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선 배를 타고 흑산도에 오며
불과 백여년전에 오갈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무 일도 없이 관광삼아 드나들진 않았을 것이고
곡식이나 옷감, 그릇 등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그곳의 특산물인 홍어나 전복이나 생선 말린 것을 가득싣고
돗을 단 배에 사공들이 노를 저어며 몇날 며칠을 목숨걸고 오갔을 것이다.
순풍이 불면 조금 빨리 육지에 도착했을 것이고
가다가 푹풍우라도 만났다면 사투를 벌이며 하늘에 빌었을 것이다.
요즘이야 첨단과학이 발달하여
미리 일기예보를 듣고 큰 폭풍이 온다면
큰 배도 뜨지 않는데 순전히 운명에 몸을 맡기고 육지로 향했을 것이다.
육지로 생필품을 구하러 갔던 사람들이
무사히 안전하게 몸이 성하게 돌아왔다면
섬 전체의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며 반겨주었을 것이다.
육지에 다녀왔다면 보람도 대단히 컷을 것이다.
요즘이야 모두 잘 살게 되어 주민들의 차가
부둣가에 정차되어 있으면 목포에 나가 있다고 여긴다 한다.
이제는 육지에 드나드는 것이 거창하지 않고 가벼운 일상이 되었다.
모든 생필품이 넉넉해졌고
안전이 보장되었으니 좋은 사회가 도래했음에 틀림이 없다.
흑산도 주민들도 대부분이 차를 갖게 되었고
그 문화의 혜택인 자동차를 오늘 인수 받았으니
우리 차가 생겼고 흑산도를 가볍게 날아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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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뵙는 형님께서는 독실한 카톨릭신자셔서
그런지 곧바로 성당으로 안내를 하시는데 이곳이 경관이 아주 그만이다.
형님은 이 성당의 총무를 맡고 계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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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를 쓰신 정약전 선생도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을까?
아마 당시에는 이런 성당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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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빼았다시피 인수받아 나오다
만난 할머니는 시속 1킬로미터 정도로 더디게 걸으신다.
이 연세의 분들은 남편이나 자식을
바다로 보내고 마음을 졸이신 세월을 보내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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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세시간 전에 목포항에서는 소나기가 퍼붓더니
이젠 쾌청한 하늘이 펼처졌고 멋진 구름이 흘러간다.
쾌청한 하늘이 아니라 찌는 더위에
땅바닥에서 열기가 올라와 땀이 저절로 줄줄 흘러내린다.
형님께 어디가서 무얼 먹어야 하는지 물어보니 따라오라 하신다.
먼저 민박집에 들러 짐을 내려 놓고
어느 식당으로 가서 곰탕 한그릇씩으로 점심을 때우고...
우선 차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나비를 보러 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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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귀나무는 꽃을 제대로 피우고 있건만
빈틈이 없이 셀수 없이 붙어 있던 청띠제비나비는
그 개체수가 급감하였는지 삼년전의 반도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더욱 많은 나비를 여러 각도에서
보다 더 멋지게 제대로 찍어 보고자 했는데 이런 낭패가 없다.
이곳도 오염이 되어 가는 게 아닌가 더럭 겁이난다.
http://www.kaudio.co.kr/Gnu_Base/bbs/board.php?bo_table=owner&wr_id=10729&sca=&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C3%BB%B6%EC%C1%A6%BA%F1%B3%AA%BA%F1&sop=and위를 클릭하면 삼년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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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하고 낭만적인 나비 두녀석이
순식간에 눈이 맞아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파란 하늘로 신혼 여행을 떠나 멀리멀리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명분과 체면을 갖추느라 온갖 눈치를 보며
허세를 부리고 거추장스러운 혼인식 치르는 과정에서
파혼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으나 이 청띠제비나비는
번거로움을 생략하고 세상에서 젤로 간소하고 멋진 결혼식이 되었다.
흑산도에는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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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이 되었으니 마을의 어른들이 동구밖 정자에 나와 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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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는 아직도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다.
그 옛 모습이란 게 풍경도 그러하지만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예전같이 순박하고 야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농촌이나 어촌이나
새벽에 날이 밝으면 일을 시작하고 해가 중천에 오르면
일을 마치고 뜨거운 한낮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쉬기 마련이다.
제법 상업이 성하고 번화가인
항구에만 사람들이 북적대며 눈이 반짝이나
십리만 외지로 나와도 전형적인 옛 시골 모습 그대로다.
사람을 보면 누구집을 방문하러 왔는지
궁금해 하고 가까이서 사진을 찍어도 호의적이며 좋아한다.
강원도의 해변가나 산속이나 어디든지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설처대니 순박했던 원주민들도
자연히 많은 사람을 접하게 되고 잘못된 경우도 많았을테고
행여 사람때문에 마음이 상할까 저절로 눈치를 살피게 되고 약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순박한 것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한 까닭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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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돌담과 도라지 꽃밭이며 모든 게 내 살던 시골의 모습과 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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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 여저껏 불러도 대답도 없구만이라....
딸 헌티 전화가 왔고 아들 헌티도 전화가 왔는디..."
이 아주머니는 허리가 아프셔서 집에 혼자 계셨다고 한다.
도회지에 나가 사는 자녀들이 시골의 부모님께서
전화를 받지 않으니 이웃집에 전화를 하여 안부를 물어 온 모양이다.
내가 다가 가니 반가워 하시며
동구밖에 정자에 계시는 분 누구의 자제들이
전화를 해 달라 하셨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참으로 시골다운 모습이다.
옛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아름답고
순박한 사람들이 정이 넘치는 곳이 흑산도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