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 3세 전후 - 유치원 입학 전
이 시기는 유아들이 여러 가지 탐색을 통해서 언어와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언어장애가 있는 유아들은 자기 스스로 발달 과제들을 탐색하거나 연습을 통해서 습득하는 데에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언어장애라는 진단을 받는 유아들은 그 정도가 매우 다양하며, 언어장애를 갖게 된 원인도 매우 다양합니다. 또한 앞으로의 발달이 어느 정도 양호할 것인지 아니면 매우 심각하게 오랫동안 유지될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서는 사회적 의사소통 의도는 가지고 있지만, 인지적인 능력이 부족하거나, 언어결함 때문에 의사소통에 장애를 보이는 아동의 예(예를 들면 정신지체로 인한 언어문제 동반아동 또는 단순언어장애 아동 등)와, 사회적 의사소통의 의도가 없는 자폐적 경향이 1차적인 문제로 나타나는 아동의 예를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가. 사회적 의사소통 의도가 있는 아동
만 3세인 A라는 아동은 또래아동에 비해 인지능력이 조금 떨어지고, 언어이해는 그런대로 양호하여 일상생활에서의 지시에 따를 수 있으며, 이해하는 어휘수준은 자기 나이보다 약 6개월 정도 지체되었고, 3-4낱말로 이루어진 문장을 대체로 이해하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엄마, 물' 정도로 언어의 이해와 표현의 차이가 심한 아동입니다. 집에서 엄마가 말로써 지시하는 것은 거의 같은 내용의 행동범위에 있으므로(예를 들면, 밥 먹자, 신발 신고 슈퍼 가자, 테레비 끄고 와, 냉장고에서 우유 꺼내 먹어 등) 잘 수행하는 반면에, 자기의 욕구나 의견을 표현 할 때는 주로 엄마에게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달라고 할 때는 엄마를 그 곳에 데리고 가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엄마, 엄마" 또는 "응, 응"등으로 표현을 하였으며,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는 신발을 들고 와서 보여주며, 바깥을 가리키는 식입니다.
자기보다 두 살 위인 형이 있는데, 형을 잘 따르며, 형이 가지고 노는 물건에 관심을 보이며 자기도 같이 놀기를 원하지만, 노는 방법을 몰라 그냥 형을 졸졸 따라다니며 "으아 으아" 하면서 큰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는 정도입니다. 또한, 또래 아동에 비해 덜 세련된 놀이형태를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 아동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과 놀이는 자동차인데, 다소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를 계속해서 손으로 굴리거나 밀면서 다니는 것입니다. 문이 열리는 자동차인데도 그 안에 인형을 넣는다거나, 어떤 목적지로 자동차를 굴려서 가게 한다거나 또는 다른 사람과 자동차를 주고받기를 하는 놀이형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상징놀이의 형태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가족 이외의 사람과는 전혀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점차 자기의 요구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마다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행동이 늘어났는데, 아울러 자기의 의견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 쉽게 포기하는 모습도 종종 관찰 되었습니다.
A 아동의 경우에는 일단 의사소통의 의도가 있으며, 사회성 발달을 위한 내적인 방해요소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므로,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촉진해주는 것이 다음 단계의 사회성 발달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평가결과에 따라, 이 아동에게는 상징놀이의 단계를 높여주어, 자기 또래 아동들이 노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잘 놀수 있게 하는 것을 첫 번째의 목표로 하였습니다.
자동차 놀이를 혼자서 가지고 노는 것으로부터 형이나 엄마와 주고 받기를 하는 것으로 유도하였으며, 자동차를 굴려서 엄마에게 보낼 때 "엄마, 빠빠"하는 말소리를 함께 하도록 모델을 주고 연습을 하였습니다. 아동이 무의식적으로 내는 말소리들을 수집해서 아동이 낼 수 있는 말의 범위를 찾아보고, 그것을 사용해서 낼수 있는 낱말도 찾아 본 다음에 아동과 함께 다양한 놀이를 통해 발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보았습니다.
특히 아동이 자기의 요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발성과 더불어 다양한 제스츄어를 함께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자기의 의견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였을 경우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요구하도록 하는 기술을 익히게 하였습니다. 아울러 또래와의 어울림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다른 아동들 간의 기술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규모의 놀이방에 매일 2시간씩 보내도록 하였습니다.
이 아동의 경우, 위와 같은 지속적인 노력으로 또래 아동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거의 비슷한 사회적 기술들을 익히게 되었으며, 이런 경우의 아동들은 학령전기까지는 대체로 사회성 문제가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 의사소통 의도를 보이지 않는 아동
B라는 아동은 만 3세 6개월된 아동으로 자폐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언어문제 보다도 사회성의 문제가 심각한 아동이었습니다. 이 아동은 기본적인 눈맞춤이나, 소리에 대한 반응도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았으며,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자기의 욕구(물을 달라거나 화장실에 가자는 행동 등)를 표현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어떤 것을 달라고 요구하기, 원하는 것을 가리키기, 부정하기, 거부하기 등의 의사소통 기능들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아동의 엄마는 아동의 행동이나 생활 리듬등에 맞추어 아동이 원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을 '아동이 요구하기 전에 친절하게 모든 것을 대신 해 주는 엄마'였습니다. 언어수준 또한 매우 낮은 단계로, 만 1세에서 1세 6개월에 완성해야 할 과제들도 잘 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동의 인지능력은 언어능력 또는 사회성 발달 정도보다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한번 본 것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며칠이 지나도 기억을 한다거나, 비디오와 테레비, 심지어 컴퓨터 등에 이르기까지 기계류를 켜거나 동작을 시키는 등의 일들, 또한 다소 복잡한 퍼즐을 완성하는 것 등이 그러한 추정을 뒷받침해 주었습니다.(실제로 공식적인 지능검사를 실시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말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것 보다는 자기와 자기가 아닌 바깥 세계와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 의도 그 자체라는 평가결과에 따라 우선 아동과 엄마, 언어치료 임상가 상호간에 관심을 갖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었습니다. 일단은 아동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상호 관계를 맺어보기로 하였는데, 이 아동은 시계를 이리저리 바라보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고, 의자 위에서 또는 책상 위에서 뛰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실제 벽시계를 책상 위에 놓고 함께 바라보고, 시계 바늘을 이리 저리 돌려보기도 하고, 자명종을 이용해 시계가 울리게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심을 갖도록 한 다음, 아동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벽시계를 걸어서 아동으로 하여금 요구하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였지만, 이와 비슷하거나 다른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서 아동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그 다음으로 임상가와 직접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신체 놀이를 시도하였습니다. 이것 역시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아동은 즐거운 놀이(예를 들어, 발바닥 간지르기, 비행기 태우기 등)를 하는 동안 임상가에게 눈맞춤과 함께 '사회적 미소'로 반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발적인 행동요구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의식하여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 등의 기술은 아직 습득하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이 아동에게는 엄마와 집에서 매일매일 똑같이 되풀이되는 반복적인 일상적 행동들과 그에 따라 아동이 해야하는 반응들을 꾸준히 연습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또래 아동들이 모이는 곳(예를 들면, 놀이터)에 자주 나가서 다른 아동들과 접촉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고, 아동만 가는 놀이방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기관(예를 들어 짐보리 또는 유아 수영반)에 다니도록 권유했습니다. 아울러, 동작 모방하기와 소리 모방하기 등의 언어이전단계의 기술들을 꾸준히 익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B아동과 같은 아동은 언어를 습득하여 표현언어가 발달하기 시작하여도 언어를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매우 부족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의미없이 말을 따라하게 한다거나, 발음등에 신경을 쓰는 것 보다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의사소통을 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성취감을 얻도록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아동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형성에 가장 큰 목표를 두고 교육하도록 해야 합니다.
(2) 학령 전: 유치원에 다니는 시기
요즈음에는 아동이 만 4-5세(우리 나이로 5-6세)만 되어도 유치원이나 유아원에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동이 가정이라는 사회로부터 또래집단이라는 더 큰 사회로 나아가게 됨에 따라 아동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대한 기술들은 매우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더우기 언어장애 아동에게는 또래집단에서 잘 어울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집단 안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이해한다는 것은 엄마와 일대일 관계에서 이해하던 언어의 세계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란 늘 하는 일이나 이미 알고 있는 일의 반복이 거의 대부분인데다가, 엄마는 아동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아동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과 문장 구조를 사용해서 아동만을 위한 표현을 하기 때문에 아동이 그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더우기 일대일 대화라는 것은 아동이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면 엄마의 말이 너무 길거나 빠르거나 내용이 어려워서 아동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엄마가 이야기하는 동안에 금방 알아챌 수 있으므로, 이야기하는 동안에 아동의 반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유능한 유치원 선생님이 말씀을 하신다고 해도 그것이 여러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일 경우에는 언어의 이해와 표현이 또래 아동보다 떨어지는 언어지체 아동으로서는 계속되는 이야기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또한, 일대일의 대화에서보다 주의집중이 떨어지게 되며 아동은 점점 더 선생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입니다.
또래 아동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입니다. 언어장애 아동의 특성상 대개는 언어의 이해보다 언어의 표현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자기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우며, 그러한 경험이 계속해서 쌓이다보면 아동은 자신감을 잃게 되어 또래 친구들이 하는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함께 놀고자 하는 의도가 없는 언어장애아동에게 뿐 아니라, 함께 놀고싶은 욕구가 많은 경한 언어장애 아동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때때로, 언어문제를 가지고는 있으나 일반적인 지적인 능력과 자아개념 등은 전혀 문제가 없는 단순언어장애 아동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욕구와 언어적 또는 언어의 문제로 인한 사회적 참여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공격적 행동으로 나타나서 유치원에서의 행동문제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아동의 행동문제는 그 원인을 캐어보면, 아동의 언어문제가 미성숙한 사회적 관계형성을 이루게 되고, 그 안에서 아동이 좌절과 분노 등을 경험함으로써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또 하나의 커다란 변수는 아동과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또래 아동들의 반응입니다. 요즈음의 아동들은 과보호로 이기적인 아동들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여기에 한 몫을 더하여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나 약한 사람들에게 우호적이고 허용적이기 보다는, 그들을 무시하고 때로는 괴롭히는 경향까지 있으며, 그것의 한 극단적인 예가 '왕따'현상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른들이 무심하게 생각하는 사이에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문제에서부터 점차 유치원 아동들의 심리상태에도 나타나고 있는 듯 합니다.
즉, 아동들은 자기보다 언어표현이 서툴거나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를 못한다거나, 때때로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또래 친구들을 놀이에서 '왕따'시키는 일을 서슴없이 합니다. 너는 이걸 못하니까, 너랑 같이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네가 우리 팀에 들어오면 우리가 지니까 등등의 이유로 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제외시키기 일쑤입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면, 장애아동들은 처음부터 또래 아동과의 놀이나 작업에 참여하려 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언어를 통한 사회성 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에 여러 가지 기술들을 익히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언어장애가 있는 아동들이 자연스럽게 또래 아동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첫째로, 아동에게 자기의 요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각 상황에 맞는 언어적 표현의 학습이 필요합니다. 아동에게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가능한 한 많이 알게 해 주고, 그 때마다 아동이 할 수 있는 반응과 표현들을 하나씩 익혀보면, 아동들은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 봄으로써 성취감을 얻을 수 있으므로, 아동이 또래와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나아가 아동 스스로 또 다른 상황에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단계 보다는 미숙하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아동이 다른 또래아동이나 선생님의 말씀을 잘 못 이해했을 때에 다시 한번 이야기 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확인하기, 또는 자신의 말을 다른 아동들이 잘 못 알아들었을 때에는 수정해서 말하거나, 자기의 주장을 명료화하기 등의 구체적인 의사소통 기술들을 언어치료 임상가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학습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유치원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언어장애 아동에게 말씀하실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동의 언어문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이해하여 아동에게 도움을 주신다면 더없이 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의 직접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또래 아동에 대한 교육입니다. 아무리 요즈음 아동들이 예전에 비해 영악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동들은 아직은 순수하므로,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평생에 남는 중요한 영향력을 지닙니다.
선생님이 장애아동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 바탕을 두고 다른 아동들이 자기보다 조금 약한 친구들을 돕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이도록 교육을 한다면, 아동들이 언어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지적인 결함이나 행동에 조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아동들을 따돌린다거나 집단 놀이 또는 작업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나이 또래의 많은 언어장애 아동들을 임상에서 만나게 되는데, 유치원 선생님의 교육관에 따라 장애아동의 또래와의 사회성 형성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보아왔습니다.
셋째로, 아동의 어려움을 부모님께서 충분히 이해하고, 아동이 심리적으로 겪고 있을 스트레스로부터 아동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몇 년에 걸친 각종 교육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생활에서도 일반 아동과는 다르게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을 보면서 때때로 부모님들은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더 이상의 교육을 포기하려 하기도 합니다. 혹은 반대로 부모님의 기대가 지나쳐서 너무나 많은 양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아동을 거의 하루종일 이 기관에서 저 기관으로 데리고 다니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경우, 아동들은 오히려 또래와의 관계를 적절히 형성하여 놀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수도 있으며, 계속되는 교육에 싫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들께서는 아동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하여 아동을 도와주셔야 할 것입니다.
(3) 학령기
아동이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유치원과는 또 다른 더 큰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더욱이 이 시기에 필요한 언어능력에는 학령전기에서 요구되었던 의사소통 능력과 더불어 언어를 통한 학습이란 커다란 과제가 놓여져 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언어표현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대체로 적당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상황들이, 이 시기에 이르면 더욱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게 되어야 할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또한, 학습에서 사용되는 어휘들도 갑자기 추상적이고 복잡해지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놀이를 통해 학습하던 이전 단계와는 사뭇 다른 딱딱하고 긴장된 환경이 아동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주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학습을 통해 또는 언어의 보다 상위의 개념들을 통해 또래아동과의 유대가 형성이 되므로,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따라가지 못할 때에는 자칫 고립되고 학교 생활 전반에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학령전기의 아동들이 다양한 놀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것과는 달리, 이 시기의 아동들은 흥미를 공유하는 주제를 가지고 유대관계를 쌓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치원 아동들은 유치원에서 만나면, 놀이터에 나가 흙장난을 한다거나, 남자아동들은 로봇 놀이를 하고, 여자아이들은 인형 놀이나 소꼽놀이를 하는데에 반해서, 학령기 아동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거나, 재미있는 TV프로에 대해서 또는 유행하는 노래나 가수, 게임기, 드라마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함으로써 함께 있는 시간에 관계를 유지해나가게 됩니다.
이 때, 또래 아동들 대부분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아는 것이 없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그러한 일들이 거듭되면서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보다 적극적인 '이야기 중재' 와 아울러, 눈에 보이지 않는 대화의 규칙에 대한 이해를 교육해야 합니다. 모든 대화 상황에는 그 상황에 맞는 주제의 선정과, 주제의 유지가 필요하며, 자기 혼자 독백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타협도 필요합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주제 개시)도 필요하고, 때로는 듣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표현을 달리해야 하는 기술도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말의 억양이나 강세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 등등의 매우 복잡하고도 미묘한 언어의 기술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겉으로 드러난 말의 의미와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말의 속 뜻과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어야합니다. 덧붙여, 또래 아동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공통된 주제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아동의 언어형식과 아울러 언어내용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도 학교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기의 아동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참여를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언어를 직접적인 매개로 하지 않는 신체활동등도 아동에게 심리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여, 학습의 결손을 보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상에서 연령에 따라 언어장애 아동들에게 당면한 사회성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가지의 방법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어장애 아동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중의 하나인 언어치료실에서도 아직까지는 아동의 언어발달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여 교육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언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기능으로 볼 때는 사회성의 촉진이라는 입장에서 다루는 것이 아동에게 더 실질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과 이를 통한 사회성의 발달은 거꾸로 언어의 발달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보다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도록 노력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언어표현의 방법들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동의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윤 혜련 (윤.언어교육원 원장)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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