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신상필벌과 훈장의 추락
국가기강이 해이해 지거나 지나친 정치성과 정실에 치우치게 되면 인사정책이 문란해지면서 상훈제도 또한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은 후한서(後漢書)의 선제기(宣帝記)에 나오는 널리 알려진 글귀이다.
상을 줄만한 공훈이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되, 벌할 만한 죄과가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벌을 주라는 의미로 국가기강과 능률을 위한 최고의 선택적 경구이다.
비단 국가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혹은 사회단체나 학교 등 조직사회에서의 신상필벌의 시행이야 말로 실로 그 조직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신상필벌이 시행되지 않는 군대는 반드시 실패한다. 강한 군대와 전투에서의 승리는 전력과 사기가 좌우하지만 그 원동력은 신상필벌에서 나온다.
이순신 장군은 신상필벌을 엄정히 시행하여 전승으로 이끈 가장 뚜렷한 증거를 남겼다. 전투가 끝날 때마다 이순신 장군은 전공을 세운 자에게 파격적인 승진과 포상을 아끼지 않았으며 죄를 지은 자는 엄하게 벌하였다.
‘독전 범군임적불용명자처참(督戰 凡軍臨敵不用命者處斬)’ 즉 싸움을 독려하되, 적을 맞아 싸우면서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목을 벤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끔찍하고 무서운 글귀이지만 이순신은 전투시마다 늘 깃발에 그 글을 써서 뱃머리에 날리면서 전투를 지휘했다. 전투가 끝나면 이순신은 명령에 불복하거나 전장을 이탈한 자들을 가려내어 가차 없이 목을 벳다.
군기확립은 필벌에서 나오지만 그 근원적 모체는 신상이다. 상훈의 공정 여부가 모든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신상을 공정히 집행하면 필벌의 사유가 생길 까닭이 없다. 반면 필벌만 하고 신상을 하지 않으면 그 조직의 효율은 반감된다. 그만큼 신상은 필벌보다 우위에 있다·
국제공산주의가 붕괴되어 종주국 소련이나 동구권 국가들이 공산주의를 폐기하면서 새로운 탈냉전시대가 찾아왔지만, 궁핍하여 망할 것 같은 이른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아직까지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하면서 연명하고 있는 원인도 알고 보면 신상필벌 덕분이다.
주렁주렁 훈장을 상의에 달고 두 손 흔들며 만세 부르는 그 광란의 작태는 바로 신상필벌의 산물이다. 배반자는 가차없이 처형하고 공적이 있는 자는 훈장을 주어 영웅으로 떠받든다. 그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형을 면하고 영웅 되는 길밖에 도리가 없다.
훈장의 효력은 쇠붙이에서부터 구세주를 향해 확대된다. 북한 인민에게 있어 훈장은 곧 생명이며 구세주인 것이다. 그들이 펄펄 뛰며 흘리는 눈물은 가짜가 아니다. 그들의 눈물은 적성(赤誠)의 산물이다. 그 적성의 원천적 의미는 훈장이며 영웅 칭호이다.
그러나 북한의 신상필벌이 영원할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언젠가는 북한 집권층의 허구가 드러나면서 실체가 명백히 밝혀지는 날 북한 인민이 다닥다닥 붙인 훈장은 구세주로부터 한날 쇠붙이로 추락한다. 훈장은 진실의 바탕에서만 그 위대한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도 추락하는 훈장이 있을까? 그 대답은 명료하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집권층의 오류로 쇠붙이와 같은 훈장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첫댓글 훈장 추락은
이미 됨이 오래되었다고 보네요
장군님의 글 속에 확실히 알 수 있죠
역대 대통령 중 누구하나
훈장에 중요성을 강조는 없었음이
이 나라의 현실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노무현은 정치군인에게 주어진
무공훈장을 삭탈했습니다,