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출발합니다. 뿌우~. 열아홉 중간역을 지나 스무 번째 종착역에 도착하기 위해 출발역을 떠납니다. 한파가 급작스럽고 자정 즈음으로 예정된 눈 소식은 뜬금없어요. 군고구마를 가운데 두고 곁에 차 한 잔과 함께 책과 저자를 테이블 위로 불러냅니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다양한 방법으로 글을 읽고 왔어요. 전해지는 느낌도 사뭇 달라 대화에 밀도를 채웁니다. 드라마로 다룬 적이 있고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어 낯설지 않은 책입니다. 그래서 다 읽지 않아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부족하지 않아요. 2월에는 두 권을 읽어 봅니다.
이전 장편 도서는 태백산맥입니다. 전라도 사투리에 노출된 시간입니다. 뜻은 이해하지 못해도 오르내리는 음률에 잘 읽혔죠. 어쩌면 태백산맥이 가진 글에 적응되어 잘 읽혔다는 기억만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토지에 아직 녹아들지 못했나 봅니다. 경상도에 살고 있지만 책 속 사투리는 낯설어요. 게다가 잘 읽히지도 않아요. 읽다가 책을 놓고 다시 잡는 행동이 반복됩니다. 절반이 넘어가니 속도가 붙습니다. 글에 익숙해진 건지 인물들과 친해진 건지 알 수 없네요. 다른 회원님도 사투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적응이 되지 않거나 그로 인해 고생했거나 오디오북은 사투리로 읽어 귀엽다든지, 다양합니다.
모임 중 태백산맥과 조정래 작가는 계속 호출됩니다. 그가 쓴 정글만리는 태백산맥과 다르게 단순하고 반복되는 어휘가 많은데 의도인지 대작 이후 힘이 빠지는 대가들과 비슷한 운명인지 알 수 없어요. 이 의견이 나오게 된 이유는, 다양한 어휘를 사용해서 어휘를 늘리는 데 도움 되는 책으로 토지를 뽑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지를 5회나 10회 반복해서 읽으며 어휘를 접하고 글을 쓰면 깊이와 넓이가 성장하는 글을 쓸 수 있어요. 사용하는 어휘량이 줄어들고 있는 방향에서 다양한 표현을 고집하는 게 옳은지에 대한 의문과 단순 반복으로 소비자에게 맞춘 웹소설을 거론하다 보니 정글만리가 등장하게 됩니다. 상류층에서는 사용하는 고급영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어휘를 사용합니다. 한글, 한국어에서 사용하는 어휘도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될까 걱정스럽네요.
첫 권이어서 그런지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등장만 지켜보아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소한 일상생활을 담고 있으며 그 속에 사랑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혼외자 불륜이지만 당사자들은 얼마나 애틋한지 안쓰럽네요. 미남, 미녀가 만난, 용이와 월선은 피해자로 보이는 강청댁을 불쌍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악다구니가 얼마나 심한지 딱하게 보이던 강청댁을 외면하고 싶어 집니다. 김평산 눈에 귀녀는 '간악하고 도도'하게 보였나 봅니다. 몰락한 양반이며 행동거지도 양반스럽지 않은 평산인데 '간악'은 이해해도 '도도'는 어떤 의미인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이쁘면 '도도'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인지, 뻔뻔하다는 말을 에둘러 말하는 건지는 책이 더 진행되면 해소되겠죠. 귀녀가 어지간하긴 한가 봅니다. 어린 서희도 얄미워서 침을 뱉는 장면이 귀녀가 가진 인물을 극대화합니다. 윤씨부인은 도도해 보이지만 어른으로 행동하고 간난할멈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정은 있되 가벼이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맺고 끊음을 잘하고 최참판댁은 모계사회로 집안이 가진 부를 일궈냅니다. 최치수는 나무 가지처럼 흔들거립니다. 스스로 불임을 자처하고 몸을 해쳤는데 집안에서 그가 가진 불만과 고통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어릴 때 용이와 월선, 용이 누이와 함께 지내며 우정과 사랑을 키운 듯한데 용이 누이가 전염병으로 죽고 나서 변했다는 작가 설명이 따릅니다.
토지를 역사소설로 보아야 하는지 평론계에서 관련 비평이 있었다고 합니다. 태백산맥처럼 역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역사를 경험 한 인물을 등장시킴으로 역사를 대리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혹은 한국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서희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어요.
양반으로 최치수, 조준구, 김평산, 김훈장이 등장합니다. 네 명은 몰락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개인이 가진 성격은 크게 다릅니다. 책 속에는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인물이 등장해 작은 이야기에 소소한 재미를 더합니다. 관계와 갈등을 감추고 있어 궁금증이 부풀고 인물 등장이 많아 새로움이 계속 됩니다. 기차를 타고 정차하지 않는 작은 간이역을 창밖으로 보며 궁금증이 커지지만 지나가야 하는 마음처럼 작가가 만들어 놓은 틈을 스치며 지나갑니다. 풀어 줄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첫댓글 고작 1편모임인데 20편까지 얘기하고 온 기분이었지요ㅋ다음달 2,3편,,,,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편한 마음으로 2월모임 참석하겠지요??우리모두 화이팅 해보아요
책보다 모임 중 나온 이야기가 더 재미있는것같아요
첫단추를 잘 끼운 기분이에요
경상도 사투리도 참 읽기 어렵다
공감합니다.^^
대단한 여정을 응원합니다.
작년은 전라도 올해는 갱상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