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순례와 33년만에 만나는 중학교 동기생들의 모임에 참석하는라 피로가 누적되어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 문수안이 함께 길동무를 해주어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경주 남산 함월사>
먼저 우룡스님이 조실로 계시는 함월사를 참배했다. 몇년째 불사가 진행중이라 모든게 다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설법전에 들어서자 공간이 참 넓고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사는 설법전과 요사채, 마당에 관세음보살입상을 봉안한 정도로 진행되었지만 앞으로 차근 차근 나머지 불사가 진행될 것이다.
스님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스님의 책을 몇권 읽은 인연으로 내게는 스승 같으신 스님이기에 처음 찾아 간 절이지만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경주 남산 상선암>
먼저 삼릉에서 평소 가보지 않았던 오솔길을 따라서 금오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는 능선을 따라서 상선암 마애여래대불좌상을 참배했다. 경주 남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애불이다. 그래서인지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상선암으로 내려갔다. 법당과 요사채가 전부인 조그만 암자여서 특별히 소개할 만한 것이 없다. 삼릉계곡을 따라 금오산을 오르고 또 삼릉계곡의 문화재를 탐방하는 순례자들이 목을 축이고 땀을 식히는 공간이다.
다음으로 삼릉계 석불좌상을 참배했다. 훼손된 불상의 얼굴부분을 복원하였는데 복원상태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광배는 깨어진 채로 불상 뒷쪽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의 관리상태가 이렇다. 이것이 우리 불교계의 현실이다. 불상 옆 바위굴에는 기도객들이 켜놓은 촛불이 타고 있었다. 들고양이는 고기덩어이를 입에 물고 어디론가 달아났다.
어느해 추운 겨울 달밤에 문수안과 삼릉계곡을 순례한 적이 있었다. 그때 문수안이 부처님의 손을 어루만지며 그랬다. "참, 이상하다. 부처님 손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돌이라는 무정물이 부처가 되어 중생들에게 온기를 불어 넣어 주니 어찌 바른 신심이 나지 않겠는가?
다음은 삼릉계 선각여래좌상을 참배했다. 이어서 삼릉계 선각육존불을 참배했다. 그리고 하산길에 삼릉계 마애관음보살상과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을 참배했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은 머리도 없고 손도 없다. 누군가가 그렇게 파손하여 땅속에 파묻어 놓았던 것을 찾아내어 이곳으로 옮겨 모셨다. 몸체가 풍만하고 유려한 옷주름 등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의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나는 삼릉계곡을 오르내릴 때마다 목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의 얼굴을 나름대로 상상해 보곤 한다. 석굴암 본존불이 그렇듯 자비롭고 인자한 그 천년의 미소가 내 가슴속에 녹아 행복한 웃음을 짓곤 한다.
경주 남산은 불국정토다.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서방 극락정토가 아니라 내가 이생에서 만나는 불국정토다. 몸이 아플 때에는 가벼운 산행이 몸에 좋다면서 찾아가고, 마음이 괴로울 때에는 마음을 쉬기에 그만한 곳이 어디 있냐며 찾아가고, 휴일에 늦잠자고 갈 곳이 마땅찮으면 부담없이 찾아가고 보름달이 떠오르면 신라천년의 미소가 그립다며 찾아가고...그래서 나는 경주 남산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사랑한다.
첫댓글 우룡스님 한번 뵙고 오시지 그랬어요.한번 청해나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