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환호송을 할 때, 선창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토론이 오가기에 저도 글을 올립니다.
1.
이 해답을 찾으려면 먼저 한 가지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복음 환호송'은 '통상곡'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많은 창작 미사곡들은 그 세트 안에 복음 환호송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종종 많은 분들이 복음 환호송이 이러한 통상곡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복음 환호송은 사실 화답송처럼 매주 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Graduale Romanum만 보더라도 가사는 '알렐루야~'지만 그 곡조는 매 미사마다 계속 달라집니다. 현대에 적용시킨다면, 이번 주 주일 미사 때는 A라는 곡조의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사용하고 다음 주 주일 미사 때는 B라는 곡조의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사용하고, 그 다음 주에는 C를, 그 다음 주는 D를 ...... 이런 식입니다.
이런 개념은 손상오 신부님께서 작곡한 화답송/복음 환호송 모음집에서도 거의 100% 실현시키고 있습니다.
2.
본당 미사 전례 안에서 화답송을 바칠 때, 다음의 순서로 바칩니다.
ⓐ 선창자 후렴 선창: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전체 후렴 제창: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선창자가 1절 선포
ⓓ 전체 후렴 제창: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 선창자가 2절 선포
ⓕ 전체 후렴 제창: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입니다. 이건 왜 들어간 것일까요? 애초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우들은 아직 후렴의 텍스트와 곡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화답송의 텍스트와 곡조는 매주 바뀝니다. 그러기에 화답송 부르는 순서가 되면 선창자의 선창으로 그 화답송의 후렴의 텍스트와 곡조를 교우들에게 먼저 들려주고, 이어서 교우들이 힘찬 찬미로 후렴을 후창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많은 본당에서 가톨릭 성가 391~398번 사이의 선율 하나를 뽑아서 거의 매주 쓰고 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일 뿐입니다. 원래 화답송의 곡조 또한 그 텍스트에 맞게 매주매주 바뀌는 것이 맞습니다. 역시 손상오 신부님 화답송집을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위의 1에서 제가 복음 환호송의 곡조 또한 매 미사마다 달라지는 것이 원래의 모습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이번 주 알렐루야 곡조 다르고, 다음 주 알렐루야 곡조 또한 다른 상황이라면 어떻게 교우들이 쉽게 노래를 할 수 있을까요? 바로 화답송처럼 선창자가 그 주에 해당하는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한 번 불러준 후 이어서 교우들이 그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하며 후창을 하면 됩니다. 그럼 '알렐루야~'의 곡조가 매주 달라져도 교우들이 쉽게 노래를 할 수 있습니다. 사순 시기 복음 환호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쯤에서 동영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2008년 5월 11일 성령 강림 대축일 바티칸에서 거행된 미사 전례입니다.
아래의 주소를 클릭하면 부속가가 끝나고 복음 환호송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분명히 성가대가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하며 선창하고 교우들이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로 후창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http://youtu.be/35__K2OKwNQ?t=31m5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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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선창자가 선창하고 교우들이 같은 후렴을 후창하는 이런 방식은 교우들의 찬미를 유도하기에 매주 좋은 방식입니다. 또, 미사 때마다 다양한 곡조를 바꿔 가면서 노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보편 지향 기도를 떠올려보겠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본당에서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치는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제의 유도: "형제 여러분, ...... 우리의 바람을 하느님께 아룁시다."
ⓒ 첫 번째 사람의 기도: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두 번째 사람의 기도: "우리 나라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세 번째 사람의 기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네 번째 사람의 기도: "우리 나라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이 방식이 우리 나라에서 많이 사용되기는 하나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날 본당 신부님께서 성가대에게 '보편 지향 기도 응답으로 그간 사용하던 370번 대신 371번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미사 시간! 드디어 보편 지향 기도 시간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의 기도가 끝나고 반주자는 371번의 첫 음을 찍습니다. 그러면?
성가대는 371번을 부르지만, 교우들은 평소 습관대로 370번을 부르는 대혼란(?)이 펼쳐집니다. (더군다나 370번과 371번의 첫 음은 모두 G입니다. 교우들 헷갈리기 딱 좋습니다. 369번을 택한다고 해 봤자, 고작 반음 높은 A입니다.)
그럼 다음과 같이 사제의 유도 직후에 선창(ⓐ)과 후창(ⓑ)이 도입되면 어떨까요?
* 사제의 유도: "형제 여러분, ...... 우리의 바람을 하느님께 아룁시다."
ⓐ 선창자 선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첫 번째 사람의 기도: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두 번째 사람의 기도: "우리 나라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세 번째 사람의 기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 네 번째 사람의 기도: "우리 나라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 전체 제창: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이렇게 하면, 보편 지향 기도의 선율이 (그리고 가사가) 매주 바뀌더라도 교우들이 쉽게 노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되느냐 하신다면 역시 다음의 영상을 보여드립니다. 아래의 주소를 클릭하면 아까 그 미사 전례의 보편 지향 기도 순서로 연결됩니다. 명백히 바로 위에서 새로이 제시한 방식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http://youtu.be/35__K2OKwNQ?t=1h1m37s
(여기도 광고의 압박!ㅜㅜ)
4.
그럼 우리 나라의 많은 성당에서는 복음 환호송이나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칠 때, 왜 이런 방식으로 노래하지 않을까요?
그건 아직까지 Graduale Romanum과 같은 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손상오 신부님께서 주옥같은 화답송/복음 환호송집을 출판하신 바 있지만, 이 책이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이 아닌데다가 그 후 성경 및 전례 시편의 개정으로 많은 본당에서는 일단 급한 화답송 준비에 보다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복음 환호송은 365번이나 366번만 가지고도 당장은 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 이런거 선창을 담당할 인력에 본당에 충분치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보편 지향 기도 역시 370번 하나로 1년 내내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교우들과 주고받는 이런 형식의 성가에는 관심 없고 특송에만 관심을 쏟았던 본당 성가대의 분위기 탓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히 365/366번이나 370번은 매주 불려지는 노래이므로 선창자도 필요 없어졌습니다. 모두가 익히 아는 이 노래를 본당에서 선창하겠다고 했다가는? 성질 급한 한국사람들은 그 선창 도중 그 노래를 같이 불러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_- 자연히 선창-후창의 교창이 흐트러집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의 형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선창 없이 전주(혹은 첫 음)만 듣고 전체가 다 같이 들어가는 것을 '틀렸다'라고 하기는 힘듭니다만, 지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선창-후창의 방식으로 가는 것이 본래의 모습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많은 본당의 신부님/수녀님께서 복음 환호송을 노래하는 방식으로 '전주 나오면 전체 다 같이 노래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수십년 동안 지금의 방식으로 거행되는 미사 전례만 쭉 봐 오셨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우리 단원들도 이정도의 전례지식은 필요한 듯 하여 스크랩 해왔습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유익한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참 잘했어요 짝 짝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