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회견문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부 대입제도 개편시안 철회하고 수능-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라!
지난 10월10일 교육부가 2028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은 한국 대입제도의 고질적인 병폐를 더욱 심화시킬 개악안이다. 교육부는 공정성, 안정성, 변별력 등의 이유를 내세워 수능 상대평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위기는 이런 한가한 명분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극단적인 저출생으로 한국 사회는 소멸의 길을 가고 있으며, 저출생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과열 대입 경쟁으로 인한 사회구성원들의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과 고통이다.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작년 사교육비가 26조 원을 넘어섰다.
대입에서 무한 경쟁을 부르는 핵심 원인은 수능 상대평가이다.
표준 점수 1점 차이로 대입의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학부모는 무모한 사교육비 지출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입시경쟁의 지옥을 헤맬 수밖에 없다. 또한 변별력을 위한 수능 상대평가와 형식적 공정성을 위한 5지선다형 시험이 창의성, 비판성, 융합적 사고 능력 등 학생들에게 필요한 미래 역량을 어떻게 질식시켜 왔는지 수없이 경험해 왔다. 그런데 대입개편 시안은 수능시험의 상대평가 9등급 평가에 대해서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내신 평가 방안도 후퇴한 방안이다.
학생들의 교실내 소모적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절대평가 5등급제 도입을 천명했음에도 모든 과목의 5등급제의 상대평가를 병기하도록 하여 결국 경쟁은 그대로 남고 절대평가는 허울에 그치게 되었다. 당연히 다수의 대학은 상대평가를 대입 전형에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로 과목을 3단계로 절대평가하고 있는 기존의 제도보다 후퇴하였다. 2022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고교학점제도 사실상 무력화할 위험에 처해 있다.
결국 교육부 방안은 수능 중심의 입시경쟁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내신 경쟁의 완화에도 실패한 이상한 방안이 되고 말았다. 수능은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내신은 5등급 상대평가로 전환하여, 수능의 변별력이 내신의 변별력을 압도함으로써 대입전형에서 수능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는 수능 대비 사교육 폭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며, 내신 준비보다는 수능 준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사고, 외고 등의 인기를 부추겨 일반고 황폐화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사교육비 지출 능력과 특목고-자사고 학비를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상류층의 입시경쟁력을 강화하여 교육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정책과 교육제도를 설계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 관료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동안 전국교육감시도협의회와 백여 개가 넘는 교육-시민 단체에서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 시안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지적하고 절대평가를 중심으로 여러 대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가 공론장을 개설하여 교육주체와 교육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볼 수 없었다. 만약 국가교육위원회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교육부의 들러리 역할을 자처한다면 스스로 자기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대입제도 방안을 마련하여 교육부에 제안할 것을 간절하게 촉구한다.
대입제도의 올바른 개편은 교육 문제의 해결은 물론 한국사회의 위기 해결에도 중차대한 문제이다. 만일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문제투성이의 대입개편안을 그대로 추인하고 발표한다면 우리 교육 단체들과 교육 주체들은 공교육의 파행과 교육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하여 광범위하면서도 강력한 국민적 심판을 조직해나갈 것이다.
2023. 12.15
대학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