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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프리챌의 마이너리그(http://home.freechal.com/inoself/)라는 커뮤니티에서 패널이라는 것을 맡고 있습니다. 주로 영화 만화 소설등에 대한 별로 대단찮은 글들을 쓰고 있는데요. 이 글은 그 중 하나입니다.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시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옮겨 왔습니다. 반세 회원 여러분도 시간 나시면 영화 시사회로 보세요. 공짜로 영화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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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임라인 (그리고 시사회에 대한 팁)
영화 이야기에 앞서 시사회에 대한 팁.
2월 25일 서대문구 드림 시네마에서 '시사회'로 봤다. 즉 공짜로 봤다는 말씀. 나는 종종 시사회로 영화를 본다. 고백하자면 2003년 사실 돈 내고 본 영화보다 공짜로 본 영화가 더 많았다. 대략 3배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랑만 하지 않고 여러분에게 시사회에 대한 좋은 비법을 제공하려한다.
뭐 간단하게는 영화포털사이트들의 시사회에 신청을 하고 당첨을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은 매우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다. 좀 더 고수들은 직접 신청하지 않고 '신청해서 당첨되었는데 개인적인 상황 및 시간 때문에 갈 수 없어서 시사회 티켓을 양도하는 이'들에게서 시사회 티켓을 양도받는다.
영화포털사이트들의 티켓 나눔 게시판에 가보면 시사회 티켓을 양도하는 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마음에 들고 시간이 맞는 영화들이 확인되면 티켓을 양도하려고 내놓은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서 티켓을 양도받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 것 역시 상당히 귀찮다.
더 간단한 방법은 시사회 일정만 알고 나서 양도고 뭐고 그냥 무작정 시사회를 하는 극장으로 간다. 그리고 남는 표를 달라고 하면 된다. 어차피 시사회기 때문에 표를 배부하는 사람들로서는 남는 표 준다고 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 가끔 튕기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데 영화 시작하기 5분전에 가더라도 어김없이 표는 남는다.
더 이상 올 사람이 없는데도 표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얼굴에 편안한 웃음을 띄고 '영화평 좋게 써 줄테니까 좀 주세요. 꼭 보고 싶어서 그래요. 어차피 남는 거잖아요.'라고 잘 설득하면 주지 않을 사람이 없다. 구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협상이라고 생각하라. 하지만 이 것 역시 귀찮고 번거로울 때가 있다. 그때는 최후의 방법이 있다.
난입(亂入)하라. 시사회 일정 확인하고 그 극장에 가서 티켓이고 뭐고 무시하고 그냥 무작정 들어가라. 그리고 잠시 서서 사태를 관망하다가 영화 시작하기 직전에 빈자리에 가서 앉아라. 빈자리가 안 남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자리가 안 나는 때가 있는데 그때는 계단에 앉아도 좋고 다리가 튼튼한 사람은 서서 봐도 좋다. 물론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극장이 몇 군데 있긴 하다. 알아서들 확인하자. 특히 (이제는 시사회 전용관으로 전락한) 스카라 극장은 입구가 제한되어 있어서 반드시 티켓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전혀 입장에 제한이 없는 극장이 있으니 그 극장이 서대문 역 8번 출구에 위치한 '드림 시네마'다.
이번 타임라인 역시 드림 시네마에 친구녀석 한 명과 난입해서 봤다. 친구 녀석은 처음이어서 좀 불안해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상당히 만족해했다. 짜식... 유료 시사회 티켓도 얻어내는 '협상의 대가(^^;;)'를 못 미더워 하더니... 그러니 여러분도 드림 시네마의 시사회 일정을 확인해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냥 난입하라. 다만 너무 일찍 자리를 잡아 앉으면 자리의 원래 주인에 의해서 부득이하게 자리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니 그런 세부사항들은 개인의 재량에 맡기도록 하겠다.
이제야 영화이야기. (사실은 이번 글은 시사회 팁에 대한 글이 주主고 영화 이야기는 객客이다.)
마이클 크라이튼
이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이야 쥬라기 공원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 사람의 소설들은 정말 많이 영화화되었다. 본인이 본 영화만 해도 '쥬라기 공원' '라이징 선' '폭로' '열 세 번 째 전사' 등등이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로는 법정 스릴러에서는 존 그리샴, 호러 미스테리에서는 스티븐 킹, 의학 스릴러에서는 로빈 쿡, SF에서는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필립 K 딕 등을 들 수 있겠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과학 스릴러의 대가라고 불리고 있고 혹자는 SF 소설가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또 SF 매니아들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SF 소설가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한다. 과학지식을 이용해서 소설을 쓰기는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기술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려갈 뿐 SF 소설가가 펼쳐 보이는 '기술 발달로 인한 미래에 대한 진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상당한 논쟁이 있는데 만약 SF 매니아들이 SF를 규정하는 그 틀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마이클 크라이튼이 '본격 SF 소설가'라기보다는 과학스릴러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SF라는 장르의 규정이 과연 SF 매니아들의 주장처럼 견고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가 들기도 한다. 허나 본인은 그저 애호가일뿐 매니아는 아닌 관계로 매니아들의 정교한 이론 반론 파상 공세에 맞설 자신은 없다.
타임라인
어쨌든 이번 타임라인에서도 '쥬라기 공원'에서처럼 신기술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을 수습해나가는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이번의 기술은 양자역학으로 분자들을 분리해서 재조합하는 신기술, 즉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공간이동장치와 같은 ('더 플라이The Fly'라는 영화에서도 등장) 기술을 개발한 ITC라는 기업이 물질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웜홀(wormhole: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를 블랙홀이 연결하면서 생겨난 구멍. 들어가기도 하지만 나올 수 있다는 점이 블랙홀과 다르다. 두 우주를 잇는 지름길이며 시공간속의 작은 터널과 같은 것으로 웜홀을 통할 때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웜홀은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 속으로 정확히는 1357년의 프랑스 북부로 이어져 있었다. 다음은 네이버에서 주워온 이 영화의 간략한 스토리다. (직접 쓰기 귀찮아서 -_-;;) 당연히 스포일러는 빠져있다.
프랑스 라로크성의 유적발굴에 한창이던 존스톤 교수의 일행은 600년간 봉해져 있던 수도원을 발견한다. 그러나 14세기 유적보다 놀라운 발견은 발굴단의 책임자이자 그들의 스승인 존스톤 교수의 도움요청과 친필서명이 담긴 문서, 그리고 그 당시에는 결코 발명되지 않았던 안경 렌즈였던 것! 유적발굴의 후원사인 ITC를 찾아간 존스톤 교수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인가?
ITC를 찾은 그의 아들 크리스와 조교수 매렉, 그리고 학생인 케이트,스턴,프랑소아는 문자를 전송할수 있는 것처럼 사물을 전송할수 있는 양자 원격 이동 장치와 웜홀을 통해 존스톤 교수가 14세기, 영불 100년 전쟁의 거대한 소용돌이속에 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6시간이라는 귀환 데드라인속에 목숨과 운명을 걸고 시간 여행에 뛰어드는 그들. 그러나 21세기에서 온 그들로 인해 1357년의 역사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하는데....그들이 만나게 될 과거와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평가 '한마디로 헐리우드가 바라본 100년 전쟁'
사실 이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 접했던 평가들은 다음과 같았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 '단 한번만이라도, 액션 씬을 위한 세팅 요소로서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진정한 궁금증에서 영감을 얻은 시간 여행 영화를 보고 싶다.'
보스톤 글로보의 웨슬리 모리스 '길고 깊이가 없으며, 양자물리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영화.'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 '<스쿠비 두> 방식으로 진행되는 <스타 트렉> 에피소드를 보는 듯 하다.'
글로브 앤 메일의 리암 레이시 '풍부한 특수효과 예산을 가진 50년대 B급 영화처럼 보인다.'
아틀란타 저널-컨스티튜션의 엘레뇨어 링겔 길레스피 '환상 모험극이 발전함에 따라,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이 영화를 마치 호빗족의 트림 정도로 보이게 만든다.'
미국에서의 흥행성적도 좋지 않았다. 미국 개봉에선 첫주 2,787개 개봉관으로부터 844만불의 저조한 수입으로 8위로 올랐다. 리셀 웨폰 시리즈의 리처드 도너 감독이라고 해서 설마 했지만 이런 혹평들 덕분에 결국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기대수치는 매우 낮아졌다. 하지만 본인 공짜라면 웬만한 건 다 해보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천년호' 같은 영화도 시사회라는 이유로 관람하고 나서 '그래도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본인이 이 영화를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공짠데.... 게다가 '천년호'를 돈주고 볼 사람들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까 꽤 재미있었다. 사실 공짜 영화에는 상당히 관대하기도 한 나지만, 워낙에 기대수치를 낮추고 보니까 그럭저럭 재밌게 봐 줄 수 있었다. 물론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들과 연출은 상당수 존재했다.
가령 현대인들의 영어가 14세기 영국군과 아무런 장애 없이 소통 가능하다던가(14세기 영국인들이 현대인들에게 말투가 이상하다고 묻자 현대인들은 자신들을 스코트랜드인이라고 밝힌다. 상황 종료-_-;;;) 프랑스 인들의 그 유창한 영어하며(어쩌면 사실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100년 전쟁 전까지 프랑스의 많은 영토들이 영국귀족의 소유였으니까), 현대에서 온 고고학자가 14세기의 프랑스 귀족 여성에게 시공을 초월한 작업을 하는 장면이라던가... 여기저기 실소를 터트리게 할 만한 장면과 연출이 꽤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결코 다큐멘터리는 될 수 없는 헐리우드가 바라본 100년 전쟁'인 것이다.
하긴 언어 문제로 따지자면 더 웃긴 영화도 있다. 바로 뤽 베송 감독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문제의 그 영화 '잔다르크(원제는 The Messenger). 프랑스 자본에 프랑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이 '영어'를 쓰는 황당한 영화. 그럼 영국군은 무슨 말을 쓰냐고? 영국군도 영어를 쓰지만 강한 영국식 악센트를 가진 영어를 사용했다. 프랑스군은 프랑스 혹은 미국식 악센트의 영어를 사용... 따지자면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에서 조선수군이 일본어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어쨌든 언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어쨌든 타임라인은 현대의 미국 관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본래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전해듣기로는)이 시도했던 치밀한 중세에 대한 묘사는 대부분 누락된 전형적인 헐리우드 액션 오락물로 전락했다. 다시 한번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위의 많은 혹평들은 대부분 정당한 혹평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저런 혹평들에 동의하면서도 나는 이 영화를 꽤 재밌게 봤다.
특히 사악하고 잔혹한 침략자 영국군들(정말 사악하다)과 침략자들을 물리치기 위해 일어선 프랑스군(정말 착하다)이 벌이는 클라이막스의 공성전은 반지의 제왕 3편의 그것에 비하면 스케일의 차이가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박한 공성전의 모습이 결코 초라해보이지는 않았다. 반지의 제왕의 그것이 CG 투성이었지만 타임라인의 그것은 대부분 실제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성안의 영국군과 성 밖의 프랑스군이 야간에 공성전을 벌이면서 서로 불화살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사악한 영국군 장군이 불을 붙이지 않은 화살(night arrow)로 프랑스군을 공격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무인시대에서도 항상 야간에 전투할 때는 불화살만 날리지 않는가.
어쨌든 이 소박하지만 인상적이었던 공성전 장면 덕분에 초·중반의 삽질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용서가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SF 액션 환타지일 뿐 그 이상을 기대할 수는 없는 영화였다. 게다가 나의 이런 호평(?)은 표 값이 개입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만약 표 값이 개입한다면 과연 내가 어떤 평을 내릴지는 나 스스로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나의 호평 때문에 표를 사서 영화를 보고 나서 본인의 멱살을 잡고 '재밌다매!!! 뭐가 재밌어!!! 내 돈 물어내!!!'라고 해도 본인은 전혀 할 말이 없다. 그러니 각자의 재량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