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 정권, 최재형 감사원장에 반격... 원전 피감자들 막판 진술 싹 바꿨다
여권, 감사발표 앞두고 노골적 저항
조선일보
노석조 기자
입력 2020.09.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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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권의 감사원장 공격… 원전 피감자들 진술 싹 바꿨다
지난달 29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관련자들이 최근 감사원의 직권 심리에서 그간의 진술을 상당 부분 번복하자 감사원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감사원은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 관련자들이 최근 감사원의 직권 심리에서 그간의 진술을 상당 부분 번복하자 감사원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감사원은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타당성을 의심케 하는 정황을 다수 발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련 진술을 했던 감사 대상자들이 막판에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부적절한 조치는 없었다”는 쪽으로 진술을 뒤집으면서 조만간 감사를 매듭지으려던 감사원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감사원 주변에선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곱지 않게 보던 현 정권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 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지난 21~24일 감사 대상자들을 상대로 직권 심리를 벌였다. 감사원은 이 심리를 끝으로 피감사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 달 8일쯤 감사 의결을 위한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핵심 감사 대상 5명이 직권 심리에서 그간 인정했던 사안에 대해 “감사원의 강압 조사에 따른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최 원장 발탁 당시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했다.
그랬던 여권이 최근 최 원장에 대해 전방위적 공세를 펴자 “감사팀이 현 정부 들어 이뤄진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이 부당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고 공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피감사자들이 기존 진술을 뒤집으며 ‘감사 뒤집기’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낳고 있다.
감사원 안팎에선 “피감사자들이 막판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 여권이 최근 수개월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최 원장의 인척 관계까지 거론하며 압박한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향해 치닫고 있다고 판단하고 최 원장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고, 이에 보조를 맞춘 피감사자들도 감사원 감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전·현직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피감사자들이 국회가 여야 합의로 청구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최종 단계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까지 번복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를 확정하기 위한 감사위원회 회의를 애초 계획대로 다음 달 8일쯤 열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감사 대상자 상당수의 진술이 뒤집힌 상황에서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 경우 지난 4월 때와 마찬가지로 ‘감사 부실’ 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최 원장이 궁지에 몰린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친여(親與) 성향 단체들이 최 원장 인척이 원전 과학자인 점 등을 문제 삼아 최 원장에 대한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최 원장이 원전 감사 계획서 일부를 원전 과학자인 동서에게 유출했다”고 감사 청구서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들은 또 최 원장과 원전 감사 담당 국장 등 감사팀에 대해서도 반인권적 조사를 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야당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이번 감사로 탈원전 정책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자 헌법기관장의 인척 관계를 문제 삼으며 무리한 정치 공세를 펴는 것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선 어떤 결론이 나와도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단독] ‘원전 폐쇄 부적절’ 진술했던 그들, 집단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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