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는 어디인가?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피곤하지만 기분 좋고 또 기다려지는 것이 명절 아닌가 합니다. 저희 부부는 오랜만에 제주도 어머니를 뵈러 다녀왔습니다. 늘 제주도에 오고가고 합니다만, 바람 쐬거나 구경은 별로 못하고 그냥 다녀옵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 교단 총회가 가까운 변산에서 열립니다. 이번이 109번째인데 각 노회에서 파송된 총대들의 회의이지요. 제가 목사 된 지 삽심몇 년이 되었는데 오래 전 딱 한 번 어렵사리 총대로 뽑혀서 다녀온 것 말고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굳이 나 아니어도 총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자리는 너무나 어색하고 불편하고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노회장이나 시찰장이나 하는 자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라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자리는 ‘있어야만 하는 자리’, ‘필요한 자리’, ‘도움이 되는 자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든다면 길거리나 광장 같은 데서 열리는 행사, 집회 그런 곳이지요. 혹은 어렵다고 생각되는 교회나 목회자들을 찾아보는 자리는 웬만하면 가보려고 합니다. 자리의 좋고 그렇지 않음을 구분하려는 것이 아니고 제 타고난 성향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좀 하자면 주일마다 교회 강단에 앉는 제 자리도 실은 늘 어색하고 긴장합니다. 수십 년을 주일마다 앉는 자리인데도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이것이 내 자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어렵고 힘든 자리인 것은 사실인데 감사하게도 여기까지 왔습니다. 동료 선배 목사들이 은퇴를 하면서 제일 힘들어하는 것이 교회라는 소속감이 없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은퇴 전에도 교회라는 자리가 힘들고 후에는 자리가 없으니 또 힘들다고 하는 말이지요. 아직 저는 그렇게 실감나지는 않습니다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세 가지 자리에 대한 생각대로 살아가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빈 자리, 별로 티나지 않는 자리, 편하지 않은 자리를 찾아서 살고 싶은데 어떻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결국 나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자리는 어떠신가요? 생각을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 해서 써보았습니다.
첫댓글 내 자리는 어디인가?
지금 여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