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척의 슬픔과 고통을 승화해서 헌신하는 사람들
냉장고 영아 사건의 피의자 친모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낙태 비용 때문에 출산 후 영아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7년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 2236명에 대해 정부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유기되거나 매매된 정황이 다수 밝혀지고 있다. 사람이 천륜과 인륜을 어기고 다하지 못하면 ’금수(禽獸)보다 못하다‘고 하며 이때 금수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말한다.
까마귀는 효조로 알려져 있는데 어미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자라난 까마귀가 어미가 늙어 병들고 눈이 멀게 될 때 ‘거꾸로 먹이를 물어다 먹임(反哺)으로써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한다.
새끼를 빼앗기고 배에 뛰어들어 죽은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토막이 나 있었다는 중국의 고사에서 단장지애(斷腸之哀)가 유래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슬픔을 참척(慘慽)이라고 하며 이는 바로 자식 잃은 슬픔과 고통을 일컫는다. 작가 박완서는 남편을 잃고 바로 몇 달 뒤에 전도유망한 의사 아들을 잃었다. 그는 후일 ’살겠다고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밥을 넣는 자신이 징그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해외 근무를 하던 김종기 씨는 1995년 학폭으로 아들을 잃고 ’푸른나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하여 학교폭력의 실태를 밝히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 제정하여 그 예방에 앞장서서 활동했다. 그 공로로 2019년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는 필리핀의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세 딸을 잃은 정광진 변호사가 올해 5월 19일 향년 85세로 딸들 곁으로 영원히 떠났다. 그는 생전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세상이 끝나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라고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보상금과 전 재산을 털어서 시각장애인 큰 딸의 모교이자 직장인 서울맹학교에 삼윤장학재단을 기증했다. 재단 이름 삼윤은 세 딸의 이름을 딴것이다.
아침저녁으로 금수보다 못한 인간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참척의 고통과 슬픔을 승화하고 후세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정광진 변호사 부부(삼윤장학재단설립기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