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은 가만히 있어도 가고 오기를 반복합니다.
꽃망울을 잔뜩 부풀렸던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부풀은 박상처럼 온 가지에 가득합니다.

벚꽃만이 아니라 개나리 목련도 만개하여 교정은 꽃으로 가득하구요.
기숙사로 올라가는 양쪽으로 벚꽃이 가득하여 오르내리는 길이 즐겁습니다.

이번주에는 대학에와서 처음 치루는 중간고사가 있는 기간입니다.
월요일에는 본래 수업이 없지만 시험은 월요일에도 있어서 주일날 교회가 끝나자마자 학교로 왔습니다.
화학과목이 영 자신이 없어서 같은과 친구 현호에게 좀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해서 일부러 저를 위해
문제풀이도 해 주고 복습도 해 주었습니다.

어떤 분이 제게 한약학과 화학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으셨는데
연관이 많습니다.
약의 성분을 조사하고 시험하고 하는데에는 모두 다 화학과 관련이 있어서
여러가지 영양소에서부터 화학기호등과 합성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저만 어려운 줄 알았더니 젊은친구들도 마찬가지라
다들 어려워 해서 교수님께서 아예 문제를 대충 찍어 주셨습니다.
아무튼지 복습을 해 준 친구 덕분에 가장 어렵게 생각했던 화학은 별 문제없이 문제도 잘 풀고
어려움 없이 잘 치뤄냈습니다.

학교에 들어오면서 처음 쓰기 시작한 연필이 어느새 조그맣게 닳아 가지고 몽당연필이 되었습니다.
새연필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어쩐지 몽당연필을 만들어 쓰고 싶었습니다.
평생에 다시 몽당연필 잡아 볼 일이 또 있을까 싶어 다쓴 볼펜껍질에 몽당연필을 끼워서 시험시간에
가지고 썼더니 옆에 언니가 청승을 떤다고 본인의 연필을 하나 주셨습니다.

어릴적에 그토록 쓰기 싫었던 몽당연필.
도대체 얼마나 가난했기에 늘 몽당연필 밖에 쓸 수가 없었는지 이해가 잘 안갑니다.
학교에 다닐 동안 새 연필을 써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늘 사촌언니 오빠들이 쓰던 몽당연필을 얻어다가 이렇게 볼펜껍질에 끼워서 썼는데 얼마나
새 연필을 쓰고 싶었었는지.....
그런데 지금은 새 연필을 타스로 두고 써도 이 몽당연필이 어쩐지 더 정이가서 버릴수가 없습니다.
다른이들은 시험 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스트레스도 받는가본데 저는 즐기는 편입니다.
시험을 통하여 얻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고 성장하는 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는 것도 시험이지요.
이번에 시험을 보는데 제게 도움이 된게 있습니다.

일단은 교수님의 강의를 필기를 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신 시아주버님께서 학교에 들어 가기 전부터 화학공부를 해 놓으라고 하셔서
뭘 하기는 너무 어려워서 원소기호와 주기율표에 있는 것들을 좀 외워 두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교수님의 농담까지도 필기를 해 놓으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면서
그 농담을 통하여 이야기 하신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생각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흰민들레님과 다른회원님이 보내주신 색지스티커입니다.
이것을 처음 보내 주셨을 때 무슨용도일까 몰랐는데 노트나 책에 중요한 것이
있는 부분에 이렇게 색지를 붙여서 중요한 것 표시를 했더랬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딱 꺼내 보기도 편해서 일반책을 읽을 때도 이렇게 해 놓으니
찾기가 정말 편해서 저처럼 여러방면에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참 필요한 것이었지요.

이번에 시험을 치루면서 어려운 과목중에서 오픈북테스트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시험시간에 책을 꺼내놓고 교수님께서 내 주신 문제를 푸는 방법인데요.
모두들 좋아했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 그냥 그렇게 보고 써서
시험이 될 것 같지가 않아 저는 다른과목 보다 더 많이 공부를 했습니다.
우선 전체를 다 다시 쭉 읽어 보고 이렇게 표시를 해 둔 곳을 위주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험지를 받아 보니 전체를 다 읽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가 없는 문제가 나왔지요.
안다고해도 이렇게 표시를 해 놓았거나 강의를 듣지 않으면
모를 문제들이었다는 것이지요.
신나게 써 내려 갈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이 채점을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덕분에 만족한 시험을 치룰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화요일저녁에는 아직 시험이 다 끝난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좀 되기는 하였지만 머리가 길어지고
흰머리가 많이 돌출이 되어서 거울을 볼적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어서 시험 볼 책을 싸 가지고
춘천으로 머리를 자르러 갔습니다.
행복한 사람님에게 갔는데 학교에서 스쿨버스가 그곳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것이 있어서 편하게 갔습니다.
염색해 주시고 예쁘게 잘라 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맛있는 저녁까지 사 주시고 돌아오는 차표까지 끊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대머리 아줌마가 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해물 샤브샤브입니다.
낮에는 이래저래 계속 얻어 먹어서 오늘은 제가 사려고 크게 마음을 먹고 갔는데 얼굴도 모르는 이가 점심값을 내 주셔서
돈을 꺼내다가 도로 넣었는데 저녁에도 마찬가지로 지갑을 꺼냈다가 도로 넣고 말았거든요.
아무튼지 처음 치루는 중간고사 시험을 만족하게 잘 치루었습니다.
객관식문제는 전체에서 다섯문제가 나왔는데 한 문제는 확실히 틀렸고 다른것은 모르겠구요.
대부분은 서술하시오. 논하시오 이런 문제라 열심히 서술하고 논했으니
역시 점수를 주시는 교수님들 마음에 달려 있겠지요.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역시나 시험은 저를 더 성숙하게 해서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다시한번 돌아 보게 해 주고, 다시금 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살는 삶도 때로 시험 같은 기간을 많이 만납니다.
추운겨울 같은 고난의 시기가 바로 시험의 때이지요.
늘 봄이나 가을 같은 좋은 때만 이어진다면 그 따뜻함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살다가
살을 에는 추운때가 있음에 따뜻한 봄이 더 절실하고 감사한 것처럼
인내와 아픔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의 인생은 정금같이 다시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