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대기자]
‘5월 9일 대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권자 마음을 얻기 위한 후보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12일 앞으로 다가온 헌정 사상 첫 대통령 보궐선거인 19대 대선이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대선 후보의 정책과 자질 검증의 장으로 부각됐던 TV토론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후보들의 미래비전, 정책 경쟁이 사라지고 상대의 흠결만 파헤치는 네거티브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권자 앞에서 벌이는 토론은 국가를 경영할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희망의 경연장이 돼야 한다.
후보 간 토론은 자신의 정책적 목표와 실행방안을 서로 비교하며 국민들에게 국가경영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자리다. 그러나 대선후보 TV토론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국민들의 실망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제와 무관한 사안을 불쑥 내놓는 생뚱맞은 장면도 발생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동원되는 구태는 지역감정 조장뿐 아니라 상대후보에 대한 막말 인신공격, 색깔론 등 실현가능성·구체성이 부족한 말잔치 공약 등 적지 않다. 선거전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각 후보가 무차별적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데 몰두하는 바람에 당초 기대했던 건전한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역감정 조장은 무엇보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망치는 중대한 행위다. 과거에는 일부 후보가 정치적으로 이용해 득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절대로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구태다. 주요 후보들의 지역별 공약도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이 부족하고, 서로 중복되는 등 허점투성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정치적 불안정성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장기 불황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는 이런 정국과 맞물리면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안보 위기는 초미의 관심사이고 대선 최대 이슈이기도 하다. 누가 안보 적임자인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후보 간 안보관의 큰 간극이 큰 문제로 드러났다. 투철한 안보관은 유권자들이 대선후보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대통령의 안보관은 국가안보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북한 주적’ 논란 등으로 우리 국민이 안보를 불안해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또 그동안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뽑히고 국민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펼쳐야 하는 자리다. 국민과 함께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통령의 모습일 것이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다. 국정농단으로 흐트러진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 초유의 안보 및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다. 10여일 남은 대선전, 망국병을 떨치고 구태를 쇄신하는 올바른 선거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