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밤 보성차밭빛축제 현장인 전남 보성군 회천면 다향각(보성다원)이 수백만개의 전구가 내뿜는 빛으로 물들자, 관광객들이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2월1일까지 45일간 관광객 유혹
- 풍등날리기·불깡통 돌리기 체험 - 차문화박물관 방문 가족여행 추천
전라남도 보성군하면 무엇이 생각납니까. 네 그렇습니다. 보성은 '녹차 수도'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국내 녹차의 본산지입니다. 녹차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보성에서 생산된 녹차를 한 두 번쯤은 마셔봤을 것입니다. 연일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은 따뜻한 녹차 한 잔이 더욱 생각나는 때이기도 합니다.
겨울의 한가운데로 진입하는 시기에 취재진은 전남 보성을 찾았습니다. 물론 녹차밭을 구경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녹차 수확철도 아닌 엄동설한에 웬 녹차밭이냐구요. 그렇습니다. 이번엔 그냥 녹차밭이 아닙니다. 대규모 녹차밭과 수백만개의 전구가 내뿜는 빛이 결합했습니다. 녹차밭과 빛이 어우러진 색다른 광경 보고싶지 않습니까.
■빛이 내려앉은 녹차밭에서 찰칵 찰칵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보성군 회천면의 대형 차밭인 다향각(보성다원). 보성군이 개최하는 '2015년 보성차밭 빛축제' 현장이다. 봇재(이곳 지형이 풍수상 대들보에 해당한다고 해서 붙여짐)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고개에 자리잡은 다향각에 어둠이 내릴 무렵,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차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늘어서서 시계를 보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후 6시 정각. 녹색의 차밭이 온통 불빛으로 뒤덮였다. 차밭에 내려앉은 노란색의 불빛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듯 했다. 차밭 사이 통로에 200만개의 LED전구로 장식한 은하수터널에도 형형색색의 불빛이 일제히 밝혀졌다. 부채꼴 모양의 대형 트리도 화려한 모습을 뽐냈다. 부채꼴은 차와 판소리의 고장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또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학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도 빛으로 그려졌다. 관광객들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기 바빴다.
차밭 곳곳에는 별도의 포토존도 조성돼 관광객들이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차밭에 흩뿌려진 빛을 감상하고, 은하수터널을 거닐며, 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다향각에서 바로 올려다보이는 봇재다원에도 각종 모형의 불빛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찾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연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광주시에서 왔다는 김정미(55) 씨는 "친정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직접 와서 보니 듣던 것보다 더 화려하고 좋다. 마치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여자친구와 왔다는 박모(25·부산 영도구) 씨는 "여자 친구 집과 중간쯤 되는 장소에서 만나기 위해 빛축제를 찾았는데 겨울밤 데이트 장소로 이만한데가 없는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밤이 되면서 이날 날씨는 한층 더 추워졌지만 관람객들은 계속 더 늘어났다. 주최 측은 행사장 주변 도로 한쪽 갓길을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가 한창일 무렵 봇재고개 일대가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뒤덮일 정도였다.
■차에 관한 모든 것…차박물관
전남 보성군의 한국차박물관에 녹차 재배 모형이 전시돼 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보성차밭 빛축제는 겨울철 남도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잡았다. 비수기인 겨울철 차밭에 '빛'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접목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점등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2015 보성차밭 빛축제'는 오는 2월 1일까지 45일간 계속된다. 점등 시간은 오후 6시부터 밤 10까지이며 금·토요일은 자정까지 점등이 연장된다.(12월 31일은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점등) 다향각과 봇재다원 일원에서 개최하던 축제 장소가 이번에는 인근의 율포솔발해변으로까지 확대됐다. 솔밭해변에는 낭만의 거리·사랑의 미로길 등 가족과 연인들이 즐길거리를 갖췄다. 뿐만아니라 주말 체험프로그램으로 풍등날리기, 불깡통 돌리기, 캠프파이어 등이 마련됐으며 주말 상설공연도 이어진다.
손유정 문화해설사는 "차밭빛축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서 보성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보성차밭빛축제에 갔다면 현장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차문화공원 내 한국차문화박물관도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3층짜리 건물로 된 이 박물관에서는 보성 녹차의 특징은 물론이고 차에 얽힌 문화, 역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 3층에는 관람객이 녹차를 직접 시음해볼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차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알고 보성을 관광하면 더 유익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커고 아름다워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등장하는 대한다원도 차문화공원 내부에 있다
# 소설 '태백산맥' 속 토벌대 숙소인 보성여관…조정래 발자취 되밟는 문학기행길도
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으로 묘사된 보성여관 전경.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 '조정래의 고향' '여자만 꼬막'. 벌교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벌교는 행정구역상 보성군에 속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보성읍내에서 벌교읍까지는 승용차로 25분 거리다. 벌교를 빠뜨린 보성 여행은 뭔가를 빠트린듯 하지 않을까.
벌교 여행을 얘기하면서 태백산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실제 현지에서 받은 느낌은 벌교가 곧 태백산맥 그 자체라는 느낌이었다. 벌교에 가면 소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상상 속으로 그려봤던 주요 무대를 그대로 목격할 수 있다.
벌교에서 태백산맥의 자취를 더듬는 출발점은 보성여관이다. 벌교가 성장한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시대였다. 바다와 뭍으로 접근이 용이한 이곳은 호남평야의 곡물을 수탈하기에도 제격이어서, 1937년 일찌감치 벌교읍으로 승격됐다.
자연스레 인본인들이 모여들었고 읍 중심가에 일본식 건물이 들어섰는데, 1935년에 지어진 보성여관도 그 중 하나다. 보성여관은 소설 속에서 남도여관이었으며, 토벌대의 숙소로 표현됐다. 현재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보성여관은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2006년 문화재청이 매입했다. 숙박동과 카페 겸 소극장, 다다미방 등을 갖추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문화유산을 보전·관리하는 민간운동 기구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관리하고 있는데, 이 단체 김성춘(여·49) 씨가 운영 책임자다.
보성군 벌교읍 제석산 중턱에 자리잡은 태백산맥문학관.
벌교읍 회정리에 위치한 태백산맥문학관에서는 작가 조정래의 체취를 느낄수 있다. 조정래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 동안 벌교에 머물렀다. 2008년 벌교읍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제석산 중턱에 지어진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조정래 작가가 벌교 곳곳의 동선을 직접 그린 스케치, 깨알같이 기록한 취재노트, 수많은 등장인물의 계보, 1983년 당시의 육필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별교에는 보성여관과 태백산맥문학관 등을 포함한 소설 속 주요 공간을 둘러보는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돼 있다. 일반인이 걸어서 3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보성여관 김성춘 운영 책임자는 "소설 태백산맥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벌교를 찾는 관광객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 녹찻잎 먹은 녹우·녹돈 구이, 타우린이 풍부한 꼬막정식
● 맛집
녹차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남 보성에는 녹차 이외에도 유명한 먹을거리가 많다. 보성으로 여행갔다면 그중에서도 녹차 소고기(돼지고기)와 벌교꼬막은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녹차잎을 사료에 혼합해 한우와 돼지에 먹여 키운 녹우(녹돈)는 육질이 연하고 콜레스테롤 함양이 일반고기보다 적어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육류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좋은 고품질 기능성 식품으로 인기가 있다. 향토시장 내 임가네식육식당(061-852-2269)을 비롯해 웬만한 고깃집에서는 맛볼수 있다. 요즘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질좋은 녹우(녹돈)을 맛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보를 알아봐야 한다고 현지인은 귀띔했다. 녹돈의 경우 5만~6만 원이면 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벌교 앞바다인 여자만에서 생산되는 꼬막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 간 해독은 물론 보양 음식으로 좋다. 특히 참꼬막은 주름 골이 깊고 껍질이 단단하다. 꼬막은 홍어와 함께 남도지방에서 제삿상과 잔칫상에 빠지지 않을 정도다. 원조꼬막회관(061-857-9919) 등 꼬막 전문점에서 내놓는 꼬막정식(1인분 1만5000원 정도)에는 통꼬막(사진) 꼬막전 양념꼬막 꼬막무침 꼬막된장국 등 5가지 꼬막 요리가 올라온다.
● 가는 길
부산에서 보성까지 승용차를 이용해 가면 '남해고속도로→광양IC→남순천IC→목포광양고속도로→보성IC'를 이용하면 되며,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버스는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보성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다. 4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기차는 부전역에서 보성역으로가는 노선이 하루 한차례 있다. 운행 시간은 5시간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