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순례
내수 성체 성당
신성근 신부(문화유산교육지도사)
「십자가를 지나 성체를 향하여」
청주시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넓은 들판과 완만한 구릉이 이어지는 곳,
화려함보다 소박함이 빼어난 곳,
내수 성체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이 품은 마을, 내수(內秀)
'안 내(內)', '빼어날 수(秀)’
'안으로 빼어난 곳, '내수(內秀)'
북쪽에는 석화천이 흐르고
남쪽에는 덕암천이 마을을 지나갑니다.
산줄기 안쪽에 자리한 마을을 안수재,
바깥쪽에 형성된 마을을 바깥수재,
두 마을을 함께 '수재'.
세월이 흐르면서
이 일대를 통칭하여 '내수'라 합니다.
산줄기가 마을을 감싸안은 형국 때문에
포근한 터전으로 여겨졌습니다.
사람을 품는 자연의 품속,
하느님 사랑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습니다.
미원 본당과 닮은 같은 시작
1963년 1월 성당부지를 마련,
같은 해 12월 성전을 완공하였습니다.
미원 본당처럼 공동체보다 먼저
성당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리고
1964년 12월 28일 날짜로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 분리·설립되었습니다.
내수성당은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생명의 양식으로 온전히 내어주신
‘성체’를 본당의 중심에 모셨습니다.
십자가를 지나 성체 앞으로
내수성당을 찾으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성당을 향해 오르는 계단입니다.
지금은 다른 길로 성당에 오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이 계단을 따라 성당을 오르내렸습니다.
수많은 신앙인의 발걸음이
이 계단 위에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계단과 어우러진 십자가는
길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신앙은 언제나 십자가를 지나
부활로 나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은 자연스럽게 십자가를 바라보며
한 걸음씩 계단을 오릅니다.
세상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마음을 하느님께 들어 올리는 시간입니다.
계단은 단순히 높은 곳으로 향하는 통로가 아닌,
일상에서 거룩함으로,
세상에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신앙의 길입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성체는 그분 희생이
오늘도 살아 있는 사랑으로
우리 가운데 머무심을 드러냅니다.
이 계단은 단순히
성당으로 향하는 길만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나
성체 앞으로
나아가는 순례의 길입니다.
계단에 새겨진 믿음의 시간
오랜 세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계단을 오르내렸을까요.
하지만,
계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기도와 눈물,
감사와 희망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계단은 단순한 출입구가 아니라
믿음의 역사를 말없이 간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신앙 유산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그 길을 오른다」
오늘날은
쉽게
성당 앞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의 길만큼은
여전히 스스로 한 걸음씩 걸어야 합니다.
십자가를 외면한 채
성체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희생 없는 사랑이 없듯,
십자가 없는 부활도 없습니다.
내수성당의 계단은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한 걸음 더 올라오십시오.
십자가를 지나
성체로서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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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묵상.강론훈화
스물세 번째 순례 - 내수 성체 성당
뿌리깊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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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13 11:3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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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에 새겨지는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수곡동성당에 방문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