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를 찾을 때마다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지 못해 가슴 앓이를 하던 차에 남편의 권유로 새벽행을 결심했다. 주산지 안개'가 보고 싶다고 지난 여름에 한 말을 남편이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몸이 좋지 않을 때 집에 누워 있으면 몸이 더 가라앉는다고 물에서 피어오르는 물 안개도 보고 기분 전환하자고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자는 제의를 했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6시에 주산지로 출발을 했다. 새벽 미명 길이라 천천히 가는 바람에 가는 도중에 새벽이 열리고 하늘과 맞닿은 산능선이 보이면서 군위 고로 ,의성 춘산의 가을단풍이 한 눈 에 들어왔다. 대구를 거치고 영천을 경유해서 가야만 했던 청송길을 춘산고개를 넘어 바로 가니 험준한 고갯길(빙계계곡) 속의 단풍은 아무도 손대지 안은 조물주의 솜씨 그대로 였다. 고개마다 어릴적 기억이 살아났다. 어른들 이야기 하는 중에 나오는 지명들이 보이고 내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날 때는 신이 나서 떠들었다. 너무 어리다고 정식 입학식도 못하고 따듯한 봄날이 되어서야 큰오빠 손을 잡고 공책 한 권 연필 몇자루 들고 처음 들어섰던 교문이며 대구로 전학가는 바람에 친구도 다 잃어버린 그런 모교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어릴적 더 이상의 길도 동네도 없을 줄 알았던 삼자현재를 넘으니 바로 주왕산 길이 나타났다.
주산지를 갈 때마다 옛추억이 하나씩 살아나는 것은 이제 내 삶이 돌아보이는 때가 왔나보다. 살기 바빠아이들 데리고 다니느라 그랬는지, 그 때는 몇년 다니지 않은 학교여서 그런지 생각조차 나지 않더니만 이젠 내어린시절의 학교와 교회가 그립기까지 했다. 돌아가는 길에 꼭 들러보리라 마음 먹고 주산지로 향했다. 또 늦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가득한 주산지가 그리워 다시 찾았는데 벌써 전문 사진 작가들은 뭔가 성취한 듯 미소를 머금고 카메라를 울러매고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산지 나목
박윤희
물안개 가득한 초가을 이른 새벽
맑은 속 비추는 수양버들
뿌리 채 거꾸로 담아
허리춤에 동이고 나니
몇 백 년을 살고도
가는 길 아쉬워 둥치 째
빈 하늘 쳐다보는 나목이
가슴을 찌른다
반 백 년 살고
훌훌 던져 버리려 했던
고단한 삶이 목에 걸려
캑캑거리며 토해낸 지난날을
삐죽 튀어 나온 나목 줄기에
고리 던지기로 걸어 둔다.
물안개는 보지 못했어도 내 남긴 추억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 마침 두루미 한 마리가 멀리서 날아오더니만 고리전지기로 나의 설움, 내아픔을 걸어두고 왔던 나목 위에 살포시 앉았다 내가 온걸 아는가 보다. 내설움, 내아픔도 걸려 있는 걸 아는가 보다. 한없이 않아 먼 산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을 담은 주산지
박윤희
안개 낀 너의 모습 그리워
환희와 탄성을 한숨에 담아
온 여름을 가슴 찧고 눈물로 지냈구나
나목 둥치에 걸어둔 서러움
낙엽처럼 빛바랬을까
수면 아래 가라앉았을까
가을 담은 주산지
그리운 속내는
두고 온 내 설움 때문이어라
아픔도 내 것이고
서러움도 내 것인데
가슴에 안고 가야할 것을
괜히
던져버리고 왔구나
가을 담긴 주산지에 앉으니 내설움 안개 속에 녹았는지, 물 속에 갈아 앉았는지 도로 가져갈 것이 없어졌다. 내멍애로 인해 무거워졌을 나목을 생각하며 내내 더 아팠는데 와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다 녹어 없어진 듯하다. 평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어 좋았다.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러 다시 올 것이라고 나목 위에 앉은 두루미 들을 수 있게 물결을 흔들어 보냈다. 다음엔 새벽 4시에 출발하면 딱 좋을 것 같다.
저는 박선생님이 떼를 쓰셔서 심선생님이 마지 못해 응하신 줄 알았더니, 심선생님께서 실행하신 것이었군요. 남자들의 마음이 다 그런가 봅니다. 저는 또한 영천으로, 자천으로 해서 가신 줄 알았더니, 군위 고로, 의성 춘산으로 해서 가셨군요. 제 고향과 제 외가 마을(제 출생지)로 해서 가셨으니 한 마음이 됩니다. ^^주산지 물안개~,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니라도, 그보다 더 좋은 모습들입니다. ^^주산지 나목~, 가을 담은 주산지~,~~~!!! ^^두 분의 좋은 가을 여행(단풍, 청송 고향)을 축하드립니다.
첫댓글 그렇게 그리던 주산지 물안개는 오늘도 보지 못했지만 가을 단풍에이 물속까지 물들여 놓아 내아팠던 모든 것 다 지나간 것에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다음엔 4시정도 출발 해야 할 것 같다.
저는 박선생님이 떼를 쓰셔서 심선생님이 마지 못해 응하신 줄 알았더니, 심선생님께서 실행하신 것이었군요. 남자들의 마음이 다
그런가 봅니다. 저는 또한 영천으로, 자천으로 해서 가신 줄 알았더니, 군위 고로, 의성 춘산으로 해서 가셨군요. 제 고향과 제 외가
마을(제 출생지)로 해서 가셨으니 한 마음이 됩니다. ^^주산지 물안개~,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니라도, 그보다 더 좋은 모습들입니다.
^^주산지 나목~, 가을 담은 주산지~,~~~!!! ^^두 분의 좋은 가을 여행(단풍, 청송 고향)을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다음에 또 <봄을 담은 주산지> 란 제목으로 시 한편 지으시는 것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