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집답게 언제 가더라도 옛날식의 고른 골뱅이 맛과 달걀말이 서비스를 맛볼 수 있다. 저동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묵직한 맛의 골뱅이가 여전히 끌린다. ★★★★☆
영락골뱅이
Good Point
Bad Point
낡은 이미지를 벗고 깨끗하게 정돈된 실내. 두 가지 서비스 안주.
파채의 양이 좀 적고 묵직한 맛보다는 가볍다는 느낌.
총 평
영동골뱅이와 함께 양대 맛집으로 유명한데, 리모델링 이후 더 성업이다. 질 좋은 골뱅이와 무난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서비스도 좋다. ★★★★☆
풍남골뱅이
Good Point
Bad Point
생맥주도 취급하며 다른 안줏거리도 있어 골라 먹을 수 있다.
저동 원조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총 평
나름대로 독자적인 스타일로 마니아를 형성한 집이다. 다른 집과 차별화한 강력한 서비스로 감동을 준다. ★★★☆☆
마포골뱅이
Good Point
Bad Point
골뱅이 절반짜리도 있어 가볍게 먹을 수 있으며 주인 내외가 친절하고 수수해서 편하다.
아무래도 저동식 골뱅이를 찾는다면 아쉬울 수도(달걀말이는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총 평
공덕동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힌 골뱅이집. 겉보기에는 허술해 보이지만 골뱅이만큼은 확실하다.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젊은이나 여성의 입맛에 잘 어울릴 듯. ★★★☆☆
다동치킨 골뱅이
Good Point
Bad Point
더운 여름밤에 널찍한 야외에서 시원하게 골뱅이를 먹을 수 있다.
골뱅이를 전문으로 하지만 저동식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다.
총 평
골뱅이 맛으로 찾아갈 집은 아니다. 강북 도심에서, 시끌벅적한 야외에서 시원하게 생맥주와 골뱅이를 먹을 수 있다는 정도로 만족할 곳. ★★☆☆☆
맥줏집 안주로 가장 만만한 골뱅이는 40년의 역사를 가진 인기 품목이다. 을지로 저동 골목(백병원 뒷골목)에서 시작해서 충무로와 다동, 무교동 일대에 샐러리맨들의 초저녁 안주로 오랫동안 선택받았다.
지금은 전국 어디든 맥줏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안주가 되었는데, 그 흔한 골뱅이무침에도 ‘오리지널’이 있다. 슈퍼마켓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원양산 골뱅이가 아닌 동해안에서 채취한 백고둥(현지 명칭)의 살을 발라 무쳐야 제 맛인 것이다.
알이 잘고 깊은 맛이 없는 구슬골뱅이는 대개 원양산으로 무쳐 먹기에는 맛이 백고둥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한다 하는 골뱅이집에서는 동해안산 굵은 골뱅이가 가득 채워진 ‘동표’라는 상표를 쓴다. 이 골뱅이는 비싼데다가 공급량이 달려서 저동 등의 골뱅이 전문 업소에 가야 만날 수 있다.
골뱅이무침이 저동 스타일에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다. 요즘은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스타일이 더 많다. 하지만 저동 골뱅이 맛을 아는 사람들은 넉넉하게 넣은 파의 진액에 심심하게 비벼먹는 골뱅이를 선호한다. 저동 일대에 골뱅이집이 몰려 있는데 아직도 옛 스타일을 고수하는 집과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스타일이 공존한다. 어느 것이든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여전히 옛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벌겋게 무쳐 내오는 방식을 싫어하곤 한다.
저동의 원조 골목은 골뱅이 먹는 하나의 방식을 만들어왔다. 첫째는 생맥주 대신 병맥주를 선호한다.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생맥주 대신 병맥주를 마시는 것이 이해가 안 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하나의 저동 방식으로 굳어져 왔다. 여기에다 병맥주 값이 생맥주에 버금갈 정도로 쌌다. 다들 3,000원 하던 시절에도 저동에서는 오랫동안 2,000원을 받았다. 요즘은 물론 3,000원으로 올랐다.
둘째는 달걀말이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것도 서너 번 더 청해도 아무 말 없을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 다른 집에서 단품으로 쳐도 1만원짜리 메뉴인 달걀말이가 공짜라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다. 이 점은 골뱅이집이 초저녁 문전성시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식사 겸 골뱅이 안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한두 번 리필은 기본이고, 무한 리필은 아무래도 좀 눈치가 보인다.
셋째는 담백한 양념이다. 통조림이므로 소금과 화학조미료, 설탕이 기본으로 양념이 되어 있으니 별달리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이 저동 스타일이다. 대파를 엄청나게 얹고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을 한 숟가락 얹어내는 게 전부다. 식초는 개인이 알아서 조절하는 것이 전통이다. 오이와 당근, 양배추, 매운 양념장을 얹어 마구 비비는 것은 저동식과는 거리가 멀다.
넷째는 포의 질이 뛰어나다. 대구포 값이 하늘을 찌른 지가 오래되어 저동에서도 대구포가 사라지고 북어포나 쥐포를 롤러로 누른 것을 쓰지만 어쨌든 맛 없는 쥐포나 오징어채를 섞어내는 것과는 다른 맛을 낸다. 저동 일대에서는 품질이 괜찮은 쥐포를 롤러로 눌러 마치 대구포 같은 맛을 내는데, 그럴 듯하다.
취재팀은 다섯 곳의 골뱅이 맛집을 취재했다. 우선 저동 일대에서 최고로 꼽는 세 집을 돌았다. 원조 격인 영동골뱅이, 영락골뱅이, 풍남골뱅이를 방문했다. 마포의 마포골뱅이, 다동의 다동치킨골뱅이도 추가했다. ‘영동골뱅이’는 가장 오래된 골뱅이집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원주인의 아들이 명맥을 잇고 있다. 저동 골뱅이 맛이 어떤지 단박에 보여주는 집이다.
칼질 안 한 두툼한 통 골뱅이를 밑에 깔고 통조림 깡통 안의 양념 육수를 붓고는 엄청난 양의 대파를 얹어낸다. 향이 괜찮은 곱게 간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한 숟가락을 올리는 게 전부다. 담백하게 꼭꼭 씹히는 골뱅이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두툼한 달걀말이가 공짜로 나온다. 삶은 달걀과 햄, 사리 등을 추가하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오래된 집의 정경을 보여주는 것은 좋으나, 홈페이지를 만들고 홍보하는 정성에 비례하는 위생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낡은 계단과 깨끗해 보이지 않는 부엌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락골뱅이’는 길가에 위치해서 찾기 쉽고 맛도 좋아 손님이 많은 집이다. 최근에 깨끗하게 새단장을 하고 홀 서버를 늘려 서비스가 원활하다. 경쟁이 치열한 골뱅이집들 사이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채소 썬 것과 마른안주 약간을 함께 제공한다. 골뱅이 맛은 영동골뱅이와 대동소이하다. 대파 양이 약간 적고 골뱅이 양은 많아 보인다.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은 영동골뱅이와 같은데, 느껴지는 스타일이 다르다. 영동골뱅이가 좀 묵직하다면 이 집은 경쾌한 느낌이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이렇게 사람이 하는 일이란 사뭇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풍남골뱅이’는 좀더 가볍고 소박한 집이다. 영동골뱅이와 영락골뱅이가 우직하게 옛날식을 고수한다면, 이 집은 길 하나를 두고도 다른 방법으로 요리한다. 골뱅이와 포, 파채를 함께 무쳐낸다. 좀 달고 새콤한 양념을 쓴다. 현대식(?)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달걀말이는 투박하고 두꺼운 영동골뱅이식이 아니고 얇고 예쁘게 부친다.
마포의 ‘마포골뱅이’는 그리 오랜 역사는 아니지만 굵직한 동표 골뱅이를 쓰는 정통 집이다.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 특성상 점심 장사도 하고, 달걀말이도 별도 주문해야 한다. 하지만 골뱅이 맛은 썩 좋다. 양념은 적당하고 골뱅이 양도 후하다. 마포 일대에서 저동식 골뱅이를 맛보려면 선택할 수 있는 집이다.
다동의 ‘다동치킨골뱅이’는 여름밤에 시원한 주차장 야외에서 생맥주와 골뱅이를 먹을 수 있는 장점으로 이 일대에서 인기 있는 집이다. 일차로 가기도 하지만, 한여름 무더운 밤에 2차 장소로 더 인기 높다. 치킨이 주종인지, 골뱅이가 주종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골뱅이가 주종은 아닌 듯하다. 채소를 함께 넣고 파채 양은 적으며 골뱅이도 후하지 않다. 새콤달콤하게 무치는 방법도 저동식은 아니다. 그래도 얄팍한 구슬골뱅이를 쓰는 호프집의 아슬아슬한 골뱅이는 아니어서 다행인 집이다. 야외에서 생맥주와 골뱅이를 즐긴다는 것 정도에 의미를 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