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촌

*내일의 세계-안희경/(주)메디치미디어 2021년판  이제, 내일은 그냥 오지 않는다  1인류가 살아오면서 오늘날과 같이 생존에 있어서 압박을 구체적으로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위기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오늘날 과학기술의 놀랄만한 발전에 힘입어 전 세계 각지에서 관찰하고 계측한 기후 위기에 관한 각종 보고서와 지표가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보고서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모든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서양의 속담이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전 지구적 재앙 앞에 이르자 판도라 상자가 열리듯 그 동안 꽁꽁 여며두었던 각종 인류적 문제들이 상자를 박차고 튀어나와 내일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멸종, 점차 커지는 경제상황의 격차가 야기하는 국가간 삶의 불평등, 무너지는 인간의 전통적 공동체, 개발의 미명하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훼손, 빈부의 격차로 흔들리는 인간적 삶의 토대 등이다. 특히 기후 위기가 야기하는 재앙적 수준의 위험이 목전에 이르렀지만 개별적인 인간으로 본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많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정도다. 지금과 같은 지구의 기온 상승이 이백 여 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탓이다. 전 지구인이 합심하여 긴급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그것에 준하는 대응시간은 다소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지금 유럽의 한켠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전쟁을 필두로 해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경제침체와 반대급부적으로 더 늘어나는 반지구적 연료사용 행태는 그나마 지구촌 곳곳에서 들불처럼 일고 있던 기후위기에 대비한 모든 운동과 캠페인, 그리고 국가간 협약을 무력화시키며 점점 대처할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 2인간은 살아가는 존재다. 그리고 한 번도 희망을 놓은 적이 없다. 어울려 살아가면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장성해서 또 자식을 낳아 그 생존을 끝없이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은 본능적이자 희망이라는 또 다른 방식의 이름이다.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라는 서양 격언도 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인간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삶의 모든 문제를 보듬어 보는 일도 지극히 인간적인 입장에서 시작된다. 생존에 필요한 일뿐만 아니라 야기될 수 있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도 문제라는 측면에서 접근, 해결함으로서 생존을 더욱 공고히 하자는 발로에서 행해지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그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하고자 모색하는 일은 일면 평화로운 삶을 뒤흔드는 몰상식한 행위라며 폄훼할 수도 있겠지만-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인류 멸종과 연결시켜 이슈화하는 행위를 정치적인 모략으로 간주-이미 오랜 시간 과학의 혜택을 교육과 일상생활에서 누린 세대들은 그렇게 쉽게 생각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곁들인 주제들은 인류 멸종의 위기를 넘어 그 만큼의 강도로 인류 공존에 위협을 가하는 요소들로 다각도로 진지하게 모색하여 그 해결점을 찾지 않는다면 설사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인류가 꿈꾸는 평화로운 생존의 지속에 그 만큼의 강도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심기일전해서 이 책에 실은 이슈다.  3이 책은 그러한 지구상의 인류 생존을 위해 당장 필요한 항목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전 세계에 펴져있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화상으로 만나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그 해결을 위한 모색을 알아보고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장 지구적 위험과 인류의 대비 – 제러드 다이아몬드 : 지구가 안전하지 않은데 인류가 안전할 수 있는가 / 2장 기후 위기와 공존을 위한 순환경제 – 케이트 레이어스 :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경제 혁신은 무엇인가 / 3장 디지털 자본주의와 인간의 존엄성 – 다니엘 코엔 : 불평등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4장 탈중앙화와 분산화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서사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 5장 능력주의와 불평등 – 대니얼 마코비츠 :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 6장 개인과 공동체 – 조한혜정 : 한국 사회는 지금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 / 7장 나와 세계 – 사티시 쿠마르 : 우리는 어떻게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가   4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가. 초가을 태풍이 우리의 터전을 할키고 지나간 후의 청명하고 더 높은 가을 하늘아래에서 바라보는 초록빛 대지에서 강렬한 삶의 의지가 느껴지는가. 사랑하는 가족과 더불어 계속 살아가고 싶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 자랑스럽게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를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는 과거와 양상이 아주 많이 달라져 있다. 일방적인 정보의 흐름과 매체 장악의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통신수단의 발달로 정보의 흐름은 다양한 루트로 흘러나와 공유되고 있고, 개인의 의사표현 방법도 다양해져 이전처럼 집단적 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하던 시대를 종식시키며 다각도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방향으로 모색할 수 있는 시민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권위는 이전처럼 확고하지 못하며 힘없고 약한 자들의 연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일반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각자의 시민의식이 만나 지구를 살리는 뜻을 모아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 각국의 정부 수반이 국제적인 협약을 시행하는 강제성을 발동시켜 전 지구적 대책을 마련하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탓이다. 기후위기하면 늘 스웨덴의 소녀 운동가가 한 말을 떠올린다.-내가 엄마의 나이에 이르면 엄마처럼 거둘 수 있는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사랑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자연환경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이 슬퍼요.  5가장 시급한 문제가 기후위기지만 작가가 제기한 다른 문제들도 지구상에 위치한 각국의 인간적 삶의 질을 높이는 주요한 사안이다. 세계 각국은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지만 서로 영향을 주는 한에서는 그 거리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세계적 무역교역의 확대로 경제적 공동체가 되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닮아가는 경향이 빠르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되게 전 국가, 전 민족, 전 구성원 즉, 인류가 빠르게 접하고 있다. 동시에 각국의 정부 수반도 문제의 시급성을 빠르게 인식하고 서로 협력하여 세기적 전염병인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갔듯이 기후위기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과거에 우리는 내일은 그냥 오는 시간이었다. 오죽하면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며 군대에서의 힘든 시간을 극복해 나갔지만, 이제 내일은 그냥 오지 않게 되었다. 오늘 우리가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내일은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게 된 참 딱한 처지에 이르렀다. 그 언제보다 인간애(人間愛)와 생명애(生命愛)를 발휘하여 이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2022.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