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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아이(於異阿異)
어(於) 다르고 아(阿) 다르다는 뜻으로, 즉 점 하나 차이에 의해 소리가 달라지듯이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뜻의 말이라도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於 : 어조사 어(方/4)
異 : 다를 이(田/6)
阿 : 언덕 아(阝/5)
異 : 다를 이(田/6)
출전 : 동언해(東言解)
저자(著者) 미상의 속담집(俗談集) 동언해(東言解)에 어이아이(於異阿異)는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을 음에 맞추어 한역(漢譯)한 것이다.
박상길(朴相吉)이라는 푸줏간 주인에게 김선기(金善基)와 박태환(朴太煥)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다. 먼저 김선기가 말했다. “얘! 상길아, 고기 한 근 썰어라.”
박상길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 소리에는 어디인지 모르게 가시가 박혀 있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상대가 천민이지만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기에 높여서 말했다.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
박상길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쓱싹 썰어 주었다.
먼저 고기를 받아 든 김선기가 보니까 자기 것이 박태환의 것보다 절반도 안 되는 지라 화가 나서 물었다.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찌 내 것은 이리 적으냐?”
그러자 푸줏간 주인이 볼멘소리로 쏘아붙였다.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기 때문이죠. 세상에 허구 많은 말이지만 그 나이가 되시도록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도 못 들어 보셨습니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어느 일본인 유학생이 한국인 선배에게 “선배는 개새끼 닮았어요”라고 해서 주변 분위기가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강아지의 일본어 ‘고+이누(새끼+개)’를 그대로 개+새끼라고 해서지요. ‘새끼개’라고 했으면 좀 나았을지 모릅니다.
또 술 취한 후배가 “선배는 무지개 같아요”라고 해서 고백받은 줄 알고 좋아했더니 사실은 ‘무지∨개’라고 했는데 혀가 꼬부라졌던 거라든가.
이처럼 순서나 간격을 달리해 생긴 오해는 풀기만 하면 되지만 억양은 다릅니다.
어쩌다 타인의 통화를 가만 들어보면 ‘알았어’, ‘듣고 있어’의 뜻으로 하는 ‘어’ 소리가 자주 들립니다. 전화기 너머 사람을 볼 순 없지만, 아마도 ‘어’라고 답하는 어조만큼 건조한 표정이거나, ‘또 어구나’ 하는 짜증스러운 표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속담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입니다. 이 ‘아’ ‘어’는 대화 속 문장부호와 함께여야 제대로 들립니다. ‘아!’ ‘어.’ 이렇게요.
고작 근소하게 오므린 입술 차이만으로 이렇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아니라 누르고 올리는 억양(抑揚) 때문에, 그리고 감정 섞인 음성의 진동이라서 같은 말이라도 기분 다르게 울립니다.
가끔 사소한 일로 말다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사실 말다툼의 원인은 그 사소한 일보다 한참 전의 더 사소한 대화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기 불편할 때 상대가 말을 겁니다.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지만 그때의 기분이 음성에 은연중 섞입니다. 상대가 그 진동차를 못 느낄 리 없습니다. 뭔가 불편한 음색에 살짝 비위가 상하고 대화할수록 진폭이 커지다 아주 사소한 촉매로 욱하고 터집니다.
이렇듯 대화는 내용보다 서로의 감정 반응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말하기 전에 심란한 마음부터 가다듬거나, 이왕 뱉은 말이라면 지금 기분을 양해 구해야 나중 목소리가 더 커지지 않겠지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
28살의 젊은 나이에 사지가 찢기는 참혹한 거열형에 처해진 남이 장군은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빠른 출세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다.
그는 이성계를 도와 조선 개국에 공을 세운 남재의 자손으로 할머니가 이방원의 딸 정선 공주다. 부인은 수양 대군이 조카의 왕위를 빼앗을 때 공을 세운 좌의정 권람의 딸로 당시 조선 최고의 권력 가문의 자제였다.
17세에 무과를 장원 급제한 실력과 이시애 난 진압 그리고 여진족 토벌에 공을 세웠다지만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병조판서 자리까지 올랐음은 그 집안의 막강한 배경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세조의 총애로 승승장구하던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은 다름 아닌 직설적 언어로 원로 공신들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었다.
세조가 죽고 예종이 왕위에 오른 즉시 그를 파직시켰으니 평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악화된 관계를 유지 했었는지 짐작이 간다.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다 없애고 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모두 말랐네. 남아 스므살에 나라를 평안케 못하면 후세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
그의 기개와 거침없는 성격을 짐작케 하는 호기가는 정적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급기야 역모로 몰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했다.
어렸을 때 동네 어른들 간 언쟁 가운데 자주 들었던 소리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표현 이었다. 당시는 엄연히 다른 말을 왜 저렇게 싸우면서 다시 강조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세상살이 60년을 코앞에 두고 차츰 그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다.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서로의 뜻과 감정을 언어로 전달한다. 그래서 마음을 움직이는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가시 돋친 독설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언어 구사는 사회생활에 성패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거나 우호적이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는 가능한 불필요한 말을 삼가하고 최대한 정중하게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편한 관계에 있는 상대에게 호의적 태도를 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할 자신이 없으면 말을 시작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최근 상대를 저주하듯 막말을 일삼던 정치인들이 자기 당으로부터 버림받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언론에 많이 등장해야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고 다음 공천을 받기 위한 충성심을 목적으로 퍼부었던 막말이 올가미가 돼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할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평소 선량이라고 잔뜩 힘이 들어있던 고개를 떨구고 눈물까지 보이는 안쓰러운 모습들을 보면서 새삼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고객과 소통은 물론 내부 조직간 끊임없이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스킬은 기업 경영자나 구성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어느 때나 소통의 의미는 단순한 의사 전달이 아니라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가 거부감을 갖지 않고 기꺼이 협조하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대화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의 필수 요소다.
특히 자신이 유리한 입장에 있을 땐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며 지위가 높은 사람은 조직원들과 대화에 거친 말이나 냉소적 언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사람은 상대의 언어 수준을 통해서 인격을 파악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는 경우도 흔한 이유다.
윗사람을 모시는 사람도 자신이 거리낌 없다거나 논리적으로 맞는다고 아무 때나 말해선 안 된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장소와 시기에 맞지 않으면 옳다고 하기 어렵고 부정적 감정이 포함된 언어는 결코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은 주관적 경향이 강하지만 다른 사람의 얘기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속성이 있다.
같은 말을 두고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느낌이 다른 연유도 상대의 입장은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하면서 자신의 상황은 감성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 시절 어른들이 다투면서 아와 어가 다르다고 따졌던 이유는 대화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귀성군이 정중한 언어와 처신으로 공신들의 호감을 얻은 반면 남이 장군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음은 절제된 언어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말해서는 안 될 때 말 하지 않는 자기 절제가 대화의 기초이자 최상의 가치임을 명심하자.
⏹ 다음은 최새힘의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글이다.
우리 속담에는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는 소리가 비슷할 수 있을 수 있지만 뜻이 다를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말하거나 들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하지만 정작 ‘아’와 ‘어’는 매우 유사한 뜻을 가지고 있으며 작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말조차도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에 깜짝 놀란다.
‘아’나 ‘어’는 모두 ‘갈라져 벌어진 것’을 공통적으로 가리킨다. ‘아귀’와 ‘어귀’의 관계처럼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아’는 조금만 열려있거나 닫힌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어’는 열려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를 나타낸다.
먼저 ‘아귀’는 옷의 옆을 터놓은 부분과 같이 사물의 갈라진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입이나 아궁이를 가리키는 옛말이기도 하였다.
입을 ‘아가리’라고도 부르며 물고기가 숨을 쉬기 위해 열리고 닫히는 부분은 ‘아가미’라고 한다. 또 ‘아귀다툼’이라는 말이 있는데 서로 입으로 싸우는 모습을 나타낸다.
입뿐만 아니라 손에서도 쥐는 부분을 ‘손아귀’라고 부른다. 또 상처가 나서 찢어진 부분에 새 살이 자라서 상처가 서로 붙는 것은 ‘아물다’라고 하고 난방을 위해 일부러 구멍을 낸 ‘아궁이’는 식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멍을 막아둔다.
반대로 ‘어귀’는 드나들기 위해 열려 있는 부분을 말한다. 그래서 마을이나 동네의 어귀는 한자어로 동구(洞口),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곳은 강어귀를 하구(河口)라고 하기도 했다.
‘어물다’는 ‘아물다’와 반대로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가 ‘어설프거나 어정쩡한 것’을 뜻한다. 특히 ‘어벙하다’는 어의 안이 벙벙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아’와 ‘어’는 그 뜻의 뻗어나감이 매우 다채롭다. ‘아’는 ‘안’으로 ‘어’는 ‘언’이나 ‘얼’로 발전해 나간 것으로 보이는데 그 활용이 너무 방대하여 여기에서는 다룰 수 없고 별도의 지면을 이용하여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아’와 ‘어’를 이용한 말을 모아 갈래를 나누고 살펴보면 우리말이 얼마나 정교하게 뜻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추상적인 개념을 철두철미하게 조직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말의 뜻을 잃어버린 현대의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소리글자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중국의 그림글자와 비교하면서 큰 착오를 일으키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우리말에는 뜻이 없으니) 아무 말이나 사용해서라도 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한다.
▶️ 於(어조사 어, 탄식할 오)는 ❶상형문자로 扵(어)의 본자(本字), 于(어)는 간자(簡字)이고, 烏(까마귀 오)의 옛 글자의 약자이다. 까마귀의 모양을 본떠, 음을 빌어 감탄사, 관계, 비교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於자는 '~에'나 '~에서'와 같은 어조사로 쓰이는 글자이다. 於자는 方(모 방)자와 仒(구결자 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仒자는 한문 문장에 구두점을 찍는 용도로 쓰이는 글자로 아무 의미도 지니지 않았다. 게다가 於자는 方자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於자의 금문을 보면 烏(까마귀 오)자에 仒자가 결합하여 있었기 때문이다. 於자는 본래 까마귀가 내는 소리에 빗대어 '아아'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글자였다. 그러나 본래의 의미는 얼마 쓰이지 않은 채 지금은 다양한 '어조사'로만 쓰이고 있다. 烏자는 해서에서부터 方자로 바뀌었다. 그래서 於(어)는 (1)한문 투의 문장에서 장소를 표시하는 말이 얹히어에서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어조사(~에, ~에서) ②기대다, 의지하다 ③따르다 ④가다 ⑤있다, 존재하다 그리고 ⓐ탄식하다(오) ⓑ아아(감탄사)(오) ⓒ까마귀(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까마귀 오(烏)이다. 용례로는 이제야 또는 여기에 있어라는 어시호(於是乎), 마음속 또는 주로 ∼에 꼴로 쓰이는 어심(於心), 벌써나 어느새는 어언(於焉), 가운데가 되는 정도라는 어중(於中), 바둑판에서 배꼽점을 중심으로 한 부분을 어복(於腹), 거의 중간쯤 되는 데를 일컫는 말을 어중간(於中間), 부인이 예장할 때 머리에 얹는 다리로 만든 커다란 머리를 일컫는 말을 어유미(於由味),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뜻으로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사뭇 달라짐을 일컫는 말을 어이아이(於異阿異),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어쨌든을 일컫는 말을 어차어피(於此於彼),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를 일컫는 말을 어사지간(於斯之間), 썩 흡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량족의(於良足矣), 자기 분수에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분족의(於分足矣), 온갖 일을 일컫는 말을 어천만사(於千萬事), 그때를 한창으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어사위성(於斯爲盛), 그것으로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어사족의(於斯足矣),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을 일컫는 말을 어언지간(於焉之間), 푸른 색이 쪽에서 나왔으나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비유하는 말을 청출어람(靑出於藍),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라는 뜻으로 약한 자가 강한 자들 사이에 끼여 괴로움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간어제초(間於齊楚), 가마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유어부중(游於釜中),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즐거움은 언제나 걱정하는데서 나온다는 말을 낙생어우(樂生於憂), 뭍에서 배를 민다는 뜻으로 고집으로 무리하게 밀고 나가려고 함을 이르는 말을 추주어륙(推舟於陸),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논봉의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을 설망어검(舌芒於劍), 백성은 신의가 있을 때에 안정된다는 뜻으로 백성은 신의에 의해서만 잘 다스려진다는 말을 민보어신(民保於信), 먼저 곽외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한 사람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선시어외(先始於隗), 스스로 목매어 도랑에 익사한다는 뜻으로 개죽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경어구독(經於溝瀆) 등에 쓰인다.
▶️ 異(다를 이/리)는 ❶상형문자로 옛 자형(字形)은 양손을 벌린 사람의 모양이며, 두부(頭部)는 귀신의 탈을 쓴 모양이라든가 바구니를 올려놓은 모양이라고도 생각된다. 나중에 田(전)과 共(공)를 합(合)한 글자로 잘못 보아 지금 자형(字形)으로 되었다. 양손으로 물건을 나누어 줌의 뜻이 전(轉)하여 다름의 뜻이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異자는 '다르다'나 '기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異자는 田(밭 전)자와 共(함께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異자의 갑골문을 보면 얼굴에 가면을 쓴 채 양손을 벌리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異자는 얼굴에 이상한 가면을 쓴 사람을 그린 것이다. 일반인들은 하지 않는 행동이니 이상할 법도 하다. 異자는 이러한 의미를 담은 글자로 '다르다'나 '기이하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참고로 한자에서 가면을 쓴 사람은 보통 제사장이나 귀신을 뜻하지만 異자는 예외에 해당한다. 그래서 異(이)는 성(姓)의 하나로 ①다르다 ②달리하다 ③기이하다 ④뛰어나다 ⑤진귀하다 ⑥특별하게 다루다, 우대하다 ⑦괴이하다, 이상야릇하다 ⑧거스르다, 거역하다 ⑨다른, 딴, 그 밖의 ⑩딴 것 ⑪괴이(怪異)한 일 ⑫재앙(災殃), 천재(天災)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 다를 별(別), 다를 차(差), 괴이할 괴(怪), 다를 수(殊),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한가지 동(同)이다. 용례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이견(異見), 정상이 아닌 상태나 현상을 이상(異常), 다른 주장을 이의(異議), 상례를 벗어난 특이한 것을 이례적(異例的), 자기 나라 아닌 딴 나라를 이국(異國), 괴이한 변고를 이변(異變), 평소와는 다른 상태를 이상(異狀), 다른 성질을 이성(異性), 기이한 행적을 이적(異跡), 다른 의견을 이의(異意), 서로 일치하거나 같지 않고 틀려 다름을 차이(差異), 다른 것과는 특별히 다름을 특이(特異), 기묘하고 야릇함을 기이(奇異), 놀랍고 이상함을 경이(驚異), 서로 다름을 상이(相異), 분명하게 아주 다름을 판이(判異), 괴상하고 이상함을 괴이(怪異), 입은 다르지만 하는 말은 같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이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이구동성(異口同聲), 때는 다르되 가락은 같다는 뜻으로 시대는 달라도 인간 또는 사물에는 각각 상통함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이세동조(異世同調), 시대는 달라도 인간 또는 사물에는 각각 상통하는 분위기와 맛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이대동조(異代同調), 연주하는 곡은 다르지만 그 절묘함은 거의 같다는 뜻으로 방법은 다르나 결과는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이곡동공(異曲同工),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함 또는 많은 사람의 의견이나 하는 말이 일치함을 이르는 말을 이구동음(異口同音), 몸은 다르나 마음은 같다는 뜻으로 서로 극히 친밀함을 이르는 말을 이체동심(異體同心), 가는 길은 각각 다르나 닿는 곳은 같다는 뜻으로 방법은 다르지만 귀착하는 결과는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이로동귀(異路同歸), 배다른 형제를 이르는 말을 이모형제(異母兄弟), 아비는 다르고 어미는 같음 또는 그 소생을 이르는 말을 이부동모(異父同母), 한 어머니에 아버지가 다른 형제를 이르는 말을 이부형제(異父兄弟), 타향에 머물러 있는 사람 또는 여행 중의 몸을 일컫는 말을 이향이객(異鄕異客), 배다른 형제를 이르는 말을 이복형제(異腹兄弟), 외국에서 죽어 그곳에 묻힌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이역지귀(異域之鬼) 등에 쓰인다.
▶️ 阿(언덕 아, 호칭 옥)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휘어 구부러지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可(가, 아)로 이루어졌다. 山(산)의 굽은 곳 또는 언덕의 뜻을 나타내고, 倚(의; 추종의 뜻)와 통하여 아부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阿(아, 옥)는 (1)성(姓)의 하나 (2)아프리카 주 등의 뜻으로 ①언덕, 고개, 구릉 ②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③대답하는 소리 ④모퉁이 ⑤기슭 ⑥집, 가옥(家屋) ⑦처마(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 차양(遮陽: 처마 끝에 덧붙이는 좁은 지붕) ⑧마룻대(용마루 밑에 서까래가 걸리게 된 도리) ⑨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양 ⑩의지하다 ⑪두둔하다, 편들다 ⑫아름답다 ⑬알랑거리다, 영합하다 ⑭한쪽이 높다 그리고 호칭 옥의 경우는 ⓐ호칭(呼稱)(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언덕 구(丘), 언덕 애(厓), 언덕 원(原), 언덕 구(坵), 언덕 파(坡), 언덕 강(堈), 밭두둑 롱(壟), 언덕 안(岸), 언덕 치(峙), 언덕 강(崗), 언덕 애(崖), 언덕 구(邱), 언덕 판(阪), 언덕 릉(陵), 언덕 고(皐), 언덕 부(阜)이다. 용례로는 한쪽이 높은 언덕을 아구(阿丘), 세상에 아첨함을 아세(阿世), 딸이나 또는 여자를 아녀(阿女), 쇠가죽을 진하게 고아 굳힌 것을 아교(阿膠), 남의 마음에 들려고 간사를 부려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짓을 아첨(阿諂), 돈을 달리 이르는 말을 아도물(阿賭物), 여인이 남편이나 애인을 친근하게 일컫는 애칭을 아랑(阿郞), 자기의 아버지를 아옹(阿翁), 비위를 맞추며 순종함을 아순(阿順), 너그럽게 용서하거나 용납함을 아용(阿容),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아첨하고 두둔함을 아호(阿護), 몹시 아플 때에 내는 소리를 아포(阿謈), 나이가 어린 사람을 이르는 말을 아해(阿孩), 알랑거림을 영아(迎阿), 아첨함을 의아(依阿), 큰 집이라는 뜻으로 국가를 상징하여 이르는 말을 대아(大阿), 며느리를 부아(婦阿), 골짜기의 굽은 곳을 간아(澗阿),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스럽게 아첨함을 아유구용(阿諛苟容), 자기의 주견이 없이 남의 말에 아부하며 동조함을 아부뇌동(阿附雷同), 전란이나 그밖의 일로 인하여 큰 혼란 상태에 빠진 곳을 아수라장(阿修羅場),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이라는 아비규환(阿鼻叫喚)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