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7주일 강론 : 원수 사랑, 심판, 단죄, 용서(루카 6,27-38) >(2.23.일)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원수 사랑, 심판, 단죄, 용서”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인간적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지만,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이것들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 우리 동네에서 차로 얼마 걸리지 않는 밀양의 유명한 것 중에서, 2007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전도연이 신애 역으로 출연한 영화인데, 줄거리가 이렇습니다.
피아노 교사로 일하던 신애는 신앙에 심취해있었지만, 한 번의 비극으로 삶이 뒤바뀌었습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3학년 외동딸이 유괴되어 살해당합니다. 그 사건 때문에 신애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지만, 신앙의 힘으로 고통과 슬픔을 극복하려 했습니다. 딸을 잃은 고통 속에서 매일 울면서 애절하게 기도한 덕분에 아픔을 겨우 극복한 신애는 범인을 용서하기 위해 감옥에 찾아갔습니다.
범인은 처음에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물이었지만, 개신교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알게 된 후 내적 변화를 겪으면서 완전히 변했습니다. 신애가 그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께 직접 용서받았기 때문에, 신애의 용서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신애는 깜짝 놀랐습니다. ‘외동딸을 유괴해서 살해한 범인을 죽이고 싶었지만,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범인을 용서하려고 감옥에 찾아갔는데, 내가 용서해주지도 않았는데, 하느님이 어떻게 나보다 먼저 그를 용서해주셨단 말인가?’
신애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제가 괴로운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범인을 용서하려고 했는데, 그를 용서해줄 기회도 주시지 않고, 왜 그에게 용서받고 구원받을 기회를 먼저 주셨습니까?”
결국 하느님께 대한 원망 때문에 신앙으로부터 멀어졌고, 쓰라린 아픔을 혼자 안고 살아가려 했습니다. 이런 유괴사건이 다시는 생기지 않아야겠지만, 우리가 신애 입장이라면 그렇게 처신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는 상실, 용서, 고통, 신앙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생각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교훈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신애는 딸의 죽음과 남편의 배신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희망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2) 신애는 딸을 죽인 범인에 대한 용서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며 상처를 치유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용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3) 신애는 신앙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찾으려 했지만, 자기 내면에서 신앙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는 힘, 용서의 중요성, 신앙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 밀양이 유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1) 주연 배우인 전도연과 송강호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달했고,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도연은 이 영화로 프랑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2) 이 영화는 신앙, 용서, 고통, 상실 등의 주제를 다룸으로써,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주었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지 18년이나 지났어도 영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처럼 영화 “밀양”은 오늘 복음의 내용인 “원수사랑”에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 “와룡산 개구리 오형제 사건” 기억나십니까? 1991년 3월 26일, 당시 대구성서초등학교 학생 5명이 도룡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나갔다가 실종되었습니다. 그러자 부모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헤맸고, 개구리 소년들을 주제로 한 영화와 노래가 제작되기도 했으며, 전국 초등학생들이 “대구 개구리 친구 찾기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노태우 대통령 특별지시로 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와룡산 일대와 전국을 수색했습니다. 700여만 장 전단을 전국에 뿌렸고,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기업체들도 담배갑과 상품에 실종 어린이들 사진을 인쇄해서 수색 작업을 했지만, 대통령 특별지시, 현상금 4200만 원, 연인원 35만 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적은 찾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이 장기화되자 ‘외계인 납치설’, ‘북한 공작원 유괴설’, ‘불치병 치료용 희생설’ 등 온갖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4구의 유골과 신발 5켤레가 대구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교 신축공사장 뒤편 500m 떨어진 와룡산 중턱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아이들이 길을 잃고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지만, 부검을 맡았던 법의학팀은 명백한 타살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었고,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 사건은 살인사건 공소시효 15년 이후 범인이 잡혀도 처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유족들은 2005년 말부터 ‘공소시효 연장, 폐지’를 촉구했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 사건의 시효 만료 전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두개골에 총알자국이 있는 것으로 살펴봐서, 자녀들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면서도 부모들은 괴로움 속에서 아이들을 죽인 범인들을 용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여라.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은총이 없으면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