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짭니다 (2016.1.31)

[송길똥]

그물을 짭니다

6년 전, 색동교회를 시작한 후 가장 꾸준히 해온 것이 있다면 '그물짜기 제자반' 성경공부일 것입니다. 해마다 9월 첫 주일에 시작하여 새봄이 오기 전에 마칩니다. 가을과 겨우내 열 두 명이 동참하는데, 마침 오늘 5기를 마무리하는 종강을 합니다. 교재는 ‘그물짜기 성경통독’입니다. 특히 제자반의 경우, 20주 동안 신약성경을 통째로 읽어가면서 장별로 요절을 찾고, 또 제시한 문제를 풀면서, 성경 그 자체를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그물짜기 성경통독’을 하면서 자신의 성경에 장별 요절은 빨간 색연필로, ‘내게 주신 말씀’에는 녹색 색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내 성경에 그려진 적록색의 컬러는 두고두고 제자반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스탠리 존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성경을 읽을 때 내 처지에 대해 말하는 구절을 만날 때마다 퀘이커 교도들이 하는 것처럼 그 구절에 입을 맞추었다. 그게 내 습관이 되었다.” 그만큼 성경 안에는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가득합니다.

처음 ‘그물짜기’란 이름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은 1994년 9월이니 꽤 연륜이 깊습니다. 처음 독일 복흠한인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하던 때, 이삿짐도 다 정리하기 전에 주말로 예정된 여선교회 수련회 강의를 부탁받았습니다. 강의를 준비할 겨를이 없어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마가복음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제법 상식적이라고 생각되는 성경문제 시험지를 나누어 주기 전까지만 해도, 이미 뻔한 강의를 짐작한 참석자들은 긴장을 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시험지를 나누어 주자 분위기는 갑자기 여고 중간고사 교실 분위기로 싸늘하게 바뀌었습니다. 성경을 보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 보라고 하자 이내 분위기가 냉랭해졌고, 긴장감마저 감돌았습니다. 참석자들은 손에 땀을 쥐었고, 뜻 모를 한숨을 쉬었습니다. 물론 성경을 펼치지 않고도 답을 쓸 만 한 아주 단순한 문제제기였지만, 대부분 만족스런 답을 적지 못하였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시험지 때문에 강의 내내 긴장을 풀지 못했던 그녀들은 새로 부임한 목사에게 성경공부를 적극적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예수 이야기가 낯선 인물로 다가서면서 어렴풋이 체계적인 이해의 필요성을 요청받은 셈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물짜기 성경통독’ 교재(구약 2권, 신약 1권)가 만들어졌습니다. 피차 그런 목마름이 없었다면 목사인 나 역시 성경교재에 대한 필요를 덜 느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진땀을 연출한 어설픈 그 날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손쉽게 교재를 구하기 어려운 외국이란 환경 탓도 한 몫 하였습니다. 게다가 주야간 근무하면서 격주로 교회에 출석할 수밖에 없는 간호사란 직업 때문에 배달용 통신교재 기능도 필요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성경공부의 취지가 중요했는데, 이름을 ‘그물짜기’라고 한 배경입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인 제자가 되려면 그물이전에 먼저 온전한 그물을 깁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미 성행하던 제자교육이란 성경공부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한때 세간에 유행한 제자교육은 말로는 제자화라지만, 질문과 함께 이미 괄호 안에 제시된 참고본문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옮겨 적은 정답 베끼기 식이기에 한계가 분명하였습니다. 비판적인 생각이 든 까닭은 이런 은행적금식 방식으로는 성경의 본질적 이해를 오히려 가로막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성경을 이용한 문답식 교리공부에 그쳤습니다.

물론 성경공부가 곧 제자교육의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예비 어부들이 ‘그물짜기’의 취지에 맞게 성경이해와 말씀묵상의 훈련을 더해간다면 하나님과 관계를 열어나가고, 세상을 향해 그물을 던지려는 마음도 성장할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사랑하고, 일상생활에서 늘 손 가까이 하며, 특히 배울수록 경외감과 자부심을 함께 얻게 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가이드와 더불어 성경의 세계와 성경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답사하면서, 마침내 성경을 통독하는 성취감을 얻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 공부를 통해 친교 하는 즐거움마저 얻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공부 이름이야 제 각각인들 문제가 아닙니다. 무작정 읽는 성경통독만이 아닌, 성경을 이해하고 깊이 배우려는 말씀의 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b 코드ㅣ이은숙]

1기 그물짜기 한 지가 너~~~무 오래 돼서...
6기 때 청강? 도강?을 해야 할 듯 싶습니다 ㅎㅎㅎ

[까치(정기준)]

그물짜기 제자반5기 여러분! 오늘 종강하고 수료하심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수련회에서 갑작스럽게 시험에 들었던 독일 복흠교회 여선교회원님들. 당황~ 하셨겠네요.
덕분에 저희 후배들도 열심히 하늘그물을 짜고 있답니다.

[레아-이영미]

그물을 짜면서 말씀을 읽는 맛과 기쁨을 누렸던 것 같아요. 그 어느 기수보다 부지런히 그물을 짜고 또 일찍 그물을 완성하신 5기 모든 분들을 축복합니다~~

[우연한산책]

저도 그물 짜고 싶네요.
확 우연한 산책 접어버릴까봐 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