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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어?? 아민아 어디가??"
"라희 아이스크림 사러!!"
"똥강아지 아이스크림도 먹어?? 나도 나도!!"
"홍이는 뭐 먹고 싶은데?"
"체리마루."
"알았어!! 추우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
"응. 빨리 와!!"
아로하네 집 앞에서 만난 아민이. 우리 똥강아지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다길래 내 것도 사오라고 부탁하고 먼저 집으
로 들어왔다. 제주도에 갔다온 후 3일 내내, 바빠서 한 번도 못 보고 오늘 처음보는 거라 설레이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가는 나.
원래는 오늘도 늦게 끝난다고 해서 애란이랑 놀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좀 일찍 끝났다고 전화가 와서 놀다 말고 교복차
림으로 불이나케 달려온 거라 가방끈을 세게 부여잡고 복도를 신나게 걸어가고 있는데, 방문이 열려 있는 것 같아서 살금살
금 다가가 마치 숨바꼭질 하듯이 티 안나게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역시 아로하도 방금 왔는지
아직 옷도 안 갈아입고 침대 위에서 라희랑 놀아주고 있는 중이다.
18개월이라는데 아직도 고무쭈쭈를 입에 물고 꼴랑 기저귀 하나 입은 채 침대 위에서 색칠 공부를 하고 있는 귀여운 똥강아
지. 걷기도 잘 걷고 말도 왠만큼 잘 하는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저걸 입에 물고 있는 거 보면 그냥 버릇인 것 같다.
"라희야~"
"웅?"
"엄마 안 보고싶어?"
"웅.."
"왜? 아빤 엄마 많이 보고싶은데.."
내밀고 있던 고개를 빼고 벽 뒤로 몸을 감춘 나. 보고싶다고 말 하면서 촉촉하게 젖어가던 그 눈 빛에 할말을 잃었다. 멀어
서 잘 보이는 거리는 아니였지만, 그냥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느낌. 옆에서 아로하가 뭐라고 하든 색칠 공부에
만 집중하면서 계속 똑같은 대답만 하던 라희가 고개를 들어 그 큰 눈을 깜박이며 가만히 아로하를 바라보고.
"엄마랑 왜 이렇게 많이 닮았어..."
엄마랑 왜 이렇게 많이 닮았냐며 라희를 안고 일어서는 아로하를 보고 눈을 꽉 감아버렸다. 제주도에서 채서린이 했던 말이
또 떠올랐다. 라희가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했었는데, 아로하도 저렇게 말 하는 거 보니까 정말 많이 닮았나보네... 누군지
궁금해. 점점 너무 궁금해. 내가 라희 엄마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아로하가 과연 얘기해줄까?? 아직도 보고 싶다는데. 많이
보고 싶다는데... 그럼 난.....??
제주도에서 아로하가 갑자기 심장이 간질거린다고 했을 때, 귀를 막으면서 듣기 싫다고 했던 것도 다 이럴까봐서였다. 지금
은 떠나고 없지만, 정말 끔찍히도 많이 사랑했다는 그 여잘 쉽게 잊을리가 없으니까. 물론 직접 들은 얘기도 아니고 타인에
게 전해들은 얘기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 여자 떠난지 1년도 안 됐는데 그렇게도 많이 사랑
했던 여잘 벌써 잊고 나한테 하는 소리는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던 말도 결국엔 내가
생각했던 거랑 같은 의미였겠지.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한숨과 함께 떨어지는 눈물을 대충 손등으로 닦으며 다시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나. 아로하네 집을
나와 혼자 터덜터덜- 길을 걷다가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오는 아민이와 마주쳤지만, 왜 벌써 가냐고 내 손목을 붙잡는 아
민이를 뿌리치고 무작정 집까지 달렸다. 혹시라도 눈물을 들킬까봐 들키지 않기 위해서 뛰고 또 뛰었는데...
"...너 여기서 뭐해?"
"너 기다렸!! 울었어...??"
우리 집 대문 앞에 기지배처럼 쪼그리고 앉아있던 김태양. 저번에 집 앞에 같이 쪼그리고 앉아있던 그 포즈 그대로 혼자 앉
아서 오늘도 불 안 붙인 담배를 입에 문 채, 멀리서 걸어오는 나를 발견하고 반가운 듯이 벌떡 일어났다가 빨간 내 눈을 보
고 바로 어두워진 표정으로 울었냐고 묻는 놈. 몇 번씩 아니라고 해도 돌아간 내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고정시키면서 왜 울
었냐고 계속 묻는 놈이다. 고집이 아주 아류 놈 못지 않게 쎈 놈인 것 같다.
"여왕 개미 잡아 먹다가 걔한테 물렸어."
"어디 봐봐.. 멀쩡 한데?"
당연한 거짓말에,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까보더니 멀쩡하다고 말하는 놈의 표정은 꼭 뻥치지 말라는 표정이였다.
"삼키다가 식도를 물려서 너한텐 안 보여."
"자꾸 거짓말 하지 마."
"...."
"왜 울었어.. 왜 아직도 울어?"
오는동안 찬 바람에 다 날려보내고 다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눈이 건조해서 그런가 또 한 방울 흘러 내리면... 나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내 눈물을 닦아주는 김태양.
"아파. 하지마.."
아기다루 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내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데, 아프다고 하지 말라고 말 하는 나다.
"다른 사람이 내 눈물 닦아주는 거 싫어. 아프단 말이야... 하지마..."
내가 울 때, 내 옆에서 눈물 닦아주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아로하였으면 좋겠는데. 가끔씩은 우리 아빠보다 더 좋아서
나한테 가장 위로가 됐던 사람이 바로 아로하였는데....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울어버리면, 그 눈물은 다른 사람이 닦아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펐다.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서러운 눈물이 자꾸만 흘렀다.
눈물을 계속 뚝뚝 떨어트리면서도 하지 말라고 말하는 날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김태양. 내 눈 밑에 머물러 있던 자신의 손
을 거두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한 손으로 혼자 눈물을 닦으면서 울고 있는 날 결국
안아주는 놈이다. 처음에는 조금 느슨하게 안고 있다가 점점 힘을 실어서 나를 꽈악 안아주더니 이제는 내 등을 토닥여주면
서 마치 어린 아이 달래 듯이 나를 달래주는데, 꼭 김태양은.... 내가 좋아하는 아민이, 아류, 아로하. 이 세 사람을 다 섞
어 놓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우리 돼지 착하지~ 울지마. 이제 그만 울어."
"김태양..."
"응?"
"너 왜 나한테 잘 해줘?"
"좋아하니까."
나한테 왜 잘해주냐는 물음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너무 당연하게 좋아한다고 말 하더니 마지막으로 내 눈물을 한번씩
닦아주고 내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포개는 김태양. 그리고 비스듬히 입술을 겹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곧 눈
을 감고 내게 키스하기 시작해. 너무 놀라서 정말 돌처럼 굳어 있던 내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놈을 밀어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굳은 얼굴로 우릴 지켜보고 있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고 허탈하게 웃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한번
지그시 쳐다본 후, 그대로 등을 돌려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아로하.
한참동안 제자리에 서서 멍하니 점점 멀어져가는 뒷모습만 지켜보다가, 골목이 꺾여 그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을 때쯤 주
먹을 꽉 쥐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다가 아로하를 따라가기 위해 발을 한발짝 떼면, 내 손을 잡고 놔주지 않는 김태양.
"이거 놔."
"싫어."
"놔 김태양."
"...."
"제발.. 너 때문이잖아. 다 너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됐잖아!!!"
처음부터 내가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괜히 니 탓이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원망하 듯이 얘기하니 고개
를 떨구면서 잡고 있던 내 손을 놓아주는 김태양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속으로만 몇 번씩 미안하다고 말한 후 이미
골목 뒤로 사라지고 안 보이는 아로하를 따라서 빠른 걸음으로 뒤쫓기 시작하는데, 골목 모퉁이를 돌 때... 그 곳을 지나치
는 내 손목을 빠르게 낚아채 자기 품으로 확- 끌어당겨 안아주는 남자... 아로하다.
"기다렸잖아 바보야.. 왜 이렇게 늦게와? 바로 따라왔어야지."
"오빠..."
나한테 실망해서 집에 간 줄만 알았는데, 우리 집에서 고작 200미터 밖에 안 떨어져 있는 남의 집 담벼락에 기대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지나가는 걸 보고 빠른 순발력으로 낚아채 순식간에 날 품에 쏘옥 가두더니,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더 꽈악 안아준다. 난 혹시라도 오해한 건 아닐까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방금 있었던 일 다 보고도 오해 안 해줘서 고맙고, 그런 꼴 보게 해서 미안해..
그런데 오늘따라 아로하의 심장이 정말 이상할 만큼 너무 불안정하게 쿵쿵- 뛰어서 괜히 내 마음까지 불안하다. 허리를 꽉
끌어 안고 더 깊게 파고들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 한 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 나머지 한 팔로는 내 머리를 감싸며 불안한
듯 호흡을 뱉어 내면서 자꾸만 초조하고 긴장한 얼굴로 날 더 꽉 안고, 또 더 꽉 끌어 안는 아로하.
"오빠...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여전히 표정은 그게 아니라서.. 품에 안겨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입술에 가볍게 뽀뽀해주면, 아주
잠시 멍한 얼굴로 서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를 살짝 헝클여 놓는 아로하. 이상해.. 아까 집에서 라희랑 놀아줄
때까지만 해도 평소랑 다를 게 없었는데 갑자기 왜이래... 눈동자가 왜 이렇게 자꾸 흔들리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
.
.
.
다음날.. [어젠 미안해] 라고 김태양한테 온 문자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소아랑 통화하고 있던 애란이가 갑자기 방방 뜨면
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핸드폰을 닫고 호들갑을 떨며 오늘 외박하자고 난리다.
"생각 좀 해보고."
"와 이 배신자!! 옛날엔 무조건 오케이였으면서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생각 좀 해보고 하는 사이로 바꼈어??"
"야 중요한 날 앞두고 무슨 외박이야!! 오늘은 아빠랑 같이 자야 돼 안 돼!!"
"그건 진짜 결혼할 때나 하는 짓이고!! 왜 혼자 유난이야??"
"우린 특별하니까."
"아 됐어 관둬!! 넌 이제부터 삼총사에서 빠져. 자격 상실이야."
"어쩌지?? 소아는 너보다 날 더 좋아해."
"웃기고 자빠졌네."
"근데 우리 삼총사라는 별명 누가 지어줬더라?? 남자였는데!!!"
"내가 지어줬잖아 빙신아."
"아.. 근데 왜 때려!!"
퍽- 갑자기 나타나서 내 머리통을 쥐어박는 아류 때문에 열이 받아서 옆에 있던 애란이의 머리통을 때리자, 이런 식으로 복
수하는 내게 충격 받은 얼굴로 입을 쩍 벌리고 날 바라보는 애란이와. 그런 애란이의 머리통을 쓰다듬어주는 아류.
"너네 진짜 짜증난다. 같은 학교 다닌다고 맨날 생색내면서 사람 약올리고."
"우리가 언제?"
"나도 남자친구 있는데... 쳇."
책상에 엎드려 눕는 날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두 사람. 그리고 잠시 후 핸드폰이 울려 뚱한 목소리로 전활 받으면.
-홍아.
"응."
-왜 엎드려 있어??
"개류랑 개란이랑 편 먹고 나 왕따시켜."
"야!! 우리가 언제 편 먹고 널 왕."
"시끄러워!! 너넨 조... 오옥!!! 아민아!!!!"
통화중에 개란이가 끼어들어서 막 뭐라고 하길래 책상에 쳐박고 있던 고개를 쳐들고 따지다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고갤
돌려 앞을 바라보면, 작년 생일에 내가 사준 스펀지밥 까만색 후드티를 입고 내 앞에 서서 씨익-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는
아민이. 귀에 대고 있던 핸드폰을 끊으면서 내 앞에 있는 의자를 돌리더니, 귀엽게 내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놀라워 하는
내 머리를 살짝 헝클여주는 아민이다. 내가 엎드려 있는 건 어떻게 아나 했는데 어쩐지!!
"엄마 보러 온 거야???"
"응!! 심부름 때문에. 학교 몇 시에 끝나??"
"우리 오늘 5교시 밖에 안 해서 일찍 끝나!! 1교시 남았어."
"그럼 기다렸다가 같이 놀러갈까??"
"안 돼요 오빠! 지애 오늘 저랑 놀아야 되요."
"개란이 넌 빠져. 나 삼총사 탈퇴하고 소아랑만 그룹 다시 만들 거야."
"시끄러워. 너 오늘 안 오면 진짜 후회해."
"왜???"
갑자기 류랑 아민이의 눈치를 살피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내 귀에 바짝 붙여서 작게 속삭이는 애란이.
"오늘 남자도 온대. 예고애들."
"대박. 나 갈래."
왜 그런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며 점심시간 내내 떠들고 5교시 수업 중에도 내내 들떠있다가. 학교가 파하자
마자 집에와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우리. 평소 클럽 갈 때보다 옷에 더 신경쓰고 있는 우리였다.
"예고 애들이 내 로망이였던 거 알지??"
"응!! 행운을 빌어 애란!!! 근데 그럼 개류는??"
"걔 그냥 나랑 내기로 사귀는 거라며!?"
"알면서도 넌 먹을거에 넘어갔잖아."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였으니까. 그래도 내가 5분은 넘겨줬잖아!"
"응. 그건 고마워!! 근데 그럼 개류랑은 언제 헤어질 거야???"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음.. 근데 너 개류 좋아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여태 얘기하고도 그런 질문을 하냐??"
"하긴. 근데 너네 왜 자꾸 키스해??"
"사귀면 할 수도 있는거지 왜 그런거가지고 난리야??"
"아.... 하긴!!"
캐쥬얼 옷장에 있는 옷을 다 꺼내놓고 이것저것 몸에 대보며 얘기하고 있는데.. 아직도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는 아로하의
생일 선물을 보고 왜 안줬냐고 묻는 애란이. 이젠 주고싶어도 못 주게 됐으니까 한숨 한 번 쉬고 뺏어서 아예 서랍에 넣어
버렸다. 짧은 치마도 입어보고, 스키니진도 입어보고 벌써 열 벌째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다가 힘들어서 침대 위로 뻗은 우
리.
"후아.. 나 그냥 츄리닝 입고 갈래!!"
"그건 너무 후진 것 같은데.."
"어차피 가면 밤 새 술 먹고 놀 거 아냐. 편한게 최고야!!"
"아... 힘들어."
"안 꾸민 척 예쁘게 꾸미고 가는 거지!!"
"오. 좋다!!"
"역시 난 천재라니까??"
동시에 다시 벌떡 일어나서 옷장을 뒤지고 있는 우리. 나는 회색 반바지에 까만색 후드 큰 걸로 꺼내서 입고, 애란이는 아
래 위 셋트로 하늘색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더니, 키는 자기가 4센치나 더 큰데 바지 기장이 왜 맞냐며 굴욕을 느끼고 벗었
다가 결국 다시 주어 입었다. 그리고 아주 옅게 티 안나게 화장을 하며 마지막으로 립글로스를 바르고 있는데, 똑똑- 노크
를 하고 내가 좋아하는 레몬과 애란이가 좋아하는 키위를 예쁘게 접시에 담아 들고 오는 하실장 언니.
"언니 나 예뻐?? 나 오늘 애란이랑 외박한다!?"
"외박이요?"
"응!! 오늘 소아네 집이 빈다고 해서 거기가서 자려고."
"세분이서만?"
"아니. 남!!!"
흡.. 별 생각 없이 남자도 온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급하게 내 입을 틀어막는 애란이. 그런데 입만 막으면 될 것을 무식하게
코까지 다 막아버려서 숨이 막혀 헉헉대고 나와, 이미 눈치 챘는지 눈을 가늘게 뜨고 묘하게 웃으며 날 바라보는 하실장 언
니. 갑자기 날 협박하기 시작한다.
"로하씨도 알아요??"
"...뭘??"
"내가 로하씨한테 일러야지~"
"언니 제발... 한 번만!!"
검지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며 입 근처에 대고 불쌍한 눈으로 애원하는 나.
"우리 아가씨 당장 내일 약혼하는데, 다른 남자들이랑 놀 생각에 이렇게 들떠있는 거 보면 로하씨 많이 섭섭하겠다."
"...."
"원래 보통 남자들 26살이면 아직 공부하면서 한창 놀 나이기도 한데, 로하씨는 참 불쌍하지..."
"대신 아로하는 군대 안 갔잖아."
"대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유학가서 2년만에 조기 졸업하고, 계속 일만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잖아요~"
"....."
"말 안 할께요. 아가씨 일이니까 아가씨가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근데, 사귀는 사이에 미안한 일은 하면 안 되는 거 알죠?"
"...12시까지 들어올께."
결국 이런식으로 오늘 외박은 다 물거품났다. 12시까지 들어온다는 내 말에 웃으면서 방을 나가는 하실장 언니를 보고 금방
시무룩해진 나. 립글로스를 아랫입술에만 바르고 뚜껑을 그냥 닫아버리니 다시 집어서 위에도 발라주는 애란이. 하긴, 내가
미쳤지.. 당장 내일이 약혼식인데 남자라는 말에 혹해서 외박 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니. 정신 나갔어.
"너네 하실장 언니 말 참 잘 해. 그치?"
"...."
"웃으면서 말 하는데도 굉장히 압박적이야. 근데, 너 오늘 서방님이랑 연락했어?"
"왜?"
"아니 그냥.. 안 하는 것 같길래."
원래는 아침마다 모닝콜 해줄 때 한 번, 등교할 때 한 번, 점심시간에 한 번, 끝나고 한 번... 중간중간에 연락 안 해도 적
어도 이렇게 네 번은 꼭 했었는데, 오늘은 아로하가 아침에 깨워줬을 때 빼곤 한 번도 연락 안한 우리. 아침에 통화 하는데
왠지 그냥 어색해서.. 그리고 제주도까지 가서 했던 그 일 오늘까지 끝내야 되는 거라고 했었기에, 그걸 핑계로 바쁘겠지하
며 아직 연락 한 번 안 하고 있는 나다. 점심시간엔 밥 맛있게 먹으라고 문자도 왔었는데, 성의없이 그냥 '응' 이라고만 답
장을 보냈었다.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원래 문자 성의없게 보내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오늘은 내가 그래버렸다.
"싸운 건 아닌데.. 그냥 연락 안 하게 돼."
"왜?"
어제 그 눈빛 자꾸 거슬려서... 자꾸 마음에 걸려서. 괜히 어색하고, 내가 전화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
"몰라~ 그냥."
"약혼식 하루 남았다고 변덕 생긴 거 아니야?"
"그런가? 근데 애란아."
"응?"
"니가 보기엔 아로하 어떤 거 같애?"
"너네 서방님?? 말이 필요없지!! 나도 그런 남자가 나 좋다고 하면 당장 시집 간다."
"왜?"
"너네 아빠처럼 니 말이라면 껌뻑 죽잖아. 자상하고, 다정다감하고.. 솔직히 너한테 그렇게 잘 해주는 남자가 어디있어?"
"그런가?"
"라희 때문에 좀 거슬리긴 하겠지만, 니가 좋으면 된 거 아니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마음이 끌리는대로 해."
마음이 끌리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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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땡스 투
슬픈사랑주인공, 별별소리, 미안해..그사랑 늦게깨달아서.., nada0112, 나는야 뿌, 러빙 u, lussy93
똘이맘, 煥淚暗, 샬라카둘라, 달콤한샴푸♡, 꿀한통설탕두스푼, 아잉밥호, 고구마쫑,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첫댓글 재밌어요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로하야 왜 홍이 슬프게하는거닛!! 그리고 애란아, 사귀면...............................ㄷ ㅏ 키스하는거니//////////ㅋ ............. 사실 부럽다 ㅋ ㅋ ㅋㅋ ㅋ
그러게요 로하는 비밀이 너무 많아서 탈.. ㅋㅋㅋ 애란이 부러우신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ㅜㅜ.... 로하야... 그런말 하면.. 지애가 자꾸 상처를..ㅠ 도대체 라희랑 판박이인 그 엄만 어딧는걸까용..ㅠㅠㅠ
그러게요! 로하가 뭐 ㅠㅠ 지애가 듣고 있는지는 몰랐겠지만 아무튼;; 라희 엄마는 진짜 어디있을까요 ㅋㅋㅋㅋㅋ
로하가 아직 라희 엄마를 못잊은건가요??
음... 그럴까요 -0- ㅋㅋ 악 ㅠㅠㅠ 아직 아무것도 말씀딀 수 없어서 매우 답답하다는;;
로하야자꾸그러지마그럼안되홍이가슬퍼하잖아 ㅠ ㅜ
그러쵸 ㅠㅠ 로하가 왜 그럴까요;; 홍이 은근 맘고생한다는 ㅋㅋㅋㅋ
담편으로 ㄱㄱㄱ
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