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일의 입] 차마 낯뜨거워 못할 일, 문대통령·조국·박원순…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2021.02.08 18:09
제가 우리말 중에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차마’라는 말이다, ‘차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식구가 딸린 직원에게 회사를 관두라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쓰인다. 우리 마음속에 양심을 붙잡는 동아줄 같은 말이다. 옛날부터 쓰인 ‘참다’라는 동사에서 비롯된 단어라고 한다. 양심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 남이 볼까봐, 낯부끄러워서, 낯 뜨거워서 우리는 차마 못하는 일을 참고 살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주말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여럿 목격하고 말았다. 지난 5일 금요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라남도를 방문했는데, 전남도청 공무원들이 여러 플래카드를 준비했다. “그 내용이 상황에 맞지 않는다, 과잉 의전이다”, 이런 비판을 듣고 있다. 지금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플래카드 내용이 이렇다. “문재인 너는 사슴, 내 마음을 녹용(녹여요)” “대통령님은 우리의 행복” “우주 미남” “그거 알아요? 저 굴 좋아하는 거? 문재인 얼굴”… 이런 식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꽃다발까지 받아든 문 대통령이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에 갔어도 그곳 주민들이 차마 이런 플래카드를 들고 나오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도청 공무원들이 이런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게 눈을 의심케 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설 연휴에 임시 개통할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마치 문 대통령이 전라남도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준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그 뒤에 전남도청 직원 10여 명이 이런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들고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글쎄, 낯 뜨겁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낯간지럽다고 해야 할까. 정상적인 보통 대통령이라면 이런 플래카드를 차마 주지도 못할 것이며, 차마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돌 팬클럽에서는 소위 ‘주접 멘트’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주접을 떤다, 그런 뜻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주책이라고 할 만큼 과잉 칭찬과 과한 애정 표현을 남의 눈치 안 보고 그냥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 환영 플래카드에 이런 비판들이 쏟아졌다. “소위 대깨문이라는 대통령 팬클럽인줄 알았는데 공무원이 그랬다니 충격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니냐” 심지어 이런 비판까지 있었다. “김정은을 맞이하는 북한 주민을 보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낯 뜨거운 일, 보통 사람은 차마 못하는 일을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 검사가 했다. 진혜원 검사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가 끝내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의 인턴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4일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제인 에어, 조민 선생님을 응원합니다.”라고 돼 있다. ‘제인 에어’는 여기 보여드리는 것처럼, 19세기 영국 작가 샬럿 브런테의 소설이다. 일단 진혜원 검사는 올해 46살, 조민 씨는 올해 서른 살이다. 아무리 벌써부터 ‘의사 선생님’ 대접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무려 열여섯 살이나 어린 사람에게 깎듯이 ‘선생님’이란 호칭을 붙인 것부터 이채롭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제인 에어는 고아로서 (…) 학대받고 자랐지만 (…) 점차 삶의 지향점과 자아를 발견하고, 그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성에 관한 성장 소설입니다.” 이렇게 소설을 소개한 뒤 이어서 조민씨를 여기에 갖다 붙인다. “나이가 어린 조민 선생님이 1년 이상의 린치에 시달리면서도 당당히 시험에 합격하고, 면접도 통과한 것만 보아도 제인 에어 못지않은 자신감과 집중력, 그리고 선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짐작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깜짝 놀라셨습니까. 그런데 이어지는 극존칭의 문장을 보시면 아마 할 말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조민 선생님은) 집안 전체가 압수수색 되고 자신의 평생에 대한 정보를 취득한 국가기관이 언론에 수시로 공개해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고 모친(정경심 교수)은 영어의 몸이 되는 등 집단 린치를 겪은 분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대견하고, 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2월24일 서울중앙지법은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4년 형을 선고하면서 딸 조민 씨와 관련된 일곱 가지 입학 증빙 서류들, 즉 ‘7대 스펙’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했는데, 진혜원 검사는 이런 법원의 판단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거꾸로 “집단 린치를 겪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아무리 진혜원 검사가 친문(親文) 성향으로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그렇지 보통 사람이라면 차마 낯부끄러워서 하지 못하는 일을 진 검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셈이다.
진 검사는, 지금 사진에서 보여드리는 것처럼, 작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서 박 전 시장과 팔짱 낀 사진과 함께 “나도 성추행했다”는 글을 올려서 피해자를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는 “배우 채시라를 닮았다. 장관님 실제로 뵈면 얼굴이 CD 한 개 정도 크기”라고 했고, 작년 12월에는 문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을 “가장 공정한 남성과 여성”이라고 하기도 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비난 글을 올렸는데,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늘어선 것을 두고 조직폭력배 두목에 빗대며 “서초동에 신ㅇ서방파가 대검 나이트라도 개업할 줄 알았다”고 했다. 진혜원 검사도 차마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와중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의 명의로 된 손편지가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 지금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박원순의 동지 여러분, 강난희입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다. 그 중 한 대목을 보면 이렇다. “그런데 이번 ‘박기사 입장문’을 보고 저희 가족은 큰 슬픔 가운데 있습니다. 입장문 내용 중에 ‘인권위 성희롱 판결을 받아들이고, 박원순의 공과 과를 구분하고, 완전한 인간은 없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이 대목에 대해서는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여러 달 동안에 걸친 직권 조사를 마친 뒤 지난 1월2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추모한다며 각계 인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즉 줄여서 ‘박기사’라는 모임은 2월1일 이런 입장문을 냈다. “인권위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즉,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같은 곳의 소속 인사들이 만든 박원순 추모 모임에서조차 박 전 시장의 성추행만큼은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는 이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강난희 씨는 손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40년을 지켜본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원순 전 시장의 미망인은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세상을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지만, 남은 가족은 남은 가족대로 이름과 명예를 되찾아 살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을 생각할 때 아무리 유가족이라고 해도 이런 손편지는 차마 공개할 수 없다고 보십니까.
성추행을 당한 서울시청 직원도 피해자고, 박 전 시장의 유가족도 피해자라는 점에서 우리가 어떤 논평을 하기는 참 조심스럽다. 그러나 아무리 민감하고 조심스럽고 억울하고 슬픈 상황에 직면해서도 사람으로서 차마 하지 말아야 할 일, 끝까지 참고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이 있어 이리저리 얽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는 차마 듣기 싫고 보기 싫은 뉴스를 하나 접하게 됐다. 여러분 다 아시는 것처럼 올해 일흔일곱 원로배우 윤정희 씨는 몇 년 전부터 알츠하이머 치매로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입니다. 그런데 윤정희 씨의 친정 동생들과 남편 백건우 씨 사이에 ‘후견인 자격’, ‘면접권’, ‘재산 관리’ 등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도 프랑스 법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프랑스 법원은 남편 백건우 씨와 딸의 손을 들어주었다. 딸 진희씨를 후견인으로 선임한 것이다. 그러자 윤정희 씨의 친정 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런 제목이다.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를 구해주세요.’ 여기서 영화배우는 윤정희씨다. 친정 동생들은 누나가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배우자와 딸로부터 방치돼 있다”,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건우씨측은 “해당 내용은 거짓이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반박 입장문을 냈다.
우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우리 국민이 사랑했고 존경 받았던 배우 윤정희 씨가 인생 말년에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에 차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치매에 걸린 일도 엄청난 고통일 텐데, 거기다 본인은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끼리 볼썽사나운 법정 싸움과 여론 비난전까지 펼치고 있다는 것에 가슴이 답답할 따름이다. 여러분 심정은 어떠신지요? 저 개인적으로는 백건우·윤정희 씨 부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입니다만, 정말 차마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제가 알고 있었던 얘기를 하겠습니다./
김광일 논설위원
정치 많이 본 뉴스
[김광일의 입] 차마 낯뜨거워 못할 일, 문대통령·조국·박원순…
정총리 “지금이 조선왕조 시대냐”"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83.0476px;">
野 “김명수, 文에 머리조아려”
정총리 “지금이 조선왕조 시대냐”
盧정부 출신 진대제 전 장관 합류" class="box--display-block" style="box-sizing: border-box; display: block; width: 83.0476px;">
[단독]나경원 선거 캠프에
盧정부 출신 진대제 전 장관 합류
100자평
7
도움말삭제기준
최신순찬성순반대순
장경선
2021.02.08 22:12:22
현정권의 파렴치한 모습을 까는 글인가 싶어 읽어봤는데.. 존댓말하다 반말하다가.. 뒤에는 윤정희 얘기로 빠지는 등.. 술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는 것 같습니다. 논설위원이란 사람이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걸까요.
답글작성
0
0
정해용
2021.02.08 22:03:23
하나같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네.
답글작성
0
0
조규환
2021.02.08 21:54:13
자살한 박원순의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는 여당 후보자는 그래도 '문재인 보유국'이라서 행복하다고 하는 판국입니다. 국민들은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리는데...
답글작성
8
0
이병숙
2021.02.08 21:08:09
촛불로 만들려던 나라가 이런 건 아니었을텐데 - - - 오웰의 동물농장도 피나는 투쟁으로 동물들이 주권을 찾아놓으니까, 돼지들이 복마전을 만드는 결과로 끝났었지. ㅉㅉ
21
0
이종만
2021.02.08 20:33:47
정신 분열증 걸린나라의 추한 모습이군 다 정신나간 인간 하나가 이 지경을 만들고 있다
41
1
김경수
2021.02.08 19:33:38
윤정희.백건우 부부... 간첩 윤이상에 납치 당할 뻔 했다는... 동백림 간첩단이 조작이라는 뻔뻔한 대깨문의 주장에 '장길남 박사 아내와 딸을 북한에 팔아넘긴게 윤이상이 마누라 아니냐' 했더니 아무 말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정권 교체하여 간첩단들 죄과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이미 죽은 간첩이든, 산 간첩이든 가리지 않고 모든 죄를 물어야 한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간첩이든, 늙어 뒈진 간첩이든...
64
1
안호섭
2021.02.08 18:25:44
앞뒤 분간 못하고 떵을 댄장이라고 우기는 무리들도 있지요 .문제임 임금님은 댄장을 싸는지 알는 모양 ..하긴 세상엔 멀쩡해보여도 얼가니들 참 많네요 .그리고 생긴건 범상인데 지세끼짓하는 자들도 있음.다만 쥐위 사람들만 모를뿐 ,천성이 어디가나요 ?
62
3
당신이 좋아할만한 콘텐츠
이모집 욕조서 숨진 10살 아이, 몸엔 멍자국... 이모부 “몃대 때렸다”
“정말 X 패듯이 맞았다”... 싱어게인 요아리도 학폭 의혹
김명수에 분노하는 현직 판사들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
K자동차 제동 걸린 날, 일본 자동차 주가는 일제히 신고가
남편 입에서 시궁창 냄새나... 이혼위기였던 우리 부부를 구해준 oo는 무엇인가?
강남사모님들사이에서난리!! "처진피부" 싹~올려주는 '이것' 노벨상수상EGF성분
Recommended by
많이 본 뉴스
1
[왓칭] 한달 만에 8200만명 봤다
로맨스 포르노에 빠진 여성들
2
애들 막고 고기파티한 교사들
학대하면서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