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는 항상 새로운 음식점들이 생기고 없어진다. 그렇기에 신선한 시도를 하는 레스토랑이 많다. 정말 오래된 맛집들은 인테리어가 후지고 건물은 허물어져 가고 있기 때문에 분위기는 영 꽝이다. 서비스는 이렇게 불친절할 수가 없다. 음식을 담은 접시들은 테이블로 던져지고 주인은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른다. 식기는 과연 씻기는 했을까 의아해진다.
그래서 홍콩에서 산 지 1년 정도 되면 더 이상 로컬 음식점은 잘 가지 않는다. 맛있는 게 그 밖에도 이렇게 많은데!! 5년쯤 되면 가던 곳만 간다. 여기서 소개하는 레스토랑들은 내가 가고 가고 또 가는 곳이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환상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곳도 있고 음식 하나를 기가 막히게 하는 곳도 있다. 먹으면 혀와 뇌와 위가 아주아주 행복해지는 곳들이다. 너무 맛있어서 쓰러질 수 도 있다. 그럼 설명은 일단 사진을 보고..
1. La Vache
프렌치 레스토랑인데 메뉴는 단 하나! 스테이크 + 프렌치프라이 + 샐러드이다. 평일이던 주말이던 항상 줄은 길고 스테이크는 항상 맛있다. 이 집의 주인과 우연히 만나 알게 되어 안 기다리고 먹을 수 있게 되자 친구들은 데이비드 베컴을 아는 것 보다 난 인맥을 잡압다고 부러워했다. 미국의 60년대 스타일 같이 디저트는 카트로 운반되고 그중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되는데 정말 다 먹고 싶다. 맛난 디저트를 가득 실은 카트가 지나갈 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같은 곳을 바라본다.
2. Corner Kitchen Cafe
주말마다 가는 이 브런치 아주 잘하는 레스토랑은 나에게 홍콩 속의 뉴욕 같은 곳이다. 메뉴들은 다 정갈하고 깨끗하다. 커피는 마치 과학실험을 하는 듯 완벽을 기하여 만들어지고, 트렌드에 맞게 몸에 좋은 음식들이 예쁜 차이나에 담긴다. 레드 벨벳은 안 먹고 지나칠 수가 없다. 나의 주말 go to 메뉴는 연어 구이와 아보카도 잔뜩 들어간 계란 요리! 나른한 일요일 아침 햇빛 좋은 날엔 사람들이 이른 시각부터 많이 나와 있어 조금 기다리게 되더라도 꼭 찾는 곳이다.
3. Panino Giusto
난 티라미수를 안 좋아하는 사람과는 난 절대 상종하지 않을 거다!! 혹시 흩뿌려진 코코아 가루 때문에 기침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건 꼭 꼭 먹어봐야 한다. 위치도 딱 안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는 IFC 에 있다. 와인도 가격 대비 정말 맛있고 샌드위치도 다 맛있지만 티라미수는 전설이다. 진짜 눈물 나게 맛있다.
4. 33 Cafe Y Mucho Mas
여긴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생긴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콜롬비아 음식 전문점이다. 콜롬비아에서 온 아름답지만 먹성은 돼지인 친구와 처음에 같이 갔기 때문에 진짜 맛있는 콜롬비아 음식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셰프는 콜롬비아에 온 히피이고 부인이 운영한다. 우리가 음악이 너무 좋다고 칭찬하자 음식을 끊임없이 시키는 우리를 놀라워하던 중국인 부인은 남편이 음악 하던 사람이라 음악이 구리면 일을 안 할 거라서 어쩔 수 없이 큰 돈 들여서 스테레오를 구입하고 항상 백그라운드 음악에 신경 쓴다고 했다. 남자는 역시 여자 하기 나름이다. 정말 다 맛있지만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아레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침 메뉴로 여러 번 선정되었다 -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인데 그 안에 치즈 아보카도 고기 토마토 등 입맛에 맞게 넣어 먹는다/ 아침 말고도 점심 저녁 파티 끝내고 새벽 등 항상 먹는다고 한다) 버거를 추천한다.
5. Yardbird
내 (얼마 안 되는) 경험으로는 세계에서 튀김을 제일 잘하는 곳이다. 홍콩 북쪽에 있는 양계장에서 매일 공수해 오는 닭을 부위 별로 주문받아 튀기는 데 정말 식감 제대로 살아있게 튀긴다. 빵도 튀기고 계란도 튀기는데 다 맛있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그 좋은 재료로 맛갈나게 양념해서 튀기니 갈 때마다 정말 천국에 있는 것 같다. 진짜. Monocle Magazine 의 World's Restaurant Guide 에도 소개되었다. 저녁 즈음이 되면 이미 맛있는 부위는 남아있지 않으니 빨리 가서 주문을 먼저 할 것!
6. 8 1/2 Otto et Mezzo BOMBANA
이탈리아 밖에서 유일한 미슐랭 스타 3개를 받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파스타는 비행기로 공수되고 모든 요리가 셰프 Umberto Bombana의 감시 아래 이루어진다. 인상 정말 좋으시고 배에 넘치는 인성 가득하신 셰프님이 가끔 돌아다니신다. 나의 추천 메뉴는 트러플 아이스크림! 그 귀한 화이트 트러플을 수제 아이스크림에 눈앞에서 직접 갈아 주신다. 아이스크림과 함께 입에서 녹는 트러플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 포멀 한 레스토랑이니 하이힐에 드레스 업! 하고 가야 한다. 예약은 일주일 전에는 해야 하고 점심 메뉴는 따로 있다. 혹시 예약이 다 찼다면 너무 바쁘지 않은 시간대 에는 바에 앉아서 먹을 수도 있다. 와인을 시켰다면 꼭 수제 초콜릿을 꼭 달라고 해라. 바텐더 기분따라 주기도 하고 안 주기도 하는데 (사실은 바빠서) 직접 만든 밀크와 다크 초콜릿은 맛없는 와인이 어쩜 하나도 없는 이 집의 와인들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7. Lobster Bar at Shangri-La
샹그리라 호텔에 있는 랍스터바는 홍콩 최고 요식업계의 사람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친하게 지내는 8 1/2Otto et Mezzo BOMBANA 매니저한테 "그 좋은 것들만 접하는 너네는 어디 가서 마시는지" 물어봐서 알게 되었다. 술의 종류와 랍스터의 신선함은 물론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지만 진짜 내가 반한 건 스테이크였다. 정말 부드럽고 연하다. 같이 나오는 사이드도 맛깔스럽다. 여름이라면 밖에서 야경을 보면서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는데 시가를 피는 멋진 양복을 쫙 빼입은 아저씨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정말 아름다운 인테리어 디자인을 자랑하고, 분위기가 나름 포멀 하니 쫙 빼입고 기분 전환하기 딱이다.
8. Ciak - In the Kitchen
앞서 소개한 쓰리 8 1/2 Otto et Mezzo BOMBANA 미슐랭 스타 셰프 Umberto Bombana와 원 미슐랭 스타 셰프 Valentino Ugolini 가 함께 만든 아주 캐주얼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피자도 있고 파스타도 있다. 그리고 진짜 맛있다. 이탈리아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내가 먹던 피자는 피자가 아니었구나 할 지도 모른다. 정말 이건 예술의 경지다 싶은 건 홈메이드 라자냐. 한입 한입이 아깝다. 꼭꼭 먹어봤으면 좋겠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여긴 청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가도 되고 미슐랭급 음식이면서 가격도 착한 편이다. 진짜 이탈리아 길거리에서 처럼.
9. Brickhouse
몇 년에 걸쳐 홍콩에 사는 사람들은 불만을 표현해 왔다. 제대로 된 멕시코 음식점은 언제 생기냐고. 그래서 생긴 곳이다. 드디어 핫하고 시끌벅적한 멕시코 음식점이 생겼다. 게다가 랑콰이펑 한복판에 있지만 그래도 찾기 어려운 골목에 있다. 홍콩 로컬이 제일 좋아하는 거다. 아주 간편하지만 숨겨져 있는 음식점. 사람은 항상 바글거리고 안은 무진장 시끄럽지만 음식은 맛있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먹고 마신다. 항상 시키는 메뉴는 에피타이저 란에 있지만 크기는 전혀 에피타이저가 아닌 멕시칸 립! 타코는 개인적으로 좀 비싼 느낌인데 립은 둘이 먹어도 될 만큼 크지만 연하고 뼈다귀에서 칼을 대면 똑 떨어진다. 맥주와 환상적인 조합을 만들어 낸다. 란콰이펑 거리에서 큰 코치 매장을 지나 하겐다즈 가 보일 때쯤 가짜 가방을 파는 허접한 가게 비스무리한 것이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어둡지만 바글바글한 Brickhouse를 찾을 수 있다.
10. The Square
미슐랭 가이드에 매년 소개되는 딤섬 레스토랑인데 이 곳은 호불호가 갈린다. 딤섬은 자고로 쓰러져가는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먹어야 한다는 사람에게는 그냥 회사 회식장소로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내 돈을 쓰는데 주문을 하면 주문한 대로 나와 주었으면 하고 웬만하면 접시도 깨끗했으면 좋겠기 때문에 딤섬은 여기를 제일 선호한다. Exchange square 에 있어서 점심에는 직장인들로 많이 붐빈다. 딤섬 메뉴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웨이터나 매니저에게 제일 잘 나가는 걸로 달라고 하면 알아서 잘 골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