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가정식을 이야기하면 생각나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절대 감각의 귀여운 생쥐 레미가 최고급 레스토랑의 견습생 링귀니와 의기투합해 조금씩 자신의 요리 솜씨를 발휘하는 '라따뚜이(la ratatouille)'다. 레미가 음식평론가에게 내놓는 음식이 평범한 프랑스 요리 라따뚜이다. 애호박, 가지 등 각종 채소와 토마토를 푹 끓여 만든 간단한 요리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소울푸드'다. 프랑스 요리하면 고가의 코스음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젊은층들은 프랑스 현지 민박집에서 먹던 가정식 요리를 그리워한다.
■편안하게 먹는 프랑스 요리
애피타이저 관자
개관 2주년을 맞은 파크하얏트부산은 레스토랑 리빙룸에서 오는 16일부터 현대식 프랑스 가정요리를 콘셉트로 한 '모던 프렌치 브라세리' 신메뉴를 선보인다. 브라세리(brasserie)란 말은 프랑스어로 와인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캐주얼한 레스토랑이다. 호텔 측은 최고급식재료를 활용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프랑스 요리를 메뉴로 내놓을 계획이다.
호주 출신 숀 키난 총주방장은 "프랑스 요리하면 화려하고 값비싼 음식을 떠올리며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프랑스식 음식을 테마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아시에뜨 플레이트
호텔 측은 주중런치 세트를 통해 주요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중 런치 세트는 프랑스식 '아시에뜨 플레이트(계절 요리 모음)'부터 신선한 연어, 관자 등 다양한 애피타이저와 달고기 및 제주 돼지고기 어깻살 구이, 오리다리 콩피, 등심 등을 메인 메뉴로 선택할 수 있다. 저녁에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 테린과 프랑스 사람들의 소울 푸드라 불리는 라따뚜이 등도 선보인다. 단품 메뉴는 1만 2000원부터, 주중 런치 세트는 3만 3000원부터 제공된다.
파크하얏트는 또 지역 호텔에서는 처음으로 디저트 뷔페 코너를 주중 런치 세트와 함께 운영한다. 젊은 여성층과 어린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달콤한 메뉴들로 구성했다.
유럽풍의 홈메이드 초콜릿, 케이크, 트러플, 마카롱 등 30여 가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딸기 케이크, 딸기 음료, 딸기 치즈 타르트 등 제철 과일인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키난 총주방장은 "건강을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지나치게 달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디저트를 만들었다. 디저트 뷔페만 즐겨도 충분할 정도로 종류나 맛을 자신한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해산물 입맛 잡아
달고기
신메뉴를 본격 출시하기 전 프랑스 가정요리를 맛봤다. 애피타이저는 '볶은 관자'를 선택했다. 싱싱한 조개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났다. 호두와 함께 먹으니 한층 고소하고 달달했다. 메인 요리는 '달고기'를 선택했다. 사실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름이 생소한 데다 배우 이정재와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가 열애설이 보도됐던 당시 먹었던 메뉴가 달고기 요리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달고기는 바닷물고기로 남해에 주로 서식하고 우리나라에선 주로 잡어로 취급되지만 중국과 유럽에선 인기 있는 생선이란다. 달고기란 이름은 몸 한가운데에 보름달 같은 무늬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파크하얏트의 달고기는 최고급 산이 많은 제주도에서 공수해온다.
팬에 구워 나온 '달고기'는 가자미 구이처럼 보였다. 나이프로 썰어보니 눈부시게 흰살이 드러났다. 흰살은 담백하면서도 입안에서 살살 녹을 만큼 부드럽다. 무엇보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아 깔끔했다. 크림소스의 부드러운 거품은 한층 깊은 풍미를 느끼게 한다. 색다른 건강 요리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 하다.
마리네이드한 연어
프랑스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오리 다리 콩피'도 추천 메인 메뉴다. 콩피는 프랑스식 조리법의 일종으로 재료의 지방이나 소금을 이용해 천천히 조리해 만든다. 팁으로 설명하자면 보통 프랑스 음식은 그 요리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와 조리법으로 구성돼있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이나 소스를 함께 적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푸아그라 테린'은 음식의 주요 재료는 푸아그라(거위 간)이며 '테린'(다진 고기를 얇게 썰어 먹는 요리법)으로 조리했다는 뜻이 된다. 조리법이 메뉴판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프랑스 메뉴의 특징이다. '수비드'는 진공 포장한 재료를 저온에서 조리한 것이고 '파테'는 고기나 해산물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구워내는 조리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