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928)... 김치 22가지 효능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김치의 날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11월 27일 열렸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흰색 가운에 앞치마를 입고 두건을 쓰고 직접 김치를 담갔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김치는 다양한 재료와 양념이 어우러져 숙성해져 먹는 음식”이라며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손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30개 시·군·구 시민과 외국인 근로자, 기업인, 북한 이탈주민 등 20002000여 명이 참가했다.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김장 시즌’이 시작되었다. 최저기온이 섭씨 0도0 이하인 날이 지속되거나, 하루 평균기온이 4도 이하를 유지할 때가 김장 최적기다. 이에 11월 중반부터 12월 중순까지 전국에서 겨우내 먹을 김장 김치를 담그는 이유다.
온 가족이 김장을 하러 부모님 집에 모여 손이 많이 가는 김장을 끝내고 아삭한 생김치에 보쌈을 먹으며 막걸리를 한잔할 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배추 50-10050-100 포기 김장을 하면 ‘월동 준비 끝’이라 하였다. 요즘은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옛날 가난한 시절에는 김치가 겨울철에 유일한 밥반찬이었다.
‘세계로 뻗어가는 K-푸드, 김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세계김치연구소, 대한민국김치협회와 함께 ‘2023 제4회 김치의 날·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김장 문화 등재 1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김치의 날이 11월 22일인 이유는 ‘배추, 무, 마늘 등 다양한 김치 재료 하나(1) 하나(1)가 모여 면역력 증진, 항산화 및 항암효과 등 22가지 이상의 효능을 갖는다’는 특별한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제공한 김치의 효능 22가지는 다음과 같다. 항(抗) 균 효과, 장내 균총 조절 효과, 장 건강 개선 효과, 면역기능 개선 효과, 항(抗) 산화 효과, 항염증 효과, 항바이러스 효과, 혈당조절 효과, 항고혈압 효과, 고지혈증 예방 효과, 항동맥경화 효과, 항비만 효과, 항암 효과, 항돌연변이 효과, 아토피 개선 효과, 피부 건강 개선 효과, 류머티즘 관절염 개선 효과, 근 기능 개선 효과, 항노화 효과, 알레르기 저감 효과, 간 기능 개선 효과, 인지 기능 개선 효과 등이다.
‘김치의 날’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에 탄생했으며, 우리나라에서 식품과 관련해 제정된 유일한 법정기념일이다. 한국인의 영혼을 울리는 소울푸드(soul food)로 자리 잡은 김치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김치(Kimchi)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하다고 할 만한 제조방식으로 만드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醱酵) 식품으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김치의 주요 연혁을 살펴보면, 2002년 6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식품 규격(김치·Kimchi)으로 채택됐다. 2008년에는 미국 건강전문지(Health Magazine)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 우리 정부는 2011년 ‘김치산업진흥법’을 제정하여 김치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김치의 세계화를 촉진했다.
2013년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2017년에는 ‘김치 담그기’가 문화재청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됐다. 이후 김장은 지자체나 각종 단체에서 펼치는 체험·교육·문화사업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부상했다. 해외에서는 김치가 K-푸드 확산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21년 8월 캘리포니아에서 ‘김치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뒤이어 버지니아주, 뉴욕, 워싱턴워싱턴 D.C, 하와이주, 메릴랜드주 등에서도 김치의 날이 선포됐다. 또한 미국 외에 영국 런던의 킹스턴 구, 브라질 상파울루 시,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김치의 날’이 생겼다.
김치 수출국이 2011년 60개국에서 현재 93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김치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김치가 일본,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으로 수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슬로베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우루과이 등 새로운 수출국이 늘어나고 있다. 김치 수출액은 2019년 1억500만 달러에서 2022년 1억 4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10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증가했다.
농식품부에서는 올해 제3차 김치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까지 김치 수출액 3억 달러 달성, 김치산업규모 77조 원 달성 등을 목표로 세웠다. 또한 김치의 품질경쟁력을 압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혁신을 통한 초격차 경쟁력 확보, ▲수출 활성화 기반 확충, ▲고품질 원료의 안정적 수급, ▲가치소비확산 등 4대 전략을 세우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김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일본도 자체적으로 김치를 만들어 ‘기무치’로 상품화했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해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를 상품화하고 김치처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어느 것이 진짜 김치인가’를 놓고 분쟁이 생겼다. 이 분쟁에서 우리나라가 승리를 거뒀다. 즉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함께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200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4차 총회에서 우리나라 김치를 ‘국제규격식품’으로 승인한 것이다.
여기서 김치는 ‘절임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무 등 여러 양념을 섞은 뒤, 적당히 숙성이 되고 잘 보존되도록 저온에서 발효한 제품’으로 국제규격화됐다. 이는 일본 기무치나 중국 파오차이와는 다른 우리나라 김치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특히 ‘발효(醱酵) 음식’이라는 점이 중요한 차이다. 이에 따라 김치가 국제사회에서 ‘Kimchi’라는 영문 이름으로 확실하게 통하게 됐다.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김치를 정작 그 종주국(宗主國)인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김치를 멀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와 햄버거이고,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 김치라는 결과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김치의 종류는 다양하며, 대표적인 김치는 다음과 같다. 김장김치로 많이 담그는 <배추김치>는 배추를 씻어 소금에 절인 후 무채, 고춧가루, 젓갈, 미나리 등으로 만든 양념소를 잎 사이에 채운다. 지방에 따라 양념이 달라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다. 혹자는 ‘배추’는 평생 다섯 번 죽는다고 한다. 즉, 최초의 죽음은 땅에서 배추가 뽑히면서 일어난다.
그리고 부엌칼이 통배추의 배를 가를 때 또 한 번 죽는다. 소금에 절일 때,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되면서 다시 죽는다. 마지막 다섯 번째 죽음은 장독에 담기고 땅에 묻혀 다시 한번 죽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낼 수 있다. 약 30년 전부터 김치 냉장고가 장독을 대체하고 있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김치처럼 깊은 맛을 전하는 푹 익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깍두기>는 무를 깍둑썰기로 썰어 양념을 많이 넣어 버무린 김치이다. 무에 실파, 미나리 또는 연한 무청이나 배추속대를 섞어서 담그기도 한다. <총각김치>는 무청이 달린 총각무(알타리무)를 절여 멸치젓과 고춧가루를 넣어 진한 맛이 나게 한 젓국김치다. 김장 때 배추김치보다 먼저 담가 먹는다. <파김치>는 파를 절여 담근 김치로 멸치적국, 고춧가루, 찹쌀풀을 섞어 놓은 양념에 생강과 마늘을 섞고, 파를 버무린 것이다. 파에 멸치젓갈과 고춧가루를 넉넉히 넣어 담그므로 맛이 진하다.
<열무김치>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과 찹쌀풀을 섞은 양념을 절여진 열무에 가볍게 얹어 섞고 국물을 넉넉히 하여 만든다. <백김치>는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무채, 배, 밤, 잣, 대추, 석이버섯, 표고 등으로 소를 만들어 배춧잎 사이사이에 채워서 국물을 넉넉히 부어 익힌 김치다. <동치미>는 무를 통째로 또는 썰어서 배추, 파, 삭힌 고추, 생강, 배를 넣어 만든 물김치다. 동치미 국수나 동치미 냉면으로 즐겨 먹는다.
<갓김치>는 싱싱한 갓을 소금에 절여 고춧가루, 멸치젓국, 파, 마늘, 생강 다진 것으로 양념을 한 김치로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기는 입맛을 돋게 한다. <오이소박이>는 절인 오이 안에 소를 채워 익힌 여름철의 별미 김치로 오이를 토막 내 칼집을 넣고 소금에 절인다. 오이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깻잎김치>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간장을 섞은 양념장을 깻잎에 발라 항아리에 담는 김치다. 깻잎 특유의 쌉쌀한 맛과 향이 멸치젓과 어우러져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워 준다.
김장을 할 때 찹쌀이나 멥쌀, 밀가루로 만든 풀을 김장독에 넣는 이유는 유익한 세균들의 번식(발효)을 위해서다.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짠 소금에 죽어 버리지만, 내염성 세균인 유산균(乳酸菌, lactic acid bacteria)은 살아남아 김치를 익힌다. WHO는 유산균을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김치가 점점 시계 되면 유산균들이 많이 증식한다는 뜻이고, 김치가 군내가 나거나 물러지기 시작하면 유산균들이 자신의 젖산에 다 죽어버려 효모균이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orea Agro-Fisheries & Food Trade Corporation, aT)가 지난해 발표한 ‘2021 김치산업 실태조사’에서 김치를 가정에서 직접 담그는 가구는 2017년 56.3%에서 꾸준히 줄어 2021년 22.6%로 감소했다.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김치를 예전만큼 먹지 않기 때문이다. 1인 1일 김치 섭취량도 2010년 109.9g에서 2020년 88.3g으로 줄었다.
이에 요즘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엄청난 양을 의무적으로 하는 김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이에 김장을 가족의 ‘소확행(小確幸)’을 위한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온 가족이 모여서 ‘가족놀이’하듯 서너포기쯤 김치를 담근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삶고 생굴도 마련해 ‘보쌈’을 해 같이 먹으면 즐거운 추억거리를 온 가족이 공유할 수 있다.
<사진> (1) 김치의 날 행사, (2)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928) 2023.11.30.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