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겨울에 눈덮인 설악산의 밤을 지내고 동트는 새벽을 맞는 아름다움을 그린 해금 독주곡이다. 이곡은 원래“음악과 시와 무용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작곡된 무용음악“태양의 집”가운데 한 부분으로 만들어진 음악이었으나 곡의 완성도가 높은데다 정수년의 훌륭한 해금연주가 빛을 더하여 독주곡으로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신디사이저와 키타의 소편성 반주위에 해금의 독특한 색깔과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 곡은 연주자에게는 고도의 기량을 요구하지만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해금의 매력에 한껏 매료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해금은 현을 활대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擦絃樂器). 서양악기의 바이올린과 비교된다. 또다른 동양의 찰현악기로 중국의 얼후(二胡), 일본의 고큐(胡弓)등을 들 수 있다.
민족음악학에서는 이런 악기들을 휘들족(fiddle family) 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이 악기를 해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변방의 유목민족인 해족(奚族)이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수년의 이 음반 속에서 해금은 이제 여러 의미로 거듭나고 있다.
아리랑, 진주유희, 한오백년, 그리움, 진달래... 그의 해금에는 우리네 맺힌 마음을 풀어주는[解] 따스함이 있다. 버거운 삶을 다독여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그래서 해금(解琴)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슬픔을 해소(解消)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해금연주의 새로운 방향에 관한 해법(解法)도 제시하고 있다. 예전 거문고에 해탄(解彈)이라는 연주형태가 있는 것처럼, 정수년은 전통적인 선율을 그의 개성으로 '풀어서' 연주하고 있다.
정수년의 음악철학은 정심정음(正心正音)이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어린왕자' '기도' 등을 들었을 때, 이 세상 해금이 낼 수 있는 가장 깨끗한 소리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분명 기존의 해금정악이나 해금산조와는 다른 정서이다. 그는 아마 아이[亥]와 같은 순수한 마음이 되어서, 해금으로 낼 수 있는 청정한 빛깔을 그려내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순백의 도화지에 그린 그림처럼 눈이 시리도록 정갈하다.
그는 함께 저 넓고 먼 바다[海]로 여행하자고 속삭인다.
공(空), Walking in the rain, 여행길... 이 음악을 들으면서 땅에 사는 우리 인간들이 바다를 동경하는 마음 등을 읽을 수 있었다. 육지에 살고 있는 우리(人間, 現實)가 바다와 같은 존재(自然, 理想)를 그리는 것은, 희망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것일 것이다.
그는 해금을 통해 '바다처럼' 넓은 정서를 토해내고 있다. 그의 해금 속에는 무한한 우주와 같은 공간이 있거나, 아니면 길이나 넓이로 표현하기 힘든 공(空)의 세계가 있을지 모른다. 서예를 할 때 해서(楷書)가 기본이 되고, 또 해서를 잘 써야 모든 글씨에 능통할 수 있다.
정수년의 이 음반 속에는 해서와 같은 모범[楷]도 존재한다. 정수년식의 농현(弄絃)과 운궁법(運弓法)은 21세기 새로운 해금 음악의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한국적인 뉴에이지'를 지향하고 있는 이 음반은, 해금을 우리 곁으로 한결 가깝게 다가오게 해주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살다보면 잊기 쉽거나, 또 잃어버리기 쉬운 귀중한 존재들을 나직하게 일러주고 있다. 그것은 자연, 순수, 환경, 전통과 같은 단어들이다.
중앙아시아의 평원이나 장터에서 들을 수 있었던 악기 해금, 또 격식 차린 연주회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악기인 해금, 그 해금이 정수년과 이 음반을 통해서 이제 자동차안에서 또 카페에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이 음반이 한국에서 뿐 아니라, 북경에서 뉴욕에서도 들었으면 좋겠다.
출처 / 윤중강 (음악평론가)
정수년 Jung, Soo-Nyun
충청북도 영동, 정수년의 고향이다. 그 곳엔 넉넉한 모습의 감나무가 많다. 그리고 그 곳은 조선시대의 악성(樂聖)으로 통하는 난계 박연선생의 고향이다. 한국음악을 해야할 정기를 이미 받고 태어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의 음악 속에 늘 고향같은 푸근함이 있는 것은 그가 그 감나무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수년은 영동의 영신여자중학교를 거쳐 국립국악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해금을 전공했다. 정수년이란 인물과 해금이란 악기는 참 많이 닮아있다. 정수년의 목소리는 좀 낮고, 좀 느리다. 그렇다, 해금소리처럼 정감있다. 그 소리에는 정수년 특유의 관조(觀照)가 배어있다. 대상에 대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신중하게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이고 그의 예술이라 할 것이다.
정수년의 음악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유능제강(柔能制剛)'이 아닐까? 그것은 또한 해금이라는 악기의 속성과 통하는 것일 것이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나즉한 듯 하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에너지,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역시 실내악단 '슬기둥'을 통해서였다. 명 연주로 꼽히는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음악을 통해 해금과 국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들을 아직도 만나게 된다.
KBS국악관현악단의 해금수석을 지낸 그는, 1999년 KBS국악대상에서 현악연주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문화부에서 주는 '올해의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그는 국립 한국예술 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서, 후진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64 충북 영동 출생 1982 국립국악고등학교졸업 1986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1998 중앙대학교 음악대학원 졸업 KBS국악관현악단 해금수석 역임 목원대, 추계예대, 한양대, 용인대, 수원대 학부 및 대학원 강사역임 KBS 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 및 특별연주 협연 및 독주 국립국악원 선정 차세대 명인무대 협연 수원시립교향악단 및 서울심포니 협연 일본, 미국, 러시아 해외공연 해금 독주회 2회 개최 현 슬기둥 실내악단 단원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출처 : 마음의 향기
Introduction (슬기둥...)
신(新) 국악 운동의 선두주자슬기둥은 전통음악의 현대화 작업을 통하여 국악의 대중화를 주도해 온 대표적인 중견 실내악 단체이다. 지난 1985년 국악계의 미래를 짊어질 신세대 연주자 9명으로 창단하여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뛰어난 연주력과 개성있는 음악적 감각으로 현대인의 정서에 맞는 전통음악의 멋과 향기를 선사해 오고 있으며 독창적인 레파토리 개발을 통해 그들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창단 당시 작곡가 김영동과 함께 국악가요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 방송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국악과 양악의 접목을 통한 실험적인 음악들을 과감히 시도해 국악 대중화의 방향을 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동안 300여회의 공연과 8장의 음반발매를 통해 발표된 슬기둥의 음악은 그 자체가 대중국악, 혹은 생활국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으며 사물놀이와 더불어 국악의 대중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받으며 국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오고 있다.
슬기둥의 대표곡인 산도깨비, 소금장수 등은 초등학교의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어 어린이들의국악 교육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슬기둥을 표방하는 젊은 후학들에게 슬기둥 음악은 절대적인 표본이 되고 있다.
또한 슬기둥의 멤버들 대부분이 대학교수와 관혁악단의 지휘자나 악장등으로 활동, 국악계를 이끌어나가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국악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준호, 원일, 푸리, 공명등 신세대 스타들이 모두 슬기둥을 거쳐감으로써 국악계 스타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연주곡을 비롯한 국악가요, 국악동요, 무용음악등 여러 분야에 걸쳐 그들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슬기둥은 국악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자료 : http://www.tcmus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