수 탔죠? 일상생활들에 쩔어서 컴퓨터를 할 시간이 없었다는 ㅜ 연재 늦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사와요 !
혁이가자꾸미어질려구해......
혁이는 나쁜남자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움이 쏠리는건 어쩔수 없는 듯 ㅜ
읽으면읽을수록너무재미있어요!!!!!!!
드디어 빠져드시는건가요! 쉽게 읽히고 읽고 나서도 한번씩 생각나는 소설이 되곱은게 제 소망인데 그렇게 느끼시면 더할나위 없겠어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