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왜란 때 여인들이 숨어들어
- 베틀로 옷 짰다해서 산이름 유래
- 산행거리 6.5㎞ 3시간30분 소요
- 초입길 경사 완만 오르기 수월
- 암석지대인 332m 정상 오르면
- 좌베틀산 우베틀산 양옆에 위치
- 하산길 30여m 크기의 상어굴
-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움에
- 처음 본 등산객들 절로 입이 쩍~
산의 이름이 '베틀'이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변란 때 주변 마을의 여인들이 이 산에 숨어들어 베를 짰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역사서에는 변란을 피해 이 산으로 몸을 숨겨 베를 짜고, 결국에는 자결로 정절을 지켰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확실치는 않지만 고려 공민왕 때 원으로부터 목화를 몰래 들여온 문익점의 손자인 문래와 문영이 할아버지를 이어 근처 마을에서 베짜는 기계와 목화에서 실을 뽑아 짠 무명베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베짜는 기계인 물레를 베틀산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는 것이다. 옛 여인들의 한이 서려 있고, 물레와 무명베를 탄생시킨 산은 실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근교산팀이 탄 차량은 베틀산이 있는 경북 구미시 해평면에 다다랐다.
해평면 소재지에서 차를 5분쯤 더 몰아 금산마을로 들어갔다. 마을에서 정면으로 보니 세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다. 세 개의 봉우리 전체를 놓고 보면 마치 공룡의 모습 같기도 하다. 가운데 봉우리가 베틀산이고 왼쪽이 좌베틀산, 오른쪽이 우베틀산이다. 산에 얽힌 사연 때문인지, 왠지 산의 모습이 슬퍼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보니 산의 모양이 베틀을 닮은듯 하기도 했다. 모양이 뾰족하게 솟기는 했지만 세 개의 봉우리 모두 높이가 해발 300m대로 높지 않다. 이번 산행은 우베틀산과 베틀산, 좌베틀산 정상을 차례로 밟고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구체적인 코스는 베틀산 바로 밑에까지 갔다가 오른쪽으로 꺾어 우베틀산에 간 다음 그대로 돌아와 베틀산과 좌베틀산을 차례로 오른다. 좌베틀산에서 금산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아 상어굴과 동화사를 거쳐 출발 장소로 되돌아왔다. 산행거리는 6.5㎞ 정도, 시간은 휴식시간 포함 3시간30분 정도면 된다.
■산에 얽힌 다양한 사연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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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틀산 중턱의 상어굴. 거대한 암석에 형성된 굴의 형상이 마치 살아있는 상어가 입을 쩍 벌린듯한 모습이다. |
산행 시작 장소는 조그만 개인 사찰인 도요암이다. 금산마을로 들어서면 도요암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있어서 별 어려움없이 찾을수 있다. 근교산팀은 도요암 근처 농로에 차량을 주차했다. 도요암 바로 옆에 등산로 안내판과 함께 산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 보인다. 등산로 초입부터 나무계단이 있는 등 정비가 잘돼 있다는 느낌이다. 채 10분도 오르기 전에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아주 적당한 느낌이다. 등산로 초입에서 우베틀산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베틀산에 가까이 다가가자 경사가 제법 급해지면서, 대부분이 암석 지형으로 변해 있었다. 암석을 자세히 보니 여러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하천변의 흙과 모래가 쌓여 굳어진 돌이 있는데 이를 역암이라한다는 내용을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30분쯤 걸었을까. 베틀산 정상 바로 아래에 이르자 오른쪽으로 가면 우베틀산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우베틀산 정상까지는 400m라고 한다. 동곡마을과 연결되는 임도를 지나 우베틀산으로 곧장 올랐다. 경사는 가팔랐으나 철계단이 설치돼 있고, 길지도 않아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아침부터 불어대던 바람이 정상 근처에 이르자 더 거세지며 괴롭혔다. 332m 높이의 우베틀산 정상에 서자 본격 농사를 앞둔 해평면의 너른 들녘이 눈에 들어왔다. 해평은 말 그대로 바다처럼 넓은 평야라는 의미다. 토지도 비옥해 이곳에서 나는 쌀은 특산물로 통한다.
우베틀산을 오른 길을 그대로 내려와 베틀산으로 올랐다. 베틀산 정산 부근은 온통 암석이지만, 암석 사이사이로 길이 나 있어 큰 불편은 없을 정도다. 베틀산의 높이는 해발 324m로 세 개의 봉우리 중에서 가장 낮다. 좌베틀산으로 가면서, 왼쪽으로 금산마을의 평화로운 전경을 내내 볼수 있어 심심하지가 않다. 베틀산에서 좌베틀산까지는 40여분 걸렸다. 좌베틀산의 높이는 해발 370m다.
■시원한 조망에 볼거리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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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틀산 정상 부근 전망대에서 산 아래의 경북 구미시 해평면 금산마을은 물론이고 근처의 산 봉우리도 한눈에 보인다. |
하산길에는 유명한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상어굴이다. 근교산팀은 상어굴을 둘러본 다음 동화사를 거쳐 내려가기로 했다. 좌베틀산을 내려서자 갈림길을 만나는데 금산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잠시 후에는 동화사로 곧장 내려가는 길을 만나는데, 여기서 동화사로 가지 않고 일단 직진한다. 조금 더 내려가 상어굴 쪽으로 꺾어서 상어굴과 동화사를 차례로 지나가는 것이다. 상어굴은 큰 상어굴과 작은 상어굴 등이 있는데 처음 이를 본 등산객들은 입을 쩍 벌리고 할 말을 잃는다. 베틀산에서 상어굴을 보지 못하고 오면 베틀산을 갔다 오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어림잡아 30~40m 크기의 큰 상어굴은 그 크기도 어마어마하지만 물결모양과 벌집처럼 숭숭 구멍이 뚫린 기묘한 모습이다. 바람과 물, 자연이 만들어 낸 천하일품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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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평면 금산마을에서 바라본 베틀산의 모습. 오른쪽 봉우리부터 차례로 우베틀산, 베틀산, 좌베틀산. |
동화사는 심상찮게 생긴 절이다. 조립식으로 지어진 걸 보니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 절엔 특이한 불상이 하나 있다. 절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절 뒤편으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는데 제작시기가 뚜렷하지 않은 마애여래입상이다. 크기는 3m 정도로 베틀산에는 흔치않은 청석에 새겨져 있다. 마애여래입상은 법난이 있었던 1980년 10월 27일 흰색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 페인트 자국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불상 곳곳에 아직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은 다소 복잡
- 구미 동화사 내비 입력
- 승용차로 가는 게 편해
부산에서 베틀산 산행 출발지인 경북 구미시 해평면 금산마을 도요암 입구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은 매우 불편하며 자가운전이 편리하다.
대중교통의 경우 부산역에서 열차를 타고 구미역까지 간 다음 해평면을 경유하는 버스를 이용해 해평버스정류장에 내려야 한다. 여기서 택시를 타고 금산마을 도요암까지 들어가야 한다. 부산역 출발 구미역행 무궁화호는 오전 5시5분, 5시40분, 6시35분, 7시10분, 7시50분, 8시42분, 9시20분, 10시25분에 있다. 약 2시간10분 소요되며, 요금은 1만700원. 해평면 버스는 많이 있다. 80번, 83번, 180번, 181번 등이 있으며 181번 버스는 구미역 출발이 오전 6시10분, 6시30분, 7시10분, 7시50분, 9시25분 등이다.
해평버스정류장에 하차한 뒤 도요암까지는 해평택시(054-474-5332) 해평콜택시(054-474-8081) 등을 이용하면 된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부산에서 대동 톨게이트를 통과해 신대구부산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동대구분기점에서 서울방향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금오분기점에서 안동방향 중앙고속도로를 탄 뒤 가산 톨게이트로 빠져나와 낙동대로 선산, 구미(상주)방면 우측도로를 이용한다. 문량교차로에서 성수문량길 문량리(해평) 방면으로 우측도로를 약 300m 이동한 후 강동로 좌측도로를 1.6㎞ 탄다. 강동로 도문리, 금산리(소보) 방면으로 우회전 후 4.1㎞ 이동하면 금산1리 마을회관이고, 마을회관을 지나고 소상길을 따르면 동화사와 도요암 이정표가 나온다. 내비게이션 구미 동화사 입력.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