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쪽의 도시 부차. 미하일은 생일을 맞아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나타난 러시아군에 의해 칼에 찔려 의식을 잃고, 아내와 딸은 끔찍한 일을 당한 후 목숨을 잃는다. 미하일은 러시아군이 시체를 파묻어놓은 구덩이들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마저도 실패하자 그는 어느 날 마을에서 자취를 감춰버린다.
“음, 내가 푸틴의 침공을 유발했단 건가?”
https://www.youtube.com/watch?v=7S2CkpLcdbI
“속마음이 어떻든 모호한 태도를 취했어야 합니다. 푸틴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했지요. 미국이 어떻게 나올까, 미국의 개입으로 실패하게 되면 모든 것이 끝장인데. 그런 고민에 끝없이 빠져들게 말입니다. 하지만 각하는 오히려 푸틴으로 하여금 이를 일거에 걷어내도록, 아주 시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나는 우리 국민을 안심시키려 했던 거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국이 가장 거대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푸틴에게도, 국민에게도.”
바이든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인상을 찌푸린 채 눈길을 비켰다. - p. 78
“바흐무트를 죽음으로 사수하라!”
완전히 달라진 러시아군 앞에 바흐무트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속속 죽음을 맞이할 뿐이었다.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의 애국심도 용기도 열정도 마치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떨어지듯 바흐무트 평원에 차곡차곡 쌓였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참호를 향해 빗발치듯 총알을 쏟아부었고 우크라이나군 참호 바로 앞까지 기어와서는 수류탄을 집어넣곤 했다. 이처럼 용기백배한 러시아군은 전황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 p. 92
“전쟁이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 끝나도 저 푸틴이 있는 한 언젠가는 같은 일이 반복될 테고.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놈을 죽여야 하지만 아무도 푸틴을 건드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잖아.” - p. 109
“핵을 써야 하오. 러시아가 핵을 썼을 때 이 세상 어느 나라가 러시아를 응징하겠다 나설 수 있소? 미국이? 영국이? 감히 어느 나라가 러시아를 향해 ICBM을 쏘겠소? 아니면 전폭기를 보내겠소? 그럼 차르 봄바가 날아가고 사르맛이 날아가 미국이고 뭐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마는데.”
푸틴은 블랙 러시안을 밀어두고 거푸 보드카를 들이켰다.
“핵을 쓰는 순간 비로소 러시아가 러시아다워지는 거요.” - p. 151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다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입을 열었다.
“그 공격에 러시아가 핵으로 대응한다면?”
(…)
“감히 그러지 못할 거요.”
바이든이 짧고 단호하게 답했지만 실상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하는 것에 불과했다. 숄츠는 피의자를 신문하는 수사관처럼 거칠게 파고들었다.
“감히 그런다면?”
“…….”
바이든은 대답이 없었다. 나토 정상들은 낯선 세상의 알 수 없는 심연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더 이상 들어가선 안 되는 세상이었다.
- p. 279
“우리가 여기서 푸틴의 요구를 들어주는 건 결국 인류사를 배신하는 부끄러운 짓이오. 가장 두려운 건 여기서 우리가 물러서면 앞으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날 거라는 사실이지. 핵으로 협박하면 꼼짝 못 하는구나. 이런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전 세계는 핵 개발 광풍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구 멸망의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거요.” - p. 282
“열다섯 명에 달하는 숙련된 군인을 하나같이 단 한 발의 권총 사격으로 급소를 쏘아 죽이고, 그랬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함내 경비병 열두 명의 시체는 HK416을 난사한 것인 양 위장하고, 그 시체를 또 부두 앞바다에 보란 듯 내다 버린 범죄자들. 어마어마한 계획을 강심장으로 빈틈없이 실행하고도 정작 범죄 은닉에는 미숙한 범죄자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꾸 합리적인 것인 양 대변하는 함장 말이오. 그들이 무얼 숨기고 있는지.”
“뭐요? 당신 지금 나를!”
샤프먼은 씨익 웃으며 지난번과 같이 꾸벅 목례를 하고 신문실을 나섰다. - p. 295
“모르겠소? 모스크바 시민들 중 복수를 원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오. 제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었으면 하는 게 모두의 간절한 꿈이야. 모스크바 시민들은 오히려 몇십 배 큰 비극을 당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기도를 시작했소. 그게 러시아요. 그게 러시아 정신이란 말이야. 당신은 위대한 러시아라는 환상으로 국민을 마비시키고 자신의 더러운 탐욕만 채운 추악한 장사꾼이고.” - p. 395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진 극비 오퍼레이션 ‘네버어게인’.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이 작전 팀의 일원인 스토니는 러시아인 여성 구호 활동가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푸틴과의 대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바이든은 러시아 여성을 미국이 구출한다는 것의 정치적 효과를 노려 구출 명령을 내린다. 스토니는 작전에 도움을 줄 사람을 한 명 떠올린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 케빈 한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에티오피아 아둘랄라에서 주민들을 도우며 살고 있던 케빈 한은 기상천외한 계책으로 스토니를 돕고, 스토니의 보고를 받은 ‘네버어게인’은 케빈 한을 영입한다.
부차에서 사라졌던 미하일은 의외에 곳에서 다시 등장한다. 가족을 두고 혼자 살아남는 비극을 겪은 그는 한시바삐 죽어 가족들 곁으로 가고자 바흐무트 공방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 하지만 죽기는커녕 전쟁영웅이 되어버린 그는 연이은 전투 끝에 세 발의 총상을 입고 통합병원으로 강제 후송된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는 병원에 숨겨져있는 치료용 마약을 훔치려 하나 번번이 실패한다. 그때 그의 눈앞에 한 환자가 나타나 마약 훔치는 것을 돕는다. 그는 바로 케빈 한이다.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대화를 나누며 우정을 쌓는다. 케빈은 미하일에게 전쟁 통에 사리사욕을 챙기는 친러 무기 암거래상이 갖고 있는 전설의 다이아몬드를 훔쳐 그 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작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인 범죄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전쟁 속에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내건 그 어떤 휴전 조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뇌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물러나며 휴전을 한다면 성난 러시아 국민은 겁쟁이에게 완벽히 속았다고 생각할 테고, 자신의 권력도 종말을 맞을 것이다. 푸틴은 전쟁에 실패한 지도자들이 맞는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며 절치부심한다.
푸틴은 비밀리에 만난 시진핑이 휴전을 종용하던 겉모습과 달리 은밀히 핵을 쓰도록 부추기는 것을 듣고 마음이 동하기 시작한다. 실은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핵을 써 미국의 월등한 재래식 전력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미국 잠수함사령부에서는 다량의 핵탄두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로드아일랜드를 흑해에 잠항시킨다. 이 작전의 핵심은 러시아 해군의 앞마당인 흑해에 침투한 로드아일랜드의 사진을 찍어 공개하는 것만으로 응징 효과를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드아일랜드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추적을 받던 중 암초와 충돌하고야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