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서 최초로 폭탄이 투하된 것은 1911년 11월 이탈리아군에 의해서였다. 이탈리아군 조종사 줄리오 가보티(Giulio Gavotti) 중위는 ‘에트리히 타우베(Etrich Taube)’ 단엽기를 조종하여 리비아의 오스만군과 교전을 벌였다. 그는 600피트 상공에서 ‘치펠리(Cipelli)’ 수류탄 4발을 공중에서 투하했다. 그러나 인류 최초의 항공폭탄 공격은 실패였다. 가보티의 폭탄에 부상을 입은 적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가보티의 시도는 공중폭격시대를 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전투기에서 폭탄을 던지는 방법으로 폭격을 실시했지만 폭격만을 담당하는 폭격기들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시 항공기들은 탑재중량이 작아서 대형 폭탄에 의한 폭격은 체펠린(Zeppelin)과 같은 비행선에 의해서나 가능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투기, 공격기, 폭격기 등 항공기 기종이 다양해지면서 드디어 군용으로서 의미 있는 일반폭탄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엄청난 무게의 특수폭탄들도 등장했는데, 독일 공군은 무려 1.8톤짜리 폭탄을 만들었고 영국은 무려 10톤짜리 그랜드 슬램(Grand Slam) 폭탄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100파운드짜리 M30부터 1,000파운드짜리 M34폭탄까지 다양한 일반폭탄을 사용했고, 후기에는 성능이 향상된 M57(250파운드), M64(500파운드), M65(1,000파운드), M66(2,000파운드)을 사용했다. 이 폭탄들은 독일과 일본 등 추축국의 심장부를 타격하면서 전쟁 승리의 견인차가 되었다. 전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을 살려 강력한 Mk 117(750파운드)와 Mk 118(3,000파운드) 폭탄이 등장했는데, 이 폭탄들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폭격에 쓰이면서 맹활약했다.
한편 제트기의 시대가 시작됨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폭탄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선 음속 비행 제트기의 외부에 장착할 장비는 공기저항을 줄여서 속도를 높이고 연료효율을 높여야만 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폭탄과 외부연료탱크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SBD 돈틀리스(Dauntless) 급강하폭격기나 A-1 스카이레이더(Skyraider)를 설계했던 더글러스 항공(Douglas Aircraft)의 수석엔지니어인 에드워드 하이네만(Edward H. Heinemann)도 새로운 폭탄의 설계에 관심을 가졌다.
문제는 기존의 폭탄들이 시험평가용으로 사용하기조차 부적절했다는 점이다. 폭탄의 비행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 AD-1 스카이레이더(추후 A-1 스카이레이더로 재분류)의 외부에 2,000파운드 폭탄을 장착했으나 비행 중에 폭탄의 꼬리날개가 분리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문제의 폭탄은 1925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추후에 해군을 위해 A-4 스카이호크를 개발 중이던 하이네만은 차이나 레이크(China Lake) 해군항공무기센터와 상의하여 새로운 폭탄의 개발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육군항공대(공군으로 분리된 것은 이후인 1947년)는 해군과는 달리, 폭격기의 내부폭탄창에 수납할 수 있는 기존의 뚱뚱한 형태의 폭탄에 만족해하고 있었다. 하이네만은 중량 감소와 내부 공간 확보를 위해 풍부한 설계 경험을 살려 항공역학적으로 적절한 형상을 갖춘 외부장착 폭탄과 외부연료탱크를 설계했다. 이에 따라 ‘에어로(Aero) A1’ 형상의 폭탄이 무게에 따라 네 종류가 만들어져 250·500·1000·2000파운드 폭탄이 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형상으로 150·300·450파운드의 외부연료탱크도 만들어졌다.
이들은 모두 8.3 대 1의 종횡비로 만들어져 형상과 공기저향률이 유사하다. 물론 당시에는 아직 기술이 성숙하지 않아 이 폭탄들이 애초부터 초음속 비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최초로 등장한 폭탄이 Mk 80(Mark 80, 마크 80으로 읽음)이었다. 새로운 설계의 폭탄은 종횡비가 유사하여 250파운드부터 2000파운드까지 유체공학 특성이 거의 유사했다.
한편 1947년 국가안보법이 통과하면서 국방부와 공군 등 주요 국방조직이 정리되면서 각 군별로 개발하던 폭탄도 표준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Mk 80의 얇은 유선형 형상은 항공기에서 운용하기 매우 효율적이었다. 직경이 작은 가느다란 형상 설계로 이중이나 삼중 무장장착대에 장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초음속 기체에서도 운용할 수 있었다. 폭탄의 외피는 얇은 주조강철로 만들어져 폭탄 전체 무게의 40~45%를 폭약으로 채울 수 있었다. Mk 80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250파운드의 Mk 81, 500파운드의 Mk 82, 1000파운드의 Mk 83, 그리고 2000파운드의 Mk 84 등 네 가지로 생산되었다.
베트남전에 이르러 Mk 80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실전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반폭탄 재고량이 많아 Mk 118 폭탄 등이 사용되었지만, 롤링 선더 작전(Operation Rolling Thunder)이 시작될 무렵에는 Mk 80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쓰였다. 베트남전 기간 동안 250파운드짜리 Mk 81 폭탄은 그다지 쓸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미군은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았다.
Mk 80 시리즈는 이후에도 리비아 공습, 걸프전 등 다양한 전쟁에서 사용되었으며, 현재에도 주력 폭탄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폭탄이 등장하면서 Mk 80 시리즈는 버려지기는커녕 더욱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Mk 80 시리즈의 탄체 앞뒤로 첨단센서와 조종핀 등을 부착하여 멍텅구리 폭탄에서 스마트 폭탄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Mk 82 폭탄 장착 장면 <출처: 유튜브 / 미 해군 교육영상>
특징
일반목적용 폭탄(general purpose bomb), 통칭 일반폭탄은 건물, 교량, 벙커, 엄체호나 인마살상용으로 사용되는 항공투하용 폭탄을 말한다. Mk 80 시리즈 폭탄은 LDGP(Low Drag General Purpose: 저저항 일반목적용) 폭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항공역학적 특성을 살려 유선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종횡비는 8.3 대 1로 모든 계열 폭탄이 동일하다. 구형의 ‘뚱뚱한 폭탄(fat bomb)’과 반대로 날씬하다 하여 ‘날씬이 폭탄(slick bomb)’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Mk 80 시리즈는 비유도식 자유낙하폭탄이다. 통상 폭탄 무게의 45% 정도가 폭약으로 채워진다.
폭약으로는 통상 트리토널(Tritonal) 80/20을 사용했었다. Mk 80의 개발 초기에 차이나 레이크 해군항공무기센터가 관여하면서 폭탄 내부의 폭약으로 트리토널 80/20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트리토널 80/20은 TNT 80%에 알루미늄 반응억제제 20%가 혼합된 폭약으로,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이 가능한 장점이 있었다. 트리토널 이외에도 컴포지션(Composition) H6도 많이 사용된다. 콤포지션 H6는 RDX, TNT, 알루미늄, 그리고 염화칼슘이 섞인 폭약이다. 현재는 장약이 IM(Insensitive Munition: 둔감폭약)으로 바뀌어 화재는 물론이고 총알에 관통당해도 터지지 않아 전시에도 안전하게 보관이 가능하다.
화재로부터 폭탄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베트남전 기간 중에는 무려 3건의 항공모함 화재가 발생했다. 1966년 10월 26일에는 오리스캐니 항공모함(USS Oriskany, CV-34)에서 화재로 44명이 사망했고, 1967년 7월 29일에는 포레스털 항공모함(USS Forrestal, CV-59)에서 화재로 134명이 사망, 161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1969년 1월 14일에는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USS Enterprise, CVAN-65)에서 화재로 28명이 사망, 3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3건의 화재에서 피해가 컸던 것은 일반폭탄에 불이 옮아 붙으면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군은 Mk 80 시리즈 폭탄에 발화지연제를 코팅하여 표면처리함으로써 쿡오프(cook-off) 현상으로 인한 2차 폭발을 막도록 했다. 그래서 해군에 납품되는 Mk 80 시리즈 폭탄은 코팅으로 표면이 거칠지만, 공군용은 코팅이 없어 표면이 매끈하다.
Mk 80 계열 폭탄의 파괴력은 1,000파운드 Mk 83 기준으로 살상폭파범위가 28m 정도이고 유효사상반경은 200m 정도다. 폭파구는 약 너비 11m 깊이 8m 정도다. Mk 80 시리즈 폭탄 중에서 파괴력이 제일 큰 폭탄은 Mk 84다. Mk 84는 폭파 시 너비 15m 깊이 11m의 폭파구가 생기고, 살상파편반경은 약 365m 정도로 평가되나, 관통력은 콘크리트 60cm 정도에 불과하다. 한편 Mk 82는 파괴력이 작아 폭파구가 너비 8m에 깊이 2.4m 정도다. 이에 따라 Mk 83/84는 건물, 벙커, 엄체호 등의 파괴에 사용되지만, Mk 82는 주로 인마살상이나 연성표적용으로 쓰인다.
A-10이 투하한 Mk 82 폭탄의 명중 장면 <출처: 유튜브 / WMstuff>
폭탄의 탄체는 통상 주조강철로 만드는데, 열처리나 성형, 연마 등의 과정을 통해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탄체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1985년에 실전배치된 BLU-109/B는 Mk 84와 규격은 같아도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는 관통탄이다. BLU-109/B는 강도가 높은 4340 합금강을 1인치 두께로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탄체의 강성을 높였고, 트리토널 대신 둔감성의 AFX 708 에폭시 폭약을 사용했다. 장갑은 85mm, 콘크리트는 1.8~2.4m 뚫고 들어가는 관통력을 가졌다. BLU-109는 특수목적탄이니만큼 GBU-15나 GBU-27 페이브웨이(Paveway) III, AGM-130의 탄두로 사용된다. BLU-117/B도 관통탄으로 폭약으로는 둔감폭약인 PBXN-109을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BLU-118/B나 BLU-121/B 등 다양한 탄종들이 존재한다.
폭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신관이다. Mk 80 시리즈는 폭탄의 전방이나 후방 어디에든 신관을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기계식인 M904 탄두(전방)신관과 M905 탄미(후방)신관이다. 기계식 신관은 통상 항공기가 150노트 이상 속력으로 비행하면 작동한다. 지연신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 2~18초 사이에서 2초 간격으로 아홉 가지 세팅이 가능하다. 전자식 신관으로는 FMU-139 다기능신관이 있는데, FMU-139는 충격 및 충격지연 기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며, DSU-33 근접센서를 추가하면 근접신관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자식 다기능 탄미신관으로는 FMU-152가 있다. 이러한 전자신관들은 조종석에서도 신관세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후방핀이다. 통상 BSU-33/B(Mk 82 기준) 코니컬 핀(conical fin)을 장착하여 저저항 상태로 고속으로 투하한다. 하지만 저고도로 투하하면 자신이 투하한 폭탄의 파편 바로 위에 자신의 기체가 위치하여 피해를 입고 추락할 수도 있다. 실제 전쟁에서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투하 속도 감소를 위한 특수 후방핀을 장착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베트남전 때부터 사용되던 Mk 15 ‘스네이크 아이(Snake Eye)’ 키트(해군형 분류명은 BSU-86/B)다. Mk 15 ‘스네이크 아이’ 키트를 장착한 Mk 82 스네이크 아이 폭탄은 투하하면 제동날개 4개가 펴지면서 폭탄의 투하속도를 급격히 감소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밸류트(Ballute)’라는 에어백이 장착된 BSU-49/B(Mk 82 기준)가 Mk 80 계열 전반에 사용된다.
그러나 Mk 80 계열 폭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확장성에 있다. 탄체, 신관, 후방핀 등이 잘 규격화됨에 따라 모든 스마트 폭탄들이 Mk 80 계열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Mk 80 멍텅구리 폭탄에 무엇을 결합하느냐에 따라 광전자유도/레이저유도/GPS유도방식의 스마트 폭탄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미사일 내부에 실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