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으로의 여행...통영 추도
'바다의 땅 통영' 한가운데 떠 있는 섬 겨울이면 마을 곳곳 물메기 차지 경남도내에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연륙도서를 제외하고도 857개의 섬이 있다. 이 가운데 유인도는 75개, 무인도는 782개다. 을미년 새해 기획으로 도내 섬을 탐방한다. 한해를 시작하는 1월이자 마침 한겨울이라 물메기로 유명한 통영시 추도를 먼저 찾았다. 모두 570개의 섬을 보유한 통영시는 유인도 44개로 도내 전체 유인도 수의 58%, 무인도 526개로 전체 무인도 수의 57%를 차지한다. 그래서 시의 슬로건도 '바다의 땅 통영'이다. 글·사진 최춘환 편집장
귀어·귀촌 늘면서 이주민이 절반 육박 대항선착장에서 인사를 나눈 추도리 이장 조경열(70)씨는 "추도도 사람 사는 곳이고, 섬사람이라고 별 사람 아니다"며 "추도와 섬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낚시하러 왔다가 본 느낌대로 쓴 글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섬 고유의 지명을 변질시키고 있다"며 "지도에 옛 지명을 표기해 마을회관에 비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메기로 유명세를 타면서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추도 관련 소개의 왜곡된 내용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행정구역상 통영시 산양읍 추도리에 속하는 추도는 산양읍과 사량도, 욕지도를 기점으로 바다를 삼각형으로 그리면 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마을은 대항과 샛개, 미조 등 3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민은 82가구에 155명. 조경열 이장에 따르면 현재 섬주민의 40% 정도는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귀어·귀촌이 늘어나고 있어 조만간 원주민과 이주민의 비율이 역전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이장을 비롯해 어촌계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청년회장, 총무 등 마을 임원의 절반이 이주민이라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로 노인 인구가 대부분이다. 이주민이 들어와 연령대를 조금이나마 낮추고 있으나 그마저도 가장 젊은 사람이 50대 후반이다. 마을 곳곳 빨래 널리듯 물메기 널려 추도의 겨울은 메기잡이와 건조용 메기 손질로 바쁜 철이다. 추도 해역 일대는 바다메기 산란지인데다 산란시기가 겨울이기 때문이다. 메기 어획기는 11월 20일경부터 이듬해 설까지 두 달 반 남짓하다. 메기잡이 어가는 15가구이지만 건조용 메기 가공작업을 포함하면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인 40여 가구가 메기 관련 일에 종사한다. 메기잡이 한 어가당 연간 7500만 원 정도의 어획고를 올린다고 하니 추도 어민들이 한해 겨울 잡는 메기만 대략 1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메기는 일부 활어로도 판매되나 대부분 건조돼 소비자들을 찾아간다. 그러니 겨울철 추도는 선착장 주변을 비롯해 골목과 집안 등 마을 곳곳에 메기 덕장이 설치되고, 빨래 널리듯 메기가 널려있다. 메기 손질작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인건비를 현물로 받는다. 하루 작업에 10~20마리를 받으니 시골 어르신들로선 상당한 수입이다. 메기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피를 완전히 빼고 말려야 살이 하얗고 제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추도에선 잡아온 메기를 곧바로 손질해 덕장에 넌다. 예부터 문어와 함께 메기가 주 어족이었던 추도에서는 육지와 거리가 멀어 활어로 내다팔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자연발생적으로 메기 건조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고, 남해바다의 춥지 않은 날씨와 겨울철 갈바람이 어우러져 자연발효와 함께 건조되면서 특유의 톡 쏘는 맛을 낸다. 풍부한 물과 땅…한 때 800여명 살아 추도에는 1950~60년대엔 800여명이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폐교된 추도초등학교 재학생도 그 당시에는 200여명에 달했다. 육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작은 섬에 그렇게 많은 주민이 살 수 있었던 데는 풍부한 물과 농사지을 평평한 땅이 있었기 때문이다. 추도는 지하 30여m까지 파내려가도 암반층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두꺼운 토양층은 물을 머금었다가 곳곳에서 분출한다. 심지어 9부 능선에도 물이 나는 곳이 있어 예전엔 미조마을 뒤 큰산 서쪽 자락의 '먼당'이라는 곳에도 마을이 있을 정도였다. 주민들은 흘러나오는 물을 간이수도시설을 통해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한다. 비상용 지하수시설을 갖추고 있으나 거의 쓸 일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풍부한 물은 지금까지도 물메기를 다듬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24시간 가동하는 추도발전소가 있어 주민들의 전기 사용에도 불편함이 없다. 섬인데도 평지가 많은 편이다. 농사를 지을만한 땅도 제법 많다. 쌀과 보리, 고구마 등의 농사를 지어 상당 부분 자급자족할 정도였다. 지금은 이 땅을 활용해 5년여 전부터 블루베리와 무화과, 오디, 딸기, 고사리, 방풍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들 작물은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어한기에 주민들에게 일거리도 제공한다. 물메기섬에서 '휴양섬' '해삼섬'으로 추도라는 섬 이름은 섬의 형상이 삽처럼 생긴 옛날 농기구 가래를 닮았다고 해서 가래섬이라 불리다 가래나무 추(楸)자를 썼다는 설과 옛날 가래나무(개오동나무)가 많았다는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섬의 면적은 164만4000㎡로 290만㎡인 여의도 면적의 절반을 조금 넘는다. 섬 가운데 봉우리인 큰산의 높이는 해발 193m, 가래의 자루와 연결부분에 해당하는 섬 동쪽 작은산의 높이는 130m다. 전체 해안선 길이는 8.5㎞이나 일주도로는 4.4㎞라 걸어서 1시간 남짓이면 섬을 일별하며 한 바퀴 돌 수 있다. 예전엔 낚시꾼들만 주로 찾던 추도는 2013년 안전행정부의 '찾아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면서 휴양섬 조성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숲 가꾸기에 이어 곧 완공되는 산책로가 개설되면 전국 리 단위 섬 가운데 가장 먼저 개설된 일주도로와 함께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멋진 트래킹코스가 될듯하다. 대항마을 남쪽 해안에 진행되는 해수욕장 공사도 조만간 완공돼 올 여름이면 해수욕객을 맞는다. 여기에다 경남도가 21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해삼양식섬 조성사업이 끝나 해삼이 추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른다. 선착장을 비롯해 섬 곳곳이 낚시 포인트지만 낚시터를 만들어 편리한 낚시여건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낚시하러 왔다가 추도에 반해 귀어·귀촌한 섬사람들 외지서 온 '물메기 3형제' 김희진(65)씨의 형제는 3남 1녀다. 희진씨와 바로 밑 동생 종진씨는 지난해 봄 추도에 정착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막내 동생도 조만간 추도 주민에 합류할 예정이다. 거제가 고향인 희진씨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사로 일했다. 낚시하러왔다가 나이가 들면 추도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선을 마련해 동생과 함께 물메기를 잡는 완전한 어민이다. 희진씨 3형제는 "추도는 사람 좋고, 물 좋은 곳"이라며 "외지인들이 들어와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박집 운영하는 윤명학씨 경북 영양이 고향인 윤명학(62)씨는 울산서 대기업에 30여년 근무하고 퇴직했다. 퇴직과 함께 추도로 옮겨와 1년 정도 지났다. 대항선착장 바로 앞에 건물을 짓고 부인과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다. 윤씨 역시 추도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 낚시하러 왔다가 추도가 좋아 퇴직하면 살러오겠다고 생각하다 이를 실행한 것이다. 섬에서 '불도리'라 불리는 통영시의 도서지역 소방차 운영을 맡고 있다. 윤씨는 "집사람의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추도에 온 이후 다 나았다"며 추도 자랑을 했다. 10년 부녀회장 조숙자씨 대항마을 부녀회장을 10여년 째 맡고 있는 조숙자(68)씨는 교직에서 퇴직한 남편과 함께 2000년 추도에 정착했다. 자녀들은 도회지에 살고 있다. 남편 전문구(73)씨는 고성, 마산, 김해 등 경남도내 중등학교에 근무하고 퇴직했다. 전씨가 낚시를 좋아해 40여년 전부터 추도에 낚시하러 오곤 하다가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조씨는 "섬에 물이 많아 생활에 불편한 점은 없다"며 "다만 간이수도시설이다 보니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면 흙탕물이 나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두 번 정기선 운항 삼덕항서 '바다의 택시' 이용하기도 추도 가는 뱃길 추도는 욕지도행 카페리 여객선이 오가는 산양읍 삼덕항에서 뱃길로 20~30분이면 닿는 거리(10㎞ 정도)에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수단은 통영시 서호동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두 번 오가는 카페리여객선이 유일하다. 산양읍 동쪽을 돌아 중간 기항지인 학림도와 연대도를 들러서 오가다보니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것도 바람이 약간만 불어도 결항하기 일쑤다. 워낙 작은 섬이라 이용자가 많지 않아 불가피하지만 주민들로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낚시꾼이나 급할 땐 섬사람들도 '객선'이라 불리는 일종의 '바다의 택시'를 이용해 삼덕항을 오가기도 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정기여객선 한려카페리호가 오전 7시, 오후 2시 30분 출발한다. 오전에는 미조마을에 먼저, 오후에는 대항마을에 먼저 들른다. 섬에 사람과 짐을 내려주고 곧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섬에서 나올 사람들은 조금 여유 있게 선착장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어른 편도 기준 775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