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사물놀이가 연주하는 곡으로 들어가면 꽤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삼도풍물 가락’이나 ‘비나리’, ‘설장구 가락’ 등은 사물놀이의 유명한 레퍼토리인데 용어들이 많이 낯섭니다. 삼도풍물이란 ‘웃다리’, 그러니까 충청, 경기 지방의 풍물과 호남, 영남 풍물을 합해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비나리는 경기도 굿판에서 유행하던 음악이고, 설장구는 서서 치는 장구를 말합니다.
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연주곡들이 있는데 이 사물놀이 연주의 핵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무아경, 즉 엑스타시(ecstasy)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주자들은 연주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무아경 혹은 황홀경에 빠져 들게 됩니다. 그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연주자들은 바로 이 맛에 힘든지도 모르고 연주하는 데에 전력을 다한다고 합니다. 이때 연주자들은 다양한 리듬을 치밀하면서도 변화무쌍하게 구사해서 듣는 이가 리듬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듭니다. 연주자가 이렇게 연신 신명의 가락을 뱉어내면 관객들도 간접적이나마 무아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도 사물놀이 연주를 들을 때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천천히 기운이 상승되다 어느 시점에서 정점으로 치닫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금 사물놀이는 계속해서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의 음악과 협연하여 다양한 퓨전 음악을 만들기도 합니다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난타와 같은 새로운 음악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난타는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것처럼 영국에서 유래한 스톰프(stomp) 등의 공연 형식을 따랐지만 리듬에는 사물놀이의 그것이 많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난타가 공전의 히트를 한 것은 사물놀이의 한국적인 장단이 들어가서 가능하게 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사물놀이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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