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울릉도, 독도를 가다.
* 이번 2010년 5월 22일부터 5월 24일 까지 경고 제경 14회 산악회가 100회 등산의 특별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2박 3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울릉도에 도착후 풍랑으로 인하여 41명의 대원이 울릉도에 6박 7일을 묶여 있다가 돌아오게 되었다. 그동안 찍은 많은 사진과 사연들을 <풍랑이 준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차차 글을 올릴 것이다. 다음의 글은 2005년 4월 21일에도 동기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왔기에 그때를 회상하며 이번의 여행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아 내가 쓴 그때의 여행기를 올려본다.
도동항(2010/5/21)
명이(2005)
울릉도 호박(2005)
울릉도 바다 갈매기(2005)
긴 겨울, 눈 속에 허기진 울릉도의 개척자들을 연명(延命)시켰다는 명(命)이,
이른 봄 눈 속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산(山) 마늘, 효녀 심청 명(命)이가
이제는 맛 자랑 식품으로 미식가들의 혀끝을 자극하며 명(命)이의 명성을 높인다.
먹을 것을 찾아 섬 주위를 기웃거리던 바다의 집시 갈매기(일명 거지 갈매기)들이
지금은 예쁜 발레리나가 되어 유람선들을 따라 멋있는 저공비행을 하며
나의 손에 있는 새우깡도 맵시 있고, 귀엽게 키스하듯 물고 가 나의 애를 태운다.
찰칵! 찰칵! 울릉도 호박엿을 떼던 엿장수의 가위질은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엿장수 딸 해호랑들의 손놀림으로 호박엿 공장과 호박 동동주 주막은 부산하다.
오기동이는 오징어 팔기에 신이 나고, 맥반석 위에 구워지는 오징어 냄새가 구수하다.
도동항과 저동항은 울릉도를 찾아준 모든 지구인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 환영하며
성인봉은 송곳봉 칼 등에 차고 독도를 바라보며 우리의 동해를 지키는 믿음직한 장군이고
공암, 삼선임, 죽도, 저동 촛대 바위는 관광 한국의 신비를 세계에 알린다.
2005년 4월 26일 - 昭汀 李憲永 -
오징어 말리기
<' 잡혀서 징계받고
말려서 징계받고
불에구워 징계받고
찢어서 징계받고
씹어서 징계받고>
그래서 5번 징계를 받는다고 오징어라 한다는 관광기사의 농담(? ) 2010/5/24
오징어는 앞뒤가 없는 전차처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
그리고 발이 머리에 붙었다고해서 <頭足類>라고한다.
-손영목교수- 20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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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1일 경남고 14회의 산악 반은 박진대장과 김용후총무의 주선으로 목요일 저녁 10시 교대전철역에서 사조관광 버스를 타고 독도를 향해 출발하였다. 오전 2시경 경포 해수 사우나에 도착 간단히 샤워를 하고 우리 일행 35명과 다른 손님들이 합쳐 찜질 방 하나에 남녀노소 약 50명이 함께 혼숙을 하였다. 코를 고는 사람, 바닥이 뜨거워 서성이는 사람들 틈에서도 너무 피로하였던지 모두들 잠깐 눈을 붙였다. 그래도 부지런한 친구들은 동해의 일출을 보려고 5시에 일어났다.
나는 4월 22일 금요일 새벽 경포대 앞바다 모래사장을 황원재동문과 함께 거닐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쌍화차, 생강차 등을 팔려고 다가왔다. 쌍화차 2잔을 사 먹고 있는 동안 해가 어느새 떠올라와 있다. 이글거리는 동해 일출을 기대했던 우리는 실망하여 내가 물어보았다. “할머니! 해가 왜 저렇게 희멀건 해요?” “ 아! 저건 봄의 ‘물해’라서 그래요!” ‘물해’라? 처음 듣는 단어이다. 할머니의 설명은 봄에 해가 물을 머금어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할머니가 70은 넘어 보여 “할머니! 만수무강하세요.”라고 말하려는 찰라 W동문이 “할머니! 연세가?” “예. 저는 해방둥이 입니다.” 큰일 날 뻔했다. 내 마누 라와 동갑내기인 사람에게 “만수무강하십시오!”라고 할 뻔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전 10시 우리 일행은 묵호항에서 배를 타고 약 161km 떨어진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하여 울릉비치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말이 호텔이지 서울의 2류 여관 정도이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우리 집 안방보다 적은 방에서 4명이 머리를 맞대고 자야 했다. 코를 골면 바로 귀가 마이크가 되어 크게 증폭되었다.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고 독도로 가기 위해 뱃멀미 약을 먹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독도의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되어 성인봉을 먼저 오르기로 했다. 오후 늦게 출발하여 시간에 쫓기고 뱃멀미 약을 먹고 성인봉을 오르다 보니 많은 일행이 산멀미(?)를 해서 반 정도는 중간에서 하산했다.
필자와 신수범 사장의 부인 L여사가 제3진이 되어 정상을 향한 집념으로 올라갔으나 9부 능선에 있는 정자까지 올라가고 시간 때문에 정상을 오르지 못하고 하산을 하기로 했다. 하산 시 필자와 L여사의 ‘맹인 코끼리 몸통 만지기’식 울릉도 해석은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무식이 탄로 나고 말았다. 9부 능선에서 하는 대화; L여사 - “울릉도에는 소나무, 뱀, 지렁이, 새들을 볼 수 없어요.” 필자 - “분화구도 보이지 않고 돌멩이들도 용암 등 화강암 같지는 않고 수성암 같다. 아마 울릉도는 화산 폭발로 생긴 것 같지 않다” 이렇게 학자인 양 나누었던 대화가 몇 시간 후 뱀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올라갔다면 분화구인 나리분지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산에 오르기 전 조금만 주의 깊게 보고 들었다면 많은 소나무와 새소리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렁이도 많이 있다고 한다. 다음날 새벽에 해변의 산책로를 걸으면서 용암으로 만들어진 갖가지 아름다운 자연의 조각품을 보면서 내가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입을 놀렸든가 후회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산에서 내려오자 바로 울릉도 약소고기(?)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소가 울릉도의 약초만 먹고 자랐다고 하여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약소고기를 명(命)이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젠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산물을 개발하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위에서 말한 해호랑과 오기동이는 호박과 오징어의 캐릭터로 울릉도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해호랑과 오기동이가 쑥쑥 자라기를 바란다.
4월 23일 토요일 아침 4시 반에 기상하여 도동항에서 일출을 보려고 해안 도로를 따라 걸었다. 해안가에서 아름다운 일출을 보고, 박진대장의 안내로 도동 행남 등대에 올라갔다. 필자는 저동항을 바라보며 촛대바위, 죽도 등의 절경을 만끽했다. 걸으면서 하는 조장일 동문의 재치 있고 컬컬한 유머는 무궁무진했다. 본인이 조 씨라 조자(字)가 어두(語頭)장식하는 말이 많았다. ‘조붓하다’는 순 우리말도 배웠다. 배우면 써먹어야지! 호텔로 돌아오는 오솔길은 조붓했지만 멋이 있었다, 그리고 독도 근해의 파도가 심하지 않기를 ‘조비비었다.’ 조붓한 길에서 대나무를 주워 울릉도 지도가 있는 손수건을 사서 깃발을 만들었다. 비록 돈은 2천원 밖에 들지 않았지만 내가 울릉도에서 가져온 제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아침을 먹고 독도로 가기 전 10시경부터 유람선을 타고 울릉도 해상 일주에 들어갔다. 출발부터 뱃전주위를 돌며 관광객의 손을 주시하는 바다 갈매기 떼의 군무는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엄지와 검지사이에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정확히 새우깡만 물고 달아난다. 얼마 전 방영된 ‘마파도’라는 우리나라 영화에, 당첨된 로또 복권을 들고 좋아하는 한 시골 처녀의 손에서 바다 갈매기가 복권을 물고 달아나는 장면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일 테지만 그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냈는데 막상 직접 바다 갈매기에게 내 손으로 먹이를 주어보니 작가의 상상력이 아니라 실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내 손끝에 남아있는 갈매기 부리의 터치가 감미롭다. 도동항에서 군무를 하며 따라온 갈매기 떼들은 섬을 약 1/4 바퀴 돌고 다른 갈매기들에게 바통터치를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동문 전상배 장군의 해설에 의하면 갈매기 떼들도 영역이 있다고 한다. 코끼리 모양의 공암, 삼선암 등 자연이 만든 조각품들의 아름다움은 보고 느끼는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오후 2시 도동항에서 약 87.4km의 뱃길을 약 1시간 30분에 달려가는 대형 유람선 썬-플라워 호를 타고 우리 일행은 독도로 향했다. 옆에 앉은 김원조 동문은 고전음악 애호가로 요한 시빌리우스의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김동문이 구상하고 있는 소설이야기를 듣다보니 벌써 독도에 도착했다. 비록 상륙의 꿈은 사라졌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도동으로 돌아왔다.
4월 24일 새벽 6시 한겨레 호를 타고 묵호로 돌아와 해변 식당에서 곰치 국밥을 맛있게 먹고 정동진을 향했다. 신 노아의 방주처럼 생긴 산상의 유람선, 주식회사 승화 썬 크루즈에서 만든 이 호텔은 우리에게,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많은 꿈을 심어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들의 꿈은 바다로 향하고 세계로 향한다. 정동진의 해변에 파도와 빛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신비한 그림은 여기서 아침 일출을 보지 못한 우리 일행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 손자⋅손녀들을 데리고 가족들과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냥 신이 난다.
대관령의 대성산 사슴목장에서 사슴고기와 조 껍데기 술로 점심시간에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엘크와 래드 등 알라스카 사슴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목장을 둘러보고, 녹용과 사슴 육즙의 선전을 듣다보니 너무 늦게 서울로 향했다. 귀경길이 막혀 국도나 샛길로 우회하기도 하며 서울에 도착하여 S동문과 함께 전철을 타고 보라매 타운에 도착한 것은 11시를 훌쩍 넘긴 후였다.
2005년 4월 26일
이헌영
P.S. 김원조 동문은 지금은 고인이됨. 명복을 빕니다.
첫댓글 울릉도 2박3일 여행이 6박7일 여행이 되었으니 복받았다.
섬에 있던 소주 전부 작살내고 왔겠구먼?
용마가 동해에 출몰하니 처용이 놀래 버렸나?
아무턴 추억 거리를 많이 만들어 가지고 왔겠고 울릉도 쪽으로 한동안 오즘도 안싸겠다
정말 풍랑이준 좋은 기회로 울릉도를 충분히 둘러보았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 많았다.
<풍랑이 준 선물>이라는 재목으로 사진과함께 4-5편을 쓸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